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용인 시민단체 중심으로 모니터단 가동
… 방청만으로도 의회 감시 역할 톡톡
6·2 지방선거 이후 지방 ‘곳간’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 첫 포문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7월 한 달을 뜨겁게 달궜던 성남시. 이재명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부자 도시 성남 시민’들은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또 한편에서는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 갖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주민 참여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성남·용인 의정 감시 모니터 활동을 통해 알아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성남시-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시정·의정 감시 중요성 확인■ 성남시민단체연대회의_ 여성·복지·환경 등 분야별 의정 감시 모니터 진행
모라토리엄으로 이슈가 되었던 성남시에도 모니터단을 꾸려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성남참여연대) 황성현 사무국장은 “1995년부터 시·의정 감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해왔다”고 전한다. 하지만 지난 제5대 성남시의회 활동기간에는 의정 감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4년간 시의회 방청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시민의 권리인 방청권이 아예 무시됐던 거죠. 할 수 없이 의회 속기록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감시 역할에 한계가 있었죠.”
방청불가에 대한 항의도 여러 번 했으나 돌아온 답은 공간의 협소함으로, 새 청사로 이사 이후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방청이 거부됐다. “시의원들의 편의주의,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의회 행정 등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의회 회의실 안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만 촬영을 하지 않으니 밖에서도 볼 수가 없었어요. 성남시의회만 방청을 못하게 한 대표적인 의회 후진성을 보여 주었던 거죠.”
그런 어려움이나 한계 속에서 의회 속기록을 토대로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던 성남참여연대는 새로 구성된 집행부와 제6대 시의회 의정활동에서는 원만한 모니터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 말부터 예산학교를 열어 세입, 세출, 예산 낭비사례 등을 배우고 지역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출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제정 운동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 성남여성의전화_ 주부, 여성의 시각으로 시의회 살림살이 감시
‘성남여성의전화’에서도 여성과 주부의 시각으로 시의회를 모니터하고 평가하는 활동을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남여성의전화 김선숙 사무국장은 “주부들이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다”며 “주로 분당 거주 40대 후반부터 50대 주부들로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은 주부들의 참여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시민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정치, 의회를 감시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요. 지방 자치는 지역의 살림살이와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주부들도 참여를 통해 시의회 살림살이를 알아야 하고 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인지 처음엔 어려워하던 주부들도 몇 번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제안들을 내놓는 등 모니터링에 활기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예산이 잘 쓰이기 위해서는 주부들이 시의회 회의에 참석해 방청하는 것만으로도 의원들에게 압박이 된다며 의정 감시 활동에 많은 참여를 권유했다.
Tip 성남시 의정 감시 모니터에 참여하려면?
성남참여연대에서는 ‘의정지기 시민학교 개설’을 통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 및 주민참여, 의정지기의 필요성, 성남시의회의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한 교육 강좌를 개설해 진행한다. 수료 후에는 구별, 동별 모임을 만들어 시의회 방청활동(모니터)을 전개하고 있다.
주로 자원봉사활동으로 진행되며 사전 교육을 통해 의정 감시 모니터 단으로 활동할 수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성남시민이면 누구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활동에 따라 자원봉사 점수와 중식비 등이 지원된다.
한편 성남여성의전화,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성남환경운동연합 등 7~8개 단체가 연대한 ‘성남사회단체연대’는 9월부터 여성, 환경, 장애인, 복지 등 각 분야별 모니터링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니터 활동가를 수시 모집하고 있다.
문의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시의정감시모니터링단 031-702-9464
성남여성의전화 의정감시모니터링단 031-751-2050
용인시-의정감시활동에 지역 주부들 적극적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_ 타 지방에서 벤치마킹 하는 의정 감시 활동 모범사례
용인시는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용인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지난 6년간 꾸준히 의정 감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다.
용인참여연대의 박진숙씨는 “주부들이 처음에는 의회 진행 방식이나 내용을 몰라 겁도 내지만 직접 와서 방청하고 모니터링 해보고는 시각의 변화를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여성이 지방 자치에 왜 필요한지, 집안 살림살이를 꼼꼼해 해왔던 주부들이라면 더욱더 관심을 갖고 보세요. 그러면서 시의원으로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요.”
특히 지난 6년간 주부들의 꼼꼼한 모니터링 덕분에 다른 시도 시민단체에서 벤치마킹도 자주 하는 등 의정 모니터링 활동에 교과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전한다.
모니터링 이후에는 총평을 단체 홈페이지와 시의회에도 올려놓아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게시 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의원들에게 ‘베스트의원상’을 수여하기도 하고 회의장에서 일어난 재미난 에피소드와 황당 질문 등 모니터단의 세심한 관찰 기록이 돋보인다. 특히 모니터단의 기록을 통해 용인시에서 일어나는 의회 행정 전반을 쉽게 알 수 있어 소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박진숙씨는 “주로 11월에 열리는 2차 정례회(다음해 예산이 확정되는)에서 모니터링 단이 피크를 이룬다”며 “주부 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학생들이 함께 시의회를 방청하고 방문해보는 것도 지방 자치와 민주주의를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ip 용인시 의정 감시 모니터 활동에 참여 하려면?
의정감시 모니터 단을 운영하는 각 시민단체의 모집공고를 보고 참여 하면 된다. 주로 매년 7월과 11월에 열리는 정례회를 앞두고 모니터 모집이 진행된다.
문의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 시의정감시 모니터링단 031-285-7247
용인 YMCA 시의정감시 모니터링단 031-265-7676
Mini Interview -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모니터 유진선씨
“지역 살림살이 꼼꼼히 챙기는 일 보람있어요”용인시 한해 예산이 1조 5천억 원 정도예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죠.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낭비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주체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납세주권의 시대’잖아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하려면 시민들의 감시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좋은 상호작용이 일어나죠. 시의원들은 시민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고 지역 주민들은 시의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며 격려와 감시를 하는 것이죠.
저는 지난 6년간 시·의정 모니터링을 해왔어요. 시민단체인 용인참여연대에서 활동을 하면서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배워갈 수 있었죠.
처음엔 의원들의 출결사항부터 체크했어요. 지역 주민들을 대표해 선출된 분들이 출결상태가 부실하면 기본이 안된 거니까요. 또 회의 중간에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이석이 많아서 그것도 체크했죠. 모니터활동에 필요한 평가 시트를 만들어 활용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처음엔 어렵고 잘 모르는 게 많지만 의회 모니터로 한두 번만 들어가 보면 용인시의 전반적인 행정, 돈의 쓰임, 낭비 등을 잘 알게 됩니다. 시의원들이 실천 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일괄되게 운영하는지. 또 타당한지, 각 위원회별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죠.
그래서 방학이 되면 청소년이나 대학생들도 모니터 단으로 참여하는데 의회의 구성이나 역할, 시의원들의 활동 내용을 알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교육장이 되고 있어요.
본회의장 준수 사항만 지키면 누구라도 방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아이와 함께 올바른 자치 역량을 갖게 되는 거죠. 일상을 살기가 바쁘고 동네 돌아가는 것을 알기가 어려운데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일 잘 알 수 있는 교실이 바로 시의회 회의장입니다.
사실 처음엔 시의원들이 일반 주부들이 우리를 평가할 수 있느냐 불편함을 드러내곤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어떻게 해야 의원활동을 잘 할 수 있을지, 지역 주민에게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우리 모니터 단에게 물어오곤 하죠.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해요.
개인적으로는 동네에 작은 일 해결하는데 여러 날이 걸렸는데 모니터 활동을 하고 나서는 시청 어느 부서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해결과정이 빨라졌어요. (웃음)
알아봅시다 _ 의정 감시 모니터란?
지방의원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회의원들이야 TV를 통해서라도 접할 기회가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의원은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
그러나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을 한다. 오히려 주민들의 요구를 잘 수렴해서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면 국가에서 못하는 일을 지역에서 할 수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의원들이 다루는 예산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아무리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고 해도 2000억 원 이상의 일반회계 예산과 수백억원대의 특별회계예산과 기금을 다룬다.
성남시의 한해 예산은 1조 7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시의회가 집행부인 시청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회 방청을 통해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일은 꼭 필요한 주민자치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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