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시대

강남 학부모들 우려와 기대 동시에

줄 세우기식 경쟁교육 버겁지만 너무 쉽게 교육정책 바뀌는 것도 불안

지역내일 2010-06-24




서울의 교육을 4년간 책임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다음달 1일 취임한다. 곽 당선자는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 서울형 혁신학교 도입, 자율형 사립고 학생선발권 제한 및 지정전환,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서울 전체 34.34%, 강남 3구 30.16%(강남구 27.6%, 서초구 29.5%, 송파구 32.6%)의 득표율이 말해주듯 진보 교육감 시대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육 1번지 강남의 학부모들은 고교선택제다 자율형 사립고다 해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와중에,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곽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교육만큼은 이념 떠나 아이들 중심이길 원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의 초중고 300개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공교육의 새 표준을 보이고,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 정책이 낳은 일반계고 슬럼화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곽 당선자의 의지에 지지를 보내는 강남 학부모들도 의외로 많다. 아무리 강남지역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지만 중하위권이 더 많다보니, 현재의 일반계고 실정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존의 특목고 외에도 거주지 인근에 있는 학교들이 속속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개선방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정 모(43)씨는 “고교선택제 지원 경쟁률 상위학교가 공개되고 중동고와 세화고에 이어 3개 학교가 올해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강남지역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 중위권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면서 “교육만큼은 이념을 떠나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들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록 곽 당선자가 자율고 지원자격(내신성적 상위 50% 이내) 폐지 등을 지정기간(5년)이 지난 학교에 대해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지만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 한 명씩을 둔 한 학부모는 “진보 교육감이 현 교육의 문제점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지를 하긴 했지만 기존 정책과 너무 정반대로 가려고 하면 결국 아이들만 희생양이 될 것 같아 염려가 되기도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교원평가제, 공교육의 질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현 교육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보니 대부분의 강남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학교 공부만 충실히 따라가면 되게끔 해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곽 당선자가 밝힌 대로 강북과 강남, 전교조와 교총, 교사와 학생 모두의 교육감이 되어 전반적인 교육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3월부터 전면 실시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불만이 많다. 곽 당선자는 “도입 자체는 찬성하지만 교과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에는 문제점이 많다. 학부모 중심의 평가에서 학생 중심의 만족도 조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남지역 학교들도 교원평가를 시작하고 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말 솔직하게 평가를 해도 내 아이에게 불이익은 없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교원평가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 모(45)씨는 “담임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을 파악한 후 참여를 독려하기도 해 당황스러웠다. 비록 교사들은 학부모의 평가 참여 여부만 알 수 있고 내용은 볼 수 없다지만 소신 있게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한 교육문제 많아
곽 당선자는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최소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짜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강남지역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공약이고, 그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교육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우선순위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상급식 이전에 급식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한 학부모는 “총학생회장 선거 공약으로 ‘급식의 질 향상’이 단골 주제인 학교들이 있을 정도로 급식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급식비를 내고 먹어도 만족스럽지 못한데 과연 무상급식으로 질까지 높일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들 중에는 급식실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교실에서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업을 하던 교실에서 제대로 환기도 시키지 않은 채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급식을 하고 있어 급식 환경부터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진보 교육감’과 ‘보수 시장’의 충돌로 인한 혼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교육에 집중하는 ‘교육 시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념이 서로 다른 시장과 교육감이 서울의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면 진보도 보수도 다 싫다. 아이들을 덜 힘들게 하는 ‘시장’, ‘교육감’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모든 학부모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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