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외교관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특수성 때문에 공무원 중에서도 예외조항을 적용받는 사례가 있다. 반면 여행이 자유화되고 외국과 교류가 늘면서 외교부에 대해 ‘문턱이 높다’, ‘특권의식이 있다’ 등 불만도 쏟아진다. 과연 외교(관)는 특수한 집단이 모여사는 별세계인가. 일반인이 갖고 있는 외교(관)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시리즈로 풀어본다.
‘순혈주의’ 비판 탓에 칼질 난무 … 하반기 새 제도 확정
바야흐로 고시제도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정부시안으로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가 발표되더니 지난 8월 12일에는 행정안전부가 파격적인 ‘공무원제도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외시 순혈주의’라는 비아냥은 외교관 선발제도가 다른 고시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생겨난 표현이다.
1949년부터 시작된 고등고시는 1953년부터 제1부(일반행정), 제2부(재정), 제3부(외무), 제4부(교육행정)로 분리됐다. 외교관들이 ‘3부시절’이라고 부르던 때다. 그러다 1968년 제1회 외무고시라는 이름으로 별도 선발하면서 현재의 제도로 자리잡았다.
타부처 공무원들이 외교관들을 상대로 ‘뻣뻣하다’, ‘협조가 잘 안된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같은 5급 공무원인데도 외교관만 별도의 제도로 선발하면서 생긴 오해일 가능성이 많다. ‘순혈주의’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잦은 해외근무와 업무특성상 타부처와 교류가 적어 서로 살갑지 않은데다 외교관만 1~14등급제로 나눠 ‘잘난 척한다’는 오해도 받는다.
이 때문에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행정고시 3부시절로 되돌아가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벗는 길 아니냐”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고시의 전반을 뜯어고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
지난 5월 발표된 ‘새 외교관 선발제도’는 기존 외시를 1단계 외교관 선발시험(기본자격조건→약식필기→심층면접)과 2단계 외교아카데미 교육으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순혈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전형 외에도 영어 및 제2외국어, 기능·분야별 전문가(에너지·통상·군축·환경·개발·국제법·지역) 전형으로 선발문호도 넓혔다. 1년간 외교아카데미를 통한 집중 교육을 실시해 ‘길러지는 외교관’에 초점을 맞췄으며 최종 임용자는 50~55명으로 종전보다 그 숫자를 늘렸다.
하지만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새로 도입될 제도를 바라보는 걱정어린 시선이 없지 않다. 이름만 ‘외교아카데미’로 바꿨을 뿐, 사실상 ‘제2의 외무고시’가 아니냐는 게 우선 지적된다. 오히려 외시 선발자는 중앙공무원연수원 과정에서 타부처 고시 합격자들과 어울리며 ‘동기생’을 맺을 수 있지만 아카데미는 그 기회조차 박탈당해 외교부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발방식이 심층면접과 전과정 영어교육으로 변경되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 식의 고시합격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몸에 밴 외국생활과 능숙한 외국어실력 덕분에 외교관·해외주재원 자녀들이 가장 합격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괜한 우려가 아니다. 행시 개편과 더불어 현대판 음서제(귀족세습)라고 불리는 이유다.
외교부는 16일 자료를 내고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을 외교아카데미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해 정부안 확정을 위해 관계부처와 최종 협의중”이라며 이를 위해 법 개정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새 외교관 선발제도가 확정될 전망이지만 기존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순혈주의’ 비판 탓에 칼질 난무 … 하반기 새 제도 확정
바야흐로 고시제도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정부시안으로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가 발표되더니 지난 8월 12일에는 행정안전부가 파격적인 ‘공무원제도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외시 순혈주의’라는 비아냥은 외교관 선발제도가 다른 고시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생겨난 표현이다.
1949년부터 시작된 고등고시는 1953년부터 제1부(일반행정), 제2부(재정), 제3부(외무), 제4부(교육행정)로 분리됐다. 외교관들이 ‘3부시절’이라고 부르던 때다. 그러다 1968년 제1회 외무고시라는 이름으로 별도 선발하면서 현재의 제도로 자리잡았다.
타부처 공무원들이 외교관들을 상대로 ‘뻣뻣하다’, ‘협조가 잘 안된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같은 5급 공무원인데도 외교관만 별도의 제도로 선발하면서 생긴 오해일 가능성이 많다. ‘순혈주의’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잦은 해외근무와 업무특성상 타부처와 교류가 적어 서로 살갑지 않은데다 외교관만 1~14등급제로 나눠 ‘잘난 척한다’는 오해도 받는다.
이 때문에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행정고시 3부시절로 되돌아가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벗는 길 아니냐”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고시의 전반을 뜯어고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
지난 5월 발표된 ‘새 외교관 선발제도’는 기존 외시를 1단계 외교관 선발시험(기본자격조건→약식필기→심층면접)과 2단계 외교아카데미 교육으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순혈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전형 외에도 영어 및 제2외국어, 기능·분야별 전문가(에너지·통상·군축·환경·개발·국제법·지역) 전형으로 선발문호도 넓혔다. 1년간 외교아카데미를 통한 집중 교육을 실시해 ‘길러지는 외교관’에 초점을 맞췄으며 최종 임용자는 50~55명으로 종전보다 그 숫자를 늘렸다.
하지만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새로 도입될 제도를 바라보는 걱정어린 시선이 없지 않다. 이름만 ‘외교아카데미’로 바꿨을 뿐, 사실상 ‘제2의 외무고시’가 아니냐는 게 우선 지적된다. 오히려 외시 선발자는 중앙공무원연수원 과정에서 타부처 고시 합격자들과 어울리며 ‘동기생’을 맺을 수 있지만 아카데미는 그 기회조차 박탈당해 외교부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발방식이 심층면접과 전과정 영어교육으로 변경되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 식의 고시합격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몸에 밴 외국생활과 능숙한 외국어실력 덕분에 외교관·해외주재원 자녀들이 가장 합격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괜한 우려가 아니다. 행시 개편과 더불어 현대판 음서제(귀족세습)라고 불리는 이유다.
외교부는 16일 자료를 내고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을 외교아카데미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해 정부안 확정을 위해 관계부처와 최종 협의중”이라며 이를 위해 법 개정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새 외교관 선발제도가 확정될 전망이지만 기존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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