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성 변호사
어제 이른 바 스폰서 검사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적절한 식사․술접대는 있었으나 장기간 지속된 스폰서는 아니라고 한다.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모 부장검사 1인 외에는 성접대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대가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검사들의 비리를 조사해달라는 정씨의 진정을 묵살한 것도 직무유기죄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형사처벌 대상자는 단 한명도 없고 징계권고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제도적 개선대책으로 문화, 감찰 및 제도 분야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간 성낙인 위원장께는 죄송한 말씀이나 결과 발표를 생방송으로 보면서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쾌하고 상쾌한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고 허탈하고 나중에는 화가 나는 그런 웃음이었다.
이번 사건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졌음에도 다른 기관에 의한 견제나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거 특정 시점에, 일부 지역에서, 일부 검사에게만 일어난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지 검사들이 공짜술을 얻어먹는 회식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과 금품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은 ‘뇌물수수’에 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만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 비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의지를 지닌 인사들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실제 조사는 오로지 검사들로만 이루어진 조사단에서 하고, 위원회는 보고만 받는 구조를 취할 때부터 첫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위원회는 정씨의 제보 동기의 순수성과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치 조사의 목적이 정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함으로써 가능한 한 검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조사결과가 마치 정씨의 조사거부에 중요한 원인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의 동기가 무엇인가는 애초 조사대상이 될 수조차 없는 것이고, 진술이 일부 부정확한 것은 오랜 기간과 다수의 관련자, 그리고 구속된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정씨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다만 검찰이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흠집내려 하고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할 듯이 압박하고 이번 사안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계좌추적을 하는 조사방식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제도적 개선책도 엉뚱하다. 제도적 개선책의 핵심인 검찰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고, 독서, 등산 등 동호회 활성화, 심리 상담 시스템 도입, 탁아시설 확충, 육아 휴직 활성화 등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 등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데에서는 이것이 검사 고충처리위원회의 발표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이고 듣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아마 양식있는 보통 검사들도 얼굴이 화끈 거렸을 것이다. 막말로 검사들이 격무와 스트레스를 풀자면 술도 마시고 성매매도 해야겠는데 돈이 충분치 않으니 스폰서가 필요했다는 말인가. 어찌 이런 낯뜨거운 이야기를 그리도 당당히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결과발표는 역설적으로 검찰 비리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점과 검찰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검찰만큼 깨끗한 데가 어디 있냐고 항변하는 검찰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 정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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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른 바 스폰서 검사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적절한 식사․술접대는 있었으나 장기간 지속된 스폰서는 아니라고 한다.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모 부장검사 1인 외에는 성접대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대가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검사들의 비리를 조사해달라는 정씨의 진정을 묵살한 것도 직무유기죄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형사처벌 대상자는 단 한명도 없고 징계권고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제도적 개선대책으로 문화, 감찰 및 제도 분야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간 성낙인 위원장께는 죄송한 말씀이나 결과 발표를 생방송으로 보면서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쾌하고 상쾌한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고 허탈하고 나중에는 화가 나는 그런 웃음이었다.
이번 사건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졌음에도 다른 기관에 의한 견제나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거 특정 시점에, 일부 지역에서, 일부 검사에게만 일어난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지 검사들이 공짜술을 얻어먹는 회식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과 금품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은 ‘뇌물수수’에 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만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 비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의지를 지닌 인사들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실제 조사는 오로지 검사들로만 이루어진 조사단에서 하고, 위원회는 보고만 받는 구조를 취할 때부터 첫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위원회는 정씨의 제보 동기의 순수성과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치 조사의 목적이 정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함으로써 가능한 한 검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조사결과가 마치 정씨의 조사거부에 중요한 원인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의 동기가 무엇인가는 애초 조사대상이 될 수조차 없는 것이고, 진술이 일부 부정확한 것은 오랜 기간과 다수의 관련자, 그리고 구속된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정씨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다만 검찰이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흠집내려 하고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할 듯이 압박하고 이번 사안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계좌추적을 하는 조사방식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제도적 개선책도 엉뚱하다. 제도적 개선책의 핵심인 검찰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고, 독서, 등산 등 동호회 활성화, 심리 상담 시스템 도입, 탁아시설 확충, 육아 휴직 활성화 등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 등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데에서는 이것이 검사 고충처리위원회의 발표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이고 듣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아마 양식있는 보통 검사들도 얼굴이 화끈 거렸을 것이다. 막말로 검사들이 격무와 스트레스를 풀자면 술도 마시고 성매매도 해야겠는데 돈이 충분치 않으니 스폰서가 필요했다는 말인가. 어찌 이런 낯뜨거운 이야기를 그리도 당당히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결과발표는 역설적으로 검찰 비리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점과 검찰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검찰만큼 깨끗한 데가 어디 있냐고 항변하는 검찰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 정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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