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 학생이 줄고 있다

편입·대입 준비로 휴학생 증가

지역내일 2001-10-03 (수정 2001-10-05 오후 1:13:40)
새로운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대학 1힉년 강의실에는 빈자리가 늘어난다.
2학기를 맞은 고려대학교 교학과 게시판. 미등록으로 제적대상에 올라온 학생들을 공고해 놓고 있다. 그 명단 가운데 반 정도는 1학년인 01학번이다.
캠퍼스에서 사라진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휴학생의 증가는 통계상으로도 나타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7월 공개한 ‘2001년 1학기 대학재적생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98년 대비 2001년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161개교(산업대·교대·방송대 제외)의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36.8%에서 42.5%로 늘어났다. 이중 일반휴학은 39.3%, 군입대 휴학은 60.7%로 나타났다.
휴학생 수는 지방대가 월등히 많아 전체 휴학생의 60.7%가 지방대 학생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편입생수 증가 및 전공변경 준비를 위한 휴학 및 어학연수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학년의 경우 재수를 위한 휴학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게 당사자들의 말이다. 한 지방대의 1학년생은 “1학년은 군입대나 어학연수 때문이라기 보다 재수를 위해 휴학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특히 지방대일수록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학생들의 의견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쪽으로 기운다.
다른 대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수능시험을 보고 입학했다는 신은정(고려대 경영2) 씨는 “늦게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수능을 보는 건 좋다고 본다”라며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기 때문에”이라고 말했다.

◇적성과 학벌 찾아 떠난다=‘대학생 재수생’이 끊임없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적성과 학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학을 진학하기 전에 자신의 적성을 모른 채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을 뿐 아니라 학벌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는 더 나은 학벌을 위한 욕망은 쉽게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 음대를 휴학한 이문정(19)씨는 가야금을 전공한 국악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정시 모집을 통해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원래 원했던 명문대는 수시모집에서 낙방했지만 “전공이 중요하지 학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생각에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기본기가 튼튼하고 국악에 대한 뜻이 깊은 이씨는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진학한 대학의 교과내용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결국 그는 원래 목표로 삼았던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했다.
소제인(고려대 인문학부 1) 씨는 1학기 성적이 우수해서 2학기 등록금 전부를 면제받는 전체장학금 수여 대상이었으나 이번 학기 휴학을 했다. 소씨의 휴학은 곧 장학금 포기와 연결된다.
법학도를 꿈궈온 소씨는 재수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법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소씨는 다시 수능을 보기로 결심했다.
같은 과 친구인 이재성(고려대 인문학부 01) 씨는 “제인이는 법학과를 가고싶다고 자주 말했다”라면서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 누가 뭐라고 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후에 다시 수험생 시절로 뛰어드는 대학생들에 대해 유철민(고려대 공학부 3)씨는 “일단 대학에 적을 두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은 ‘보험’에 가입한 셈치는 것 같다”면서 “수능을 못 보면 다시 돌아오면 되니 그들에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쉬워지자 재수생 급증=수능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늘어난 것은 ‘쉬워진 수능’과 무관하지 않다.
수능이 쉬워지자 ‘요행’을 바라는 대학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한 입시학원에서는 대학교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다시 수능을 보려는 대학생들이 몰려 입학 대기번
호가 500번까지 이르기도 했다.
‘대학생 재수생’ 현상은 이른바 명문대를 벗어날 수록 심각하다.
권민경(20) 씨는 지방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를 채 보름도 다니지 않고 자퇴했다. 지방대학을 다니는 번거로움도 크고 개인적인 만족도도 적었기 때문이다.
지방대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지방대를 다니는 서러움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면서 “주위 친구들을 보면 더 나은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도 편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또 “미팅을 할 때도 학벌을 따지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생들 아니냐”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학벌중시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같다”며 토로했다.
한편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일부 인기학과에 집착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은 교육을 받아온 우리나라 학생들로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부 학과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각 대학 학생 이탈 대책 마련에 고심=학교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을 벌이기도 한다. 서강대와 연세대의 경우 학칙상 1학년 1학기 때 군입대나 질병 이외의 일반 휴학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1학년이 1학기때 학교를 쉬려면 사실상 자퇴 이외의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런 제도는 신입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장우성 기자 ·김태원 학생리포터 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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