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신문로)

지역내일 2010-05-25
우리 한국인들은 왜 이리 사는가?

설동훈(전북대 교수, 사회학)

최근 두 20대 여성이 각각 “패륜녀”와 “발길질녀”라는 고약한 이름을 얻으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몹쓸 행동을 한 사건이 있었다. 여학생이 환경미화원에게 화장실 세면대에 놓인 우유팩을 치우라고 명령조로 말한 것을 환경미화원이 나무라자, 그 여학생이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건물 청소’라는 궂은 일을 한다고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한 무분별한 행동의 현장 상황 녹음 기록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들으며 분노했다.
20일 경기도 부천시 경인 국철 소사역 구내에서 20대 여성 두 명이 개찰구를 통과하는 도중의 새치기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그 중 한 여성이 임신 8개월째인 다른 여성의 배를 발로 걷어차 쓰러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급히 병원에 이송된 임신부와 태아는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해 여성은 피해자가 임신부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경찰은 그를 불구속 입건했다. 두 사람이 다투던 상황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분(公憤)을 샀다.
“패륜녀”와 “발길질녀” 사건은 두 사람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일이다. 많은 이들이 흥분하고 개탄한 까닭은 그게 단지 일부 극소수의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 또는 ‘약육강식의 정글’에 비견되는 사회를 흔히 야만(野蠻)이라 한다. 남성들은 물론이고 젊은 여성들까지 약자에 대한 욕설과 폭력의 문화에 젖어 있다는 진단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선진사회라기보다는 야만사회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선진화라는 작은 성과에 자족하여 한국사회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해야 한다. 경제개발과 도시화 과정에서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한국인들을 결속하여 왔던 전통적 도덕과 윤리의 끈은 한없이 느슨해져 왔다.
가정교육의 부재로 어른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가 양산되고 있다. ‘자녀의 버릇없음’을 민주적 자녀 양육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은 한심하고, 자녀의 학업 성적이 좋으면 인성도 자연스럽게 배양될 것으로 믿는 부모는 순진하다. 그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버릇없는 학생’이 된다. 교사에게 말대꾸하거나 대드는 것은 물론이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학생이 더러 있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못 가르쳐 아이가 그렇게 되었다고 원망할 뿐, 가정교육의 부재를 반성하지 않는다. 내 탓은 없고 오직 네 탓 뿐이다.
교사까지 무시하는 학생들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급우들을 이런저런 사유로 괴롭힌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자기일이 아니면 방관한다. 중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담배가 피우거나 비행을 저질러도 나무라는 어른이 거의 없다. 괜히 나섰다 아이들에게 봉변당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대로에서 가래침을 뱉어가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은 드문 풍경이 아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자기의 행동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까? ‘버릇없는 젊은이’는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그 감정을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드러낸다. 자기보다 힘이 세거나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마구 대한다. 그 때문에 환경미화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 문제가 된다.
오늘의 상황이 답답함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수많은 한국인들이 두 사건을 통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만큼 그 해결 가능성은 있다. 선진사회의 시민으로서 한국인이 갖추어야 할 가치와 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전통 윤리와 도덕이 사라졌음을 무한정 한탄하기보다는 변화된 세상에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와 시민윤리 및 시민의식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교육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꾀하기보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및 전통적 가치의 조화가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습득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미래상으로서 ‘사회적 신뢰’가 충만한 선진사회를 꿈꿀 수 있다.

설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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