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산림청녹색사업단 공동기획-녹색미래, 숲에서 답을 찾다]제주 사려니숲길

‘소리나는 양탄자’ 송이밭을 걸어보세요

지역내일 2010-08-31 (수정 2010-08-31 오후 5:19:37)

제주 속살 드러낸 ‘사려니숲길’
‘놀멍 쉬멍 걸으멍’해야 제 맛

놀멍 쉬멍 걸으멍…. 놀고 쉬고 걸으면서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이름만큼이나 고운 자태를 뽐내는 사려니숲길을 걸을 땐 ‘놀멍 쉬멍 걸으멍’ 이 제 맛이다.
올레길이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면 사려니숲길은 제주의 한 복판 울창한 숲을 가르는 길이다. 5·16도로(1131도로)를 타고 가다 비자림로(1112도로)로 꺾어들어 500m쯤 가다보면 사려니숲길 들머리를 만난다. 이곳에서부터 물찻오름과 한남시험림을 지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16㎞ 길이 사려니숲길이다.
사려니숲길은 아득한 옛날부터 제주 들녘을 호령하던 테우리(목동의 제주 방언)들과 사농바치(사냥꾼의 제주 방언), 화전민들과 숯을 굽는 사람들, 표고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다니던 길이다. 남원읍 사람들이 제주시로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제주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살아있는 길이다. 하지만 지금은 뭍 사람들에게도 넉넉한 제주의 품을 열어주고 있다.

테우리와 사농바치 걷던 길
사려니는 제주 방언 ㅅ+ㆍ+ㄹ(제주 사람들은 솔이라 발음한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신성한 숲속이란 뜻이다.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다. 그래서 한라산 쪽을 가리켜 안쪽이라고 한다. 사려니오름은 숲이 우거진 울창한 산 안쪽이라는 뜻의 ㅅ+ㆍ+ㄹ안(솔안)이란 말이 변형된 것. 인간 경계를 벗어난 깊숙한 산 안쪽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일반 탐방객들은 평소에는 사려니숲길 전 구간을 걸을 수 없다. 물찻오름 입구를 2.5㎞쯤 지나 만나는 한남시험림 일부 구간은 산림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다. 물찻오름 입구에서 성판악 주차장에 이르는 구간도 통제돼 지날 수 없다. 숲길 들머리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10㎞ 구간이 일반적인 탐방 코스다. 사려니오름에서 삼나무숲까지 이어지는 한남시험림 구간도 왕복 8㎞ 되는 숲길이다. 굳이 숲길 전 구간을 걷고 싶다면 1년에 한 번 봄마다 갖는 개방 행사를 기다려야 한다. 2009년엔 5월에, 올해에는 선거 때문에 6월에 각각 보름씩 개방됐다. 이때가 참꽃나무 꽃이 활짝 필 때다. 참꽃나무는 진달래과인데 분홍색의 진달래와 달리 붉은 빛을 띠는 제주에만 있는 꽃나무다.

제주 숲 속살을 보다
숲길 들머리를 들어서면서 독특한 발자국 소리에 귀가 즐거워진다.
숲길 대부분은 차 한 대쯤은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길에 분석(스코리아)이라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작은 알갱이들이 깔려있다. 제주 사람들이 ‘송이’라고 부르는 이 분석은 분출될 때 철의 산화상태에 따라 붉은 색이나 검은 색을 띤다. 물을 잘 흡수하는데 물을 촉촉이 머금은 상태에서 밟으면 ‘사각 사각’ 소리가 나 숲길 걷는 맛이 절로 난다. 한마디로 ‘소리 나는 양탄자’다.
사려니숲길은 온대낙엽수림 지역으로, 해발 500~600m의 완만한 구릉지를 따라 걷는 길이다. 임도를 따라 길을 내 큰 힘 들이지 않고 제주의 울창한 숲을 즐길 수 있다.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식생,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이 길의 중심에는 물찻오름이 있다. 백록담과 함께 몇 안 되는 담수호다. 원래 이 숲길은 물찻오름을 가기 위해 다니던 길이다. 하지만 물찻오름은 휴식년제로 2년째(올해 말까지) 출입이 통제돼 있다. 이 안타까움은 붉은오름으로 달랠 수 있다. 붉은오름은 제주 동부 지역의 전망대 구실도 제대로 한다.
비자림 숲길 들머리에서 붉은오름까지는 10㎞ 거리다. 보통 걸음으로 3시간쯤 걸린다. 여기에 붉은오름 탐방까지 더하면 1시간이 추가된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여름철에는 비자림~붉은오름 구간만 평일 700~800명, 주말에는 1500명 이상이 찾는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붉은오름(남조로)으로 이어지는 길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려니숲길의 참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사려니오름 구간을 추천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064-732-8222)가 관리하는 한남시험림 구간으로 사전 예약을 받은 후 한남리 출입구를 통해서만 탐방이 가능하다. 평일은 하루 100명, 휴일은 200명씩만 탐방이 허락된다. 탐방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산이 휴식하는 날, 탐방이 불가능하다.

사려니오름~삼나무숲 8㎞
탐방 구간 직선거리는 서성로(1119번 도로) 한남감귤가공공장에서 삼나무숲까지 2㎞ 정도지만, 사려니오름 구간과 삼나무전시림 구간을 포함해 걸을 수 있는 왕복 거리는 8㎞쯤 된다. 들어설 때는 사려니오름을 에돌아 삼나무숲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는 사려니오름을 올라 정상 전망대를 거쳐 내려오는 길이다. 3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 구간은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하는 한남시험림이다. 국내 최초로 숲을 가꾸는 시험림으로 국제 인증을 받은 곳이고, 멸종위기의 희귀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실제 한남시험림에서는 100년 전 백록담에서 발견되고 그동안 찾지 못했던 삼각산골조개가 2008년 발견됐다. 희귀종인 팔색조와 제주도롱용, 두점박이사슴벌레 등도 관찰된다. 으름난초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자생식물이다.
이 길 끝에는 1㎞ 가까운 탐방로를 갖춘 삼나무전시림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심은 80년 된 삼나무 1850그루가 자라는 삼나무숲이다. 키는 30m쯤 되고 세 사람이 팔 벌려 안을 만큼 아름찬 삼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사려니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전경도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남쪽으로 서귀포 바다와 섬들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산방산이 있고, 북쪽으로는 물찻오름이나 붉은오름 같은 교래리 오름 군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한남시험림의 울창한 숲이 초록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아름답게 펼쳐진다. 평탄한 벌판이 대부분인 다른 오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문의 : 제주도 녹지환경과(064-710-6764), 산림청 난대산림연구소(064-730-7272)
제주 =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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