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분양가 내려야”
경기권, 시세보다 높은 곳도 있어 … 경실련 “표준건축비 적용하면 20% 인하 가능”
2차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사전예약 결과, 경기도 4곳 중 3곳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자 “분양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달된 일부지역은 보금자리주택 예정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시흥 은계지구의 경우 예정분양가(3.3㎡당)가 750만~820만원인데 비해 인근 아파트는 784만~795만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예정분양가가 990만원인 구리갈매지구도 주변시세가 832만원 정도다.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장점이 ‘반값아파트’라 불릴만큼 저렴한 분양가인데 강남권을 제외한 비강남권의 예정분양가가 주변시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높은 것이다.
여기에 7년 전매금지와 5년 의무거주라는 불리함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는 보금자리주택이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김근용 국토연구원 주택토지·건설경제연구본부 본부장은 “주변 아파트 시세가 낮다면 보금자리주택도 가격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며 “보금자리주택은 입지가 좋은 만큼 가격이 낮아지면 미분양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시세보다 15% 정도 낮게 책정한다고 말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시세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세와는 무관하게 근원적으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책정방식이 잘 못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실련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보금자리 분양가격 책정방식의 문제로 인해 경기권은 주변 민간아파트와 시세차이가 거의 없다”며 “법정 건축비 중 표준건축비만 적용해도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의 20%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기존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가 책정방식과 달리, 정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보다 높게 책정된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하고 있다. 2010년 현재 기본형건축비는 479만원이고 표준건축비는 320만원으로 160만원의 차이가 난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표준건축비’를 적용할 경우 경실련이 추정한 경기도 보금자리주택 아파트 원가는 600만원. 부천·옥길 750만~890만원, 구리·갈매 850만~950만원과 큰 차이가 있다.
경실련은 “보금자리 주택은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라는 것에 무색하게 ‘기본형건축비’가 분양가 산정에 적용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분양가를 산정할 때 ‘표준건축비’를 적용하거나 실제 도급가격에 근거한 건축비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15% 정도 낮추겠다고 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반값 아파트’라는 말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분양가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더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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