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가 침몰한다면
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일본열도가 곧 지진으로 침몰한다고 하면 과연 일본주식을 사겠는가.”
로이터 통신이 한반도 무력충돌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외국계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한 애널리스트의 입을 빌어 던진 반문이다. 외국계가 지금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다.
외국계의 다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설마 전쟁을 하겠냐”는 쪽이다. 그러면서도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워싱턴포스트), “애널리스트들은 중무장한 국경선에서 발발한 소규모 국지적 전투가 대규모 전투에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하고 있다”(로이터), “한반도는 현재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중단된, 여전히 전쟁 진행상태”(AP통신) 등,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뒤 ‘강대강’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가 한국을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연일 하루에 수천억원씩 주식을 팔며 돈을 빼내가고 그결과 원-달러 환율이 환란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폭등을 거듭하자,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 군의 특이동향은 아직 없다”며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천안함’과 유럽위기 결합 조짐
이런 분위기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뒤 ‘일전불사’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한나라당 일부의원은 호전적으로 “전쟁불사”까지 외치던 것과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배경도 있어 보인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강남 큰손들까지 큰 피해를 보는 등 금융혼란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자, 야당이 즉각 ‘전쟁 대 평화’라는 대립전선을 구축하면서 천안함 수사발표 후 열세로 돌아선 선거판도를 뒤집으려 나섰기 때문이다. 요컨대 ‘천안함 역풍’ 국면을 만들려 하는 것.
실제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다는 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정부여당에게 절대로 득될 게 없다.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만 400만명이고, 간접적으로 주식펀드를 하는 1000만명까지 합하면 경제인구의 절반 정도가 주가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온 것도 리먼브러더스 사태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주가 폭락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은 경제 위기감을 진정시키려는 동시에 정치적 목적도 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등의 목적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 자체에 미칠 영향이다. 실제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전개되는 천안함 리스크와 유럽발 2차 재정위기의 결합 조짐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지금 유럽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재정위기가 스페인을 넘어 영국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영국으로 불똥이 옮겨붙으면 미국, 일본에 대한 불신도 커지면서 심각한 국제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도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유럽의 GDP가 16조달러로, 유럽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외국인들이 하루에 5000억원대씩 계속 내다 판다면 연기금도 곧 주가방어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낮추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의 경우 런던은행간 단기자금거래 금리인 리보금리가 11개월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신용경색 움직임이 목격되는가 하면, 유럽 전체적으로도 ‘제2의 재정위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유로 가치가 급락하는 등 최악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단기간에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재정부채가 많은 나라들의 국채 만기가 올 여름에 집중되는만큼 올 여름까지는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군사적 충돌로 가지 않도록
문제는 이런 와중에 천암함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최악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리먼브 러더스 위기 때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가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 한국 경제의 펀터멘털이 그래도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낫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갈곳 잃은 세계돈들이 몰려들면서 단기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졌을 때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권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물경제가 버텨주는 한, 돈이 갈곳은 한국 등 아시아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것이 천안함 리스크가 돌출하면서 “어, 한국도 안전하지 않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천안함 리스크를 군사적 충돌로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다간 정말 한국경제에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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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일본열도가 곧 지진으로 침몰한다고 하면 과연 일본주식을 사겠는가.”
로이터 통신이 한반도 무력충돌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외국계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한 애널리스트의 입을 빌어 던진 반문이다. 외국계가 지금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다.
외국계의 다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설마 전쟁을 하겠냐”는 쪽이다. 그러면서도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워싱턴포스트), “애널리스트들은 중무장한 국경선에서 발발한 소규모 국지적 전투가 대규모 전투에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하고 있다”(로이터), “한반도는 현재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중단된, 여전히 전쟁 진행상태”(AP통신) 등,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뒤 ‘강대강’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가 한국을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연일 하루에 수천억원씩 주식을 팔며 돈을 빼내가고 그결과 원-달러 환율이 환란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폭등을 거듭하자,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 군의 특이동향은 아직 없다”며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천안함’과 유럽위기 결합 조짐
이런 분위기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뒤 ‘일전불사’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한나라당 일부의원은 호전적으로 “전쟁불사”까지 외치던 것과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배경도 있어 보인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강남 큰손들까지 큰 피해를 보는 등 금융혼란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자, 야당이 즉각 ‘전쟁 대 평화’라는 대립전선을 구축하면서 천안함 수사발표 후 열세로 돌아선 선거판도를 뒤집으려 나섰기 때문이다. 요컨대 ‘천안함 역풍’ 국면을 만들려 하는 것.
실제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다는 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정부여당에게 절대로 득될 게 없다.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만 400만명이고, 간접적으로 주식펀드를 하는 1000만명까지 합하면 경제인구의 절반 정도가 주가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온 것도 리먼브러더스 사태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주가 폭락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은 경제 위기감을 진정시키려는 동시에 정치적 목적도 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등의 목적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 자체에 미칠 영향이다. 실제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전개되는 천안함 리스크와 유럽발 2차 재정위기의 결합 조짐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지금 유럽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재정위기가 스페인을 넘어 영국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영국으로 불똥이 옮겨붙으면 미국, 일본에 대한 불신도 커지면서 심각한 국제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도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유럽의 GDP가 16조달러로, 유럽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외국인들이 하루에 5000억원대씩 계속 내다 판다면 연기금도 곧 주가방어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낮추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의 경우 런던은행간 단기자금거래 금리인 리보금리가 11개월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신용경색 움직임이 목격되는가 하면, 유럽 전체적으로도 ‘제2의 재정위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유로 가치가 급락하는 등 최악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단기간에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재정부채가 많은 나라들의 국채 만기가 올 여름에 집중되는만큼 올 여름까지는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군사적 충돌로 가지 않도록
문제는 이런 와중에 천암함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최악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리먼브 러더스 위기 때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가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 한국 경제의 펀터멘털이 그래도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낫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갈곳 잃은 세계돈들이 몰려들면서 단기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졌을 때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권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물경제가 버텨주는 한, 돈이 갈곳은 한국 등 아시아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것이 천안함 리스크가 돌출하면서 “어, 한국도 안전하지 않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천안함 리스크를 군사적 충돌로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다간 정말 한국경제에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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