판교신도시 중심부는 ‘허허벌판’

알파돔시티, 사업시작 3년째 착공못해

지역내일 2010-05-24 (수정 2010-05-24 오후 1:15:36)

참여업체들, 자금조달 어려워 지지부진 … 사업계획 변경 시도

계획도시로 건설한 판교신도시는 주민들이 대부분 입주했지만 변변한 상가가 없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 상가가 빨리 들어서도록 프로젝트파이넨싱(PF)사업 방식으로 핵심 편의시설인 ‘알파돔시티’ 건설을 추진했지만, 정작 3년째 착공도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알파돔시티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가야 했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착공시기가 올 3월로, 다시 7월로 두차례 연기됐다. 하지만 7월 착공도 불투명해 입주민의 불편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외식하려면 분당이나 강남으로 = “급할때는 단지내 가게를 이용하는데 마트가 없어 분당 용인 죽전이나 분당 서현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과 외식이라도 하려면 분당이나 강남으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다른건 몰라도 애들 보낼 학원도 변변치 않아서…”
올 2월 판교 산운마을로 이사 온 주부 박 모(42)씨는 주변 편익시설이 없는 생활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실제 판교 신도시에는 제대로 된 대형 마트나 백화점이 없다. 편의시설이 없다보니 인근지역으로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판교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AK플라자 분당점의 경우 판교 신도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양성진 애경그룹 상무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AK플라자 분당점 매출을 비교한 결과 10% 가량 올랐다”면서 “식료품과 잡화, 의류제품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올 1분기는 70%대를 밑돌던 판교신도시 입주가 80%로 급격히 늘어난 때다.
봇들마을에 위치한 ㄱ부동산 이 모 사장은 “판교지역 근린상가가 올해 분양을 시작한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이용을 외지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입주민들이 여러 불편을 호소하지만 행여 집값이 떨어질까 꾹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시설 선매각’ 한 건도 못해 =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2기 신도시인 판교는 922만㎡ 부지에 공동주택 2만5790가구와 단독주택 3473가구 등 2만9263가구 8만7000명을 수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판교신도시는 2008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1단계 사업이 마무리 됐고 올해 말 2단계 사업이 준공된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준공된 아파트는 모두 1만7915가구로, 이중 1만7246가구가 입주해 96%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12만2150㎡ 8개 필지에 들어설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중심부의 편의시설로 2007년 5월 사업을 시작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알파돔시티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백화점, 미디어타운, 스포츠 및 문화, 업무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판교역세권개발 시행사인 알파돔시티PFV는 백화점과 영화관, 할인점, 30%의 업무시설을 선매각 하려 했으나 계약된 사례는 없다. 주간건설사인 롯데건설의 계열사인 롯데백화점도 판교점 입점을 준비했으나 ‘사업특성상 변수가 많다’며 입점에 유보하고 있다.

◆책임준공 보증 논란 = 알파돔시티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건설사들의 보증능력이 약화된 데서 비롯됐다. 대한주택보증(대주보)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주거 및 상업시설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 그러자 알파돔시티는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을 대주보에 넘기고 분양보증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어려워졌다.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의 유동화증권 발행 담보로도 잡혀 있어 이중담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이미 납부한 토지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을 반환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알파돔시티는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토지대금 2조5580억원 중 1조85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법조계에서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이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채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담보로서의 효력 자체가 논란이 되고있다.
이에 따라 대주보는 건설사의 보증이나 담보 대신 발주처인 LH에 책임준공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준공 보증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출(보증)원금이나 이자에 대해 돈을 물어주는 지급보증과 달리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가장 약한 보증에 속한다.
하지만 LH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H관계자는 “LH가 참여하고 있는 공모형 PF사업 중 책임준공보증을 해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알파돔시티 사업에 보증을 해줄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건설사들이 보증문제를 도맡기로 한 기본협약만 지켜주면 문제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보증 문제를 놓고 발주처와 건설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분양보증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금융사들의 본PF는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풍성주택 지분 처리도 문제 = 알파돔시티의 주주사 중 한곳인 풍성주택의 부도도 악재다. 중견건설업체인 풍성주택은 지난 10일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풍성주택은 알파돔시티에 147억5000만원을 출자해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시공 주간사인 롯데건설 다음으로 많다. 행정공제회, LH, 산업은행, 롯데건설, 두산건설과 함께 이사회에도 참여해왔다.
문제는 풍성주택의 지분을 누가 인수하느냐 하는 것이다. 주주로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풍성주택이 맡아온 비상임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풍성주택이 출자한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며 “건설투자자 중 가장 지분이 많은 롯데건설이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풍성주택 지분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자지분 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요 분석없이 장밋빛 전망 = 사실 알파돔시티 사업이 꼬인 근본 이유는 처음부터 사업계획을 무리하게 잡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수요에 대한 꼼꼼한 분석에 기초하기보다는 부동산 경기가 계속해 좋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수립한 사업계획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곧바로 위기에 부딪혔다.
알파돔시티의 토지 감정가격은 3.3㎡당 3300만원. 하지만 시공사가 구입한 가격은 이보다 두 배가 넘는 3.3㎡ 7000만원이었다. 알파돔시티 총 투자비 5조671억원중 토지대금이 2조5580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치밀한 사업 예측 없이 부동산 경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 우선 사업권을 따내고 보자는 식의 기존 관행대로 사업을 진행한 결과였다.
토지를 비싸게 사다보니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일반 분양 면적이 넓은 분양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사업계획서상 일반분양하는 상업시설은 주상복합 상업시설, 중심상업불록 상업시설 등으로 분양가격은 1조1300억원에 달한다. 또 기관 투자자와 기업에 매각하는 시설은 주상복합 오피스, 중심상업블록의 상업 숙박 업무 시설로 매각 금액이 3조1223억원에 이른다.
판교지역에서 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ㅇ사 관계자는 “종전까지 알려진 계획대로라면 알파돔 시티 상가 1층의 평당 분양가는 최고 7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며 “이러한 가격을 충족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라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계획서상의 상가 분양가는 최근 판교 일대 공급된 상가의 평균 분양가인 1600만원의 4배가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이처럼 분양가가 턱없이 높게 설정되면 분양 자체가 힘들어지는 건 뻔한 일.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게 된 이유다.

◆부족한 상업시설 더 줄여 =이에 따라 알파돔시티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업계획 변경안에 대해 논의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상업시설을 5% 가량 줄이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업무공간을 그만큼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판교의 상업용지는 전체 토지중 1.45%에 불과해, 인근 분당의 8.5%, 죽전 6.8%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핵심 상업시설을 더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7월로 예정된 토지납부시한과 공사착공예정일에 앞서 사업계획 변경안을 확정짓고, 토지비 및 사업비까지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알파돔시티 착공시점은 또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파돔시티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7월중 토지비를 납부하고 공사를 시작하려면 그 이전에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PF도 추진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관련 당사자들간 협의가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파돔시티PFV 관계자는 “토지대금납부일인 7월전까지 PF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취재진에 질문에는 “모른다.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승완 구본홍 장병호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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