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배심제 채택과 검찰의 신뢰회복
김관기 변호사
얼마 전 검찰이 채택하겠다고 밝힌 기소배심(대배심)제 하에서는 검사가 주요 사건의 공소 제기를 위하여는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죄 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공판이 열렸을 때 법원의 배심(소배심)원들의 몫이기에, 검찰의 기소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배심원들이 검찰이 공소제기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닌 지 즉 본래 형사절차가 추구하여야 할 진정한 죄인을 처벌한다기보다는 예를 들어 정치적인 동기에서나 청탁에 의한 수사와 기소가 아닌 지를 가려낼 것이다.
형식적인 범죄 성립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사의 적정성까지 인민주의적인 심사를 통하여 담보하고자 할 필요성은 부당한 청탁이나 정치적 동기에 근거한 표적수사를 당하였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표출되고 있는 점에서 드러난다. 세상에 형법과 형사소송법대로 진행되는 수사와 기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법률전문가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사건을 배척하는 기개를 가진 법원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검찰권을 견제할 장치는 일반인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의사결정 밖에 없다.
어쩌면 기소배심원들은 과거 고위 공직자들의 기준에 비하면 코 묻은 푼돈에 불과한 뇌물을 받았다고 야당의 거물 정치인을 기소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고, 재건축사업에 협조하지 않던 토지소유자가 남보다 조금 비싸게 토지를 매각한 세칭 알박기를 부당이득이라고 기소하거나, 대기업의 요구에 저항하다가 체념하고 생산시설을 대기업이 주장하는 헐한 시세보다 비싸게 매각한 중소기업자를 공갈죄로 기소하는 것과 같은 코메디도 막을 수 있다. 기소의 남용을 유발할 자가 누구이겠는가. 집권자이고, 가진 자들일 것이다. 야당이나 가지지 못한 자들이 검찰권의 남용을 일으킬 정도의 실력이 있겠는가? 소외된 자의 청탁이 주효할 리가 없다. 기소배심제는 그런 면에서 사회적 정의감에도 확실히 부합한다. 이에 반하여 시민의 정치적 여론에 둔감한 권력기관은 무엇이든지 가능한 파쇼적, 전체주의적인 행태의 권력으로 진화한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은 진리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만들어낸다.
물론 기소배심제는 양날의 칼이다. 일단 기소배심의 승인을 얻으면 검찰권이 외부적 압력에 의하여 남용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부터는 면제될 것이기에, 과거 뇌물을 받은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공직자가 당당하게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는 불합리도 줄게 될 것입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검찰을 위한 길임을 인지하였기에 조직의 총수가 제안하였겠지만, 우리 조직 문화에서 이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아무리 유명 정치인에 대한 뇌물 사건의 무죄판결이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한 인사와의 지나친 친교를 이유로 일부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사태 같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의 계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권력을 쥐고 있는 집단에서 스스로 기소권을 제한하는 장치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내부의 반발을 억누르고서라도 실행하고자 하는 개혁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기소배심제가 주는 번거로움이 있다. 배심원을 모아야 하고 또 수사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 비용은 예를 들어 정형적인 사건은 심리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것이고, 기소배심제가 줄여줄 수 있는 기소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신용카드회사의 청탁에 의하여 연체자를 모두 사기범으로 규정하는 식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안을 대량 기소하여 죄인을 만드는 일로 할 일을 늘리고, 일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또 다시 자리를 늘리고, 그 자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일을 또 늘리는 식의 관료주의적 제국형성이 부과하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기소배심제의 발상이 현재의 검찰에서 나왔다고 하여 폄하할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도 반발했겠지만 결단을 내린 검찰 지도부의 합리성에 박수를 보내지만, 절대권력이 스스로를 억제하겠다는 말의 신빙성이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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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기 변호사
얼마 전 검찰이 채택하겠다고 밝힌 기소배심(대배심)제 하에서는 검사가 주요 사건의 공소 제기를 위하여는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죄 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공판이 열렸을 때 법원의 배심(소배심)원들의 몫이기에, 검찰의 기소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배심원들이 검찰이 공소제기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닌 지 즉 본래 형사절차가 추구하여야 할 진정한 죄인을 처벌한다기보다는 예를 들어 정치적인 동기에서나 청탁에 의한 수사와 기소가 아닌 지를 가려낼 것이다.
형식적인 범죄 성립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사의 적정성까지 인민주의적인 심사를 통하여 담보하고자 할 필요성은 부당한 청탁이나 정치적 동기에 근거한 표적수사를 당하였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표출되고 있는 점에서 드러난다. 세상에 형법과 형사소송법대로 진행되는 수사와 기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법률전문가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사건을 배척하는 기개를 가진 법원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검찰권을 견제할 장치는 일반인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의사결정 밖에 없다.
어쩌면 기소배심원들은 과거 고위 공직자들의 기준에 비하면 코 묻은 푼돈에 불과한 뇌물을 받았다고 야당의 거물 정치인을 기소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고, 재건축사업에 협조하지 않던 토지소유자가 남보다 조금 비싸게 토지를 매각한 세칭 알박기를 부당이득이라고 기소하거나, 대기업의 요구에 저항하다가 체념하고 생산시설을 대기업이 주장하는 헐한 시세보다 비싸게 매각한 중소기업자를 공갈죄로 기소하는 것과 같은 코메디도 막을 수 있다. 기소의 남용을 유발할 자가 누구이겠는가. 집권자이고, 가진 자들일 것이다. 야당이나 가지지 못한 자들이 검찰권의 남용을 일으킬 정도의 실력이 있겠는가? 소외된 자의 청탁이 주효할 리가 없다. 기소배심제는 그런 면에서 사회적 정의감에도 확실히 부합한다. 이에 반하여 시민의 정치적 여론에 둔감한 권력기관은 무엇이든지 가능한 파쇼적, 전체주의적인 행태의 권력으로 진화한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은 진리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만들어낸다.
물론 기소배심제는 양날의 칼이다. 일단 기소배심의 승인을 얻으면 검찰권이 외부적 압력에 의하여 남용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부터는 면제될 것이기에, 과거 뇌물을 받은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공직자가 당당하게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는 불합리도 줄게 될 것입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검찰을 위한 길임을 인지하였기에 조직의 총수가 제안하였겠지만, 우리 조직 문화에서 이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아무리 유명 정치인에 대한 뇌물 사건의 무죄판결이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한 인사와의 지나친 친교를 이유로 일부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사태 같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의 계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권력을 쥐고 있는 집단에서 스스로 기소권을 제한하는 장치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내부의 반발을 억누르고서라도 실행하고자 하는 개혁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기소배심제가 주는 번거로움이 있다. 배심원을 모아야 하고 또 수사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 비용은 예를 들어 정형적인 사건은 심리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것이고, 기소배심제가 줄여줄 수 있는 기소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신용카드회사의 청탁에 의하여 연체자를 모두 사기범으로 규정하는 식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안을 대량 기소하여 죄인을 만드는 일로 할 일을 늘리고, 일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또 다시 자리를 늘리고, 그 자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일을 또 늘리는 식의 관료주의적 제국형성이 부과하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기소배심제의 발상이 현재의 검찰에서 나왔다고 하여 폄하할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도 반발했겠지만 결단을 내린 검찰 지도부의 합리성에 박수를 보내지만, 절대권력이 스스로를 억제하겠다는 말의 신빙성이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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