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중소기업들이 부채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금리를 한차례 올리며 출구전략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인상 속도는 매우 느린 ‘소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국제금융센터는 “해외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견해를 제시했다”며 “모건스탠리는 향후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 현상을 겪을 경우 한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시장전문가들은 연말까지 25~50bp(1bp=0.01%p) 가량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소비 투자 물가 인플레 우려 등을 보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각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아직 고용이 회복되지 않고 있고 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서민층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취약성이 있어 섣불리 금리를 올리는 것이 굉장히 부담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서민정책을 하반기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에서 신용불량자 속출과 퇴출 중소기업 확대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금리인상과 관련 “정부가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담경감을 위한 대책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는 가계 부채수준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부는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이 140%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보다 높은 편”이라며 “OECD국가 중 상위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은 “덴마크(319%) 네덜란드(264%) 노르웨이(196%) 스웨덴(150%) 등은 사회보장제도에 따라 교육 복지 노후에 따른 지출의 필요성이 적고 대규모 연금재정과 높은 장기대출비중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가 높더라도 위험은 작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는 직접적인 금리인상보다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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