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5대 권고안'' 첫 마련"사건은 공론화하되 과장된 주변 반응은 금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잇단 소아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전문의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성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5가지 권고안을 14일 마련했다.
성폭력 피해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권고수칙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권고안은 성폭력 피해 당사자인 아이들의 대처 요령과 사건의 사회적 이슈화, 사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태도,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 아동 성폭력 사건, 알려지는 게 바람직 = 미국의 경우 일어난 아동 성폭력 사건 중 10%만이 타인에게 인지가 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성적인 문제에 대해 쉬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학회의 추정이다.
따라서 최근의 빈번한 `아동 성폭력'' 보도가 실제 아동 성폭력의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오히려 사회나 어른들이 이전에는 관심을 덜 가졌던 아이들의 인권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일부 공론화가되고 있는 것으로 학회는 보고 있다.
학회 서천석 홍보이사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아동의 인권은 더욱 나아지고 성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 "2008년 대구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2009년 조두순 사건, 2010년 김길태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아동 성폭력의심각성이 알려진 만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는 가급적 공론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아동 성폭력, 과장된 반응은 금물 = 하지만 성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피해 아동의 주변 사람들은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심정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이차적인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의 안정된 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 특히 가까운 가족들의 태도에 의해 사건의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폭력을 당한 아이의 잘못을 탓하거나 `쉬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깊은 수치심과 자신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학회 반건호 이사장(경희대병원)은 "부모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불안한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거나, 상황 판단이 정확지 않은데도 적개심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다그쳐 묻기도 한다"면서 "10세 이하 아동은 성적인 의미를 명확히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부모가 이처럼 심각한 반응을 보이면 아이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이의 성폭력 피해로 당황스럽다면 전국 각지에 설치돼 있는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대응방법을 상담하거나,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가 지켜줄 수 있다"는 말을 통해 아이를 지지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학회는 권고했다.
◇ 아동 성폭력 대처..아동의 안전이 우선 = 학회는 성폭력을 다루는 언론에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했다. 사건을 너무 자세히 다뤄서 사건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한익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보도를 통해 위치가 짐작되고, 한 여자아이가 그날 결석을 했다면 그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네가 당한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게 된다"면서 "이는 성범죄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더 큰 상처가 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또한 ▲성범죄가 발생한 이후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아동의 인적 사항 조회를 위해 학교를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행동 ▲집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동의 집이 범죄현장처럼 노란 줄이 쳐진 채 공개가 되는 것 등도 막아야 한다고 학회는 당부했다유 교수는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안전"이라며 "경찰 조사에서도 성폭력은 법률적인 부분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과 같은 의료적인 부분이 공존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학회는 사회적 관심이 사건의 발생 여부보다 사건을 인지한 뒤 어떻게 처리했느냐는 부분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자에 대한 비난보다는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고 그 후 처리 과정을 돌아보며 제도를 개선시키는 방향이 돼야 아이들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보호받아야 한다 = 무엇보다 12세 이하 아동을 장시간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선진국에서는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을 혼자 두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로 간주돼 관련 기관에 신고될 수 있으며, 부모가 조사를 받는다.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아이를 혼자 두지 마세요''라는 공익 광고가 시작됐지만, 이런 캠페인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여러 사건에서 보듯 모르는 사람에게 일회성으로 벌어지는 아동 성폭력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진 교수(일산백병원)는 "가까이에서 보호 감독할 사람이 없는 많은 저소득층 아이들은 나쁜 어른들에게 노출된 게 현실"이라며 "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재의 아동 성폭력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희생자들의 눈물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 부모와 자녀의 좋은 관계가 성폭력 피해 예방에 중요 =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수록 가정 내 성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가정에서의 가장 좋은 성교육은 발달 연령에 맞춰 부모가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것이다. 아직도 많은 부모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한다. 이 경우 부모는 단순히 성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성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정운선 교수(경북대병원)는 "인간은 성적 존재인 만큼 부모가 먼저 건강한 성에대해 올바른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아동은 자연스럽게 성을 습득하게 된다"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아동이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부모에게 조기에 도움을 청하지 않아 조기개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마지막으로 ▲아이는 혼자 두지 않는다 ▲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함부로 만지고, 안거나, 뽀뽀할 수 없다 ▲아이의 이야기는 일단 믿는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면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큰 처벌을 받는다는 등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고 재차 강조했다.또 만약 주변에 성폭력을 당한 아이가 있다면 우리 모두는 ▲넌 참 괜찮은 아이란다 ▲넌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란다 ▲네 잘못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의 말로 위로해줘야 한다고 학회는 덧붙였다.
bio@yna.co.krhttp://blog.yonhapnews.co.kr/scoopki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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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잇단 소아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전문의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성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5가지 권고안을 14일 마련했다.
성폭력 피해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권고수칙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권고안은 성폭력 피해 당사자인 아이들의 대처 요령과 사건의 사회적 이슈화, 사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태도,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 아동 성폭력 사건, 알려지는 게 바람직 = 미국의 경우 일어난 아동 성폭력 사건 중 10%만이 타인에게 인지가 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성적인 문제에 대해 쉬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학회의 추정이다.
따라서 최근의 빈번한 `아동 성폭력'' 보도가 실제 아동 성폭력의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오히려 사회나 어른들이 이전에는 관심을 덜 가졌던 아이들의 인권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일부 공론화가되고 있는 것으로 학회는 보고 있다.
학회 서천석 홍보이사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아동의 인권은 더욱 나아지고 성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 "2008년 대구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2009년 조두순 사건, 2010년 김길태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아동 성폭력의심각성이 알려진 만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는 가급적 공론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아동 성폭력, 과장된 반응은 금물 = 하지만 성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피해 아동의 주변 사람들은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심정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이차적인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의 안정된 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 특히 가까운 가족들의 태도에 의해 사건의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폭력을 당한 아이의 잘못을 탓하거나 `쉬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깊은 수치심과 자신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학회 반건호 이사장(경희대병원)은 "부모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불안한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거나, 상황 판단이 정확지 않은데도 적개심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다그쳐 묻기도 한다"면서 "10세 이하 아동은 성적인 의미를 명확히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부모가 이처럼 심각한 반응을 보이면 아이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이의 성폭력 피해로 당황스럽다면 전국 각지에 설치돼 있는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대응방법을 상담하거나,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가 지켜줄 수 있다"는 말을 통해 아이를 지지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학회는 권고했다.
◇ 아동 성폭력 대처..아동의 안전이 우선 = 학회는 성폭력을 다루는 언론에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했다. 사건을 너무 자세히 다뤄서 사건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한익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보도를 통해 위치가 짐작되고, 한 여자아이가 그날 결석을 했다면 그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네가 당한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게 된다"면서 "이는 성범죄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더 큰 상처가 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또한 ▲성범죄가 발생한 이후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아동의 인적 사항 조회를 위해 학교를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행동 ▲집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동의 집이 범죄현장처럼 노란 줄이 쳐진 채 공개가 되는 것 등도 막아야 한다고 학회는 당부했다유 교수는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안전"이라며 "경찰 조사에서도 성폭력은 법률적인 부분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과 같은 의료적인 부분이 공존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학회는 사회적 관심이 사건의 발생 여부보다 사건을 인지한 뒤 어떻게 처리했느냐는 부분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자에 대한 비난보다는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고 그 후 처리 과정을 돌아보며 제도를 개선시키는 방향이 돼야 아이들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보호받아야 한다 = 무엇보다 12세 이하 아동을 장시간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선진국에서는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을 혼자 두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로 간주돼 관련 기관에 신고될 수 있으며, 부모가 조사를 받는다.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아이를 혼자 두지 마세요''라는 공익 광고가 시작됐지만, 이런 캠페인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여러 사건에서 보듯 모르는 사람에게 일회성으로 벌어지는 아동 성폭력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진 교수(일산백병원)는 "가까이에서 보호 감독할 사람이 없는 많은 저소득층 아이들은 나쁜 어른들에게 노출된 게 현실"이라며 "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재의 아동 성폭력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희생자들의 눈물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 부모와 자녀의 좋은 관계가 성폭력 피해 예방에 중요 =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수록 가정 내 성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가정에서의 가장 좋은 성교육은 발달 연령에 맞춰 부모가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것이다. 아직도 많은 부모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한다. 이 경우 부모는 단순히 성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성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정운선 교수(경북대병원)는 "인간은 성적 존재인 만큼 부모가 먼저 건강한 성에대해 올바른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아동은 자연스럽게 성을 습득하게 된다"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아동이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부모에게 조기에 도움을 청하지 않아 조기개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마지막으로 ▲아이는 혼자 두지 않는다 ▲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함부로 만지고, 안거나, 뽀뽀할 수 없다 ▲아이의 이야기는 일단 믿는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면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큰 처벌을 받는다는 등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고 재차 강조했다.또 만약 주변에 성폭력을 당한 아이가 있다면 우리 모두는 ▲넌 참 괜찮은 아이란다 ▲넌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란다 ▲네 잘못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의 말로 위로해줘야 한다고 학회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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