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역내일 2010-07-14
신문로칼럼_신동원

2009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논란
신동원(휘문고, 전국학부모지원단 대표)
집을 지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설계도이다. 설계도에 따라 짓다보면 한옥이 완성되기 하고, 양옥이 완성되기도 한다. 건설 현장의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치다 보면 21세기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도 있고, 인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룬 홍익인간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이며, 이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교원의 수급 및 배치, 학교 환경 및 시설, 대입 수학능력시험 등 대입 전형이 교육과정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변경 자체가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나 다름없다.
지금 학교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택 중심 교육과정인 7차 교육과정이 현재 고등학교 1학년까지만 적용되고, 내년부터 입학하는 중·고등학생은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2009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집중 이수제’이다. 집중 이수제는 기존 학기당 10~13과목씩 이수하던 것을 8과목 이내로 과목 수를 대폭 줄인 것인데, 이것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거의 모두는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다. 때문에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을 배우는데 80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자. 학생과 교사 입장에서 ‘하루에 5시간씩 16일 만에 끝내는 것이 효과적일까? 하루에 1시간씩 80일 동안 끝내는 것이 효과적일까?’를 고민하는 게 일선 학교의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후자가 효과적이라 하여 한 과목을 2학년과 3학년, 또는 1학기와 2학기로 펼쳐놓고 가르쳤다. 그러나 한 학기에 8과목 이하를 편성해야 하는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교과부는 과목 수를 줄임으로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고, 과목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학습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기 당 이수과목 수를 줄였다고 해서 학습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학습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학습량은 시험 범위로 결정되는데, 과목 수가 줄어들면 각 과목의 시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시험 범위는 늘어난다. 따라서 전체 시험범위는 변함이 없으므로 실제 학습량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반대로 과목 당 시험범위가 교과서만 60쪽이 넘는다면, 성적이 부진하거나 해당 과목에 흥미나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시험공부 자체를 포기할 여지만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을 더 부풀릴 수도 있다. 2학년 때 끝난 과목을 3학년 말이 되어 수능이나 대학별고사를 준비할 때,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의 힘을 빌리려 할 것이다. 물론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나 EBS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의 변칙 운영이 조장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1학기에 ‘사회문화’, 3학년 2학기에 경제 과목이 편성되었다면, 수능에 임박한 3학년 2학기에는 ‘경제’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한 ‘사회문화’를 가르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담임교사의 학급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 이수제로 담임교사가 1학기에는 수업을 담당하지만 2학기에는 담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과 교실제 등으로 담임은 교과교실에 상주하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마다 교실을 옮겨 다니느라 담임과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어들었다. 담임교사가 자기 학급 수업까지 하지 않는다면 담임과 학생의 사이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학생과 고등학생 중에는 현실적으로 학습지도보다 생활지도가 더 필요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일선학교에 재량권을 대폭 넘겨준 교육과정이다. 일반계 고교는 3년간 이수 단위 204단위 중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를 포함하여 88단위를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공사립 자율고 등은 최대 132단위까지 학교와 학생에게 재량권이 주어진다. 학교마다 학생마다 다른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받게 되므로 다양한 학교, 다양한 인간상을 추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이러한 다양성이나 자율성과 관계없이 학기당 몇 개 과목으로 딱 잘라 강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학교의 실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학기당 이수 과목 수도 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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