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에서 길을 찾다 - 성스러운 피(1989)

공포 뒤에 은밀히 스며드는 연민

지역내일 2010-07-23
바야흐로 여름 복판이다. 뭐 이리 더딘 것이냐 몇 마디 투덜거렸을 뿐인데 작심하고 덤벼든다. 한낮 길가에 물 담아 냄비 내다 놓으면 라면도 끓이겠다. ‘여름인데 더워야지, 뭘 더 바라냐’ 계절은 아쉬울 거 없다는 듯 눅지근하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키 클 수은주 한탄스러울 날, 이제부터다.
이럴 때는 한 순간 체온 확 급강하시킬 공포영화가 제격. 하지만 일단 찌르며 시작해 피로 칠갑하는 영화는 영 비위에 안 맞는다면 색감과 음악과 스토리가 고상(취향에 따라서는 덜 고상할 수도 있다)하게 어우러져 시간 지날수록 기분 착잡해지는 <성스러운 피>가 좋겠다. 참 오래 전이어서 이제는 줄거리도 가물거리지만 충격적인 영상만큼은 고스란히 떠오르는 영화다.
<성스러운 피>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1989년 작.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기과한 미장센과 쉽사리 따라잡기 어려운 내용으로 전 세계 컬트 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이 그나마 일반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기괴한 종교집단의 교주 어머니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피닉스는 둘의 도가 지나친 싸움(외도를 한 남편에게 황산을 들이붓고 그런 부인의 양팔을 자르는 걸 그저 싸움이라고만 해도 되나)을 목격한 후 정신이상이 된다. 그리고 한참 후, 그는 양팔이 없는 어머니의 팔이 되어 마임쇼를 한다. 문제는 그 이면. 그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여자를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엽기적으로 살해한다. 이미 피닉스의 손은 그의 것이 아니다. 의지와는 다르게 어머니의 뜻을 따른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이런 피닉스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으니 어릴 적 감정을 나눴던 소녀 알마. 알마는 과연 피닉스를 구원할 수 있을까.
<성스러운 피>는 절로 눈 질끈 감게 하는 기묘한 영상, 난해한 스토리까지 참 불편한 영화다. 고스란히 흡수되는 피닉스의 안타까움이라니…. 그러니 마지막의 반전이 기도 막히면서 이제야 벗어날 수 있어 밝아지는 그의 표정에 마음이 놓인다.
보는 동안은 조마조마하고 보고나서는 생각할 것 많아 머리 산란한 영화은 길고 긴 이 여름밤 후딱 보낼 수 있게 하는 최고의 파트너다. 비극적인 영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아름다운 OST도 영화 감상의 포인트. 그리고 덧붙일 한 마디.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맙시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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