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영화에서 길을 찾다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사랑 후에는 무엇이 남나요?

지역내일 2010-08-20
후일담은 쓸쓸하다. “내가 왕년에”로 시작하는 퇴역장군의 으름장은, 퇴기의 퇴락한 아름다움은 볼 때마다 허하다. 더구나 사랑이라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는 동화의 결말은 늘 의심스럽다. 진짜? 언제까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는데? 그 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래서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사로잡는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다.
남편 루디(엘마 베퍼)가 암 선고를 받은 후 트루디(하넬로레 엘스너)는 그 사실을 숨긴 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둘의 여행을 계획한다. 베를린에 사는 자녀들을 보러 가지만 그저 상처뿐. 결국 그들은 발틱해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그 곳에서 예기치 않게 트루디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때부터 혼자 된 루디는 트루디를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는다.
사랑이라…. 언제 떠올려도 황홀하다. 몰입되는 마음과 조절할 수 없는 설렘에의 유혹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 후…. 어느 순간을 지나면 차분해지는 마음, 일상이 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밋밋해지고 너덜너덜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확인하게 된다.
한결같을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인간이니까. 늘 불같으면 그 삶 얼마나 고단한가. 그러니 너무 뜨거워 데이지도 않게 너무 차가워 베이지도 않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 거겠지. 공지영은 그의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사랑은 얻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얻고 난 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쉽다. 그게 어디 쉬운가.
그러니 사랑 후에 무엇이 남을까. 추억? 글쎄…. 사랑은 명사의 이름을 빌려 쓴 동사. 사랑할 때에만 의미가 만들어지는 행위 그 자체다. 함께 할 때 그 의미는 가장 아름답다. 추억조차도 함께 할 때 빛을 발한다. 하나인 줄 알았건만 둘임을 깨달을 때, 어쩌면 나인 듯 여겨졌던 상대가 타인으로 보이는 순간 사랑은 기한 만료다. 타인이 되어버리면,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고작 고정되어 있는 각자의 시선이기에.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나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제각기 다른 정의일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서 다시. 사랑 후에 남는 것은? 그러니까 일상으로 스며들어 생활이 되어버린 공기 같은 것? 그럼에도 끝까지 걸어가 무엇이 남는 지를 확인하고 싶어지니….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랑을 이야기하나 보다. 참 질기기도 하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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