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12살 소년 에브라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카카오 농사일을 돕는다. 그 마을에선 6살만 되면 카카오 농사를 짓는 일을 돕기 시작하는데 농사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또래 100명 중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3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온 식구들이 농사일에 매달려 번 돈으로는 쌀과 빵, 농약과 비료를 사는데 다 써버리기 일쑤이고 정작 카카오 농사를 짓는 그 아이들은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생산된 카카오 콩은 중개상들이 농부들한테 kg당 약 600~650세파프랑(약 1740~1885원)에 사들여 카카오 수출회사에 넘기고 수출회사들은 kg당 1950세파프랑(약 5655원) 선에 카카오 콩을 판다. 이런 카카오 콩을 사들인 다국적 식품 기업 등이 카카오 콩을 가공하여 초콜릿의 원료로 만들고, 원료와 초콜릿을 사서 다시 가공하여 완성된 초콜릿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공정무역협회는 카카오 생산자들의 수익이 초콜릿 가격의 5%라면, 초콜릿 회사와 무역 조직이 얻는 수익은 그 14배인 7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초콜릿 가격이 1천원일 때 농부들의 수익은 20원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공정무역이 이렇게 탄생했어요
우리가 평소에 흔히 먹고 마시는 초콜릿과 커피 속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저개발국의 원료와 상품 그리고 노동력을 헐값에 사들여 만들어낸 상품을 비싼 값에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는 불공정한 거래가 계속되어 저개발국의 생산자는 계속 빈곤해지는 무역구조는 선진국은 더욱 풍요롭게, 저개발국은 더욱 빈곤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불공정한 거래와 수입자 중심인 경제방식은 결국 무역의 이익이 생산자, 수입자, 유통자, 소비자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못하도록 하여, 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전 세계 무역량에도 불구하고 저개발국의 생산자들이 계속 빈곤해질 수밖에 없도록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저개발국의 어려운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무역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매한 제품을 선진국 소비자가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윤리적 운동으로 다국적 기업이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제공하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등장한 무역이다. 생산자들에게 시장 가격과 상관없이 협의를 통해 결정된 일정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경제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교육과 같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실제로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커피거래의 예로 ''아름다운 가게''의 ''아름다운 커피''를 들 수 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네팔 농부들에게서 직접 커피를 수입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네팔 농부들에게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400루피(이 금액은 네팔도매상이 수출하는 가격임)를 주고 커피를 사오고 있고 계약을 맺은 생산물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의 판매여부와 상관없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구매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7년 전부터 네팔 굴미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을 찾아 그곳에서 농가 한 가구당 커피묘목 50그루씩을 나누어주어 재배하게 하였고 커피조합을 조직하여 협동방식으로 함께 일하며, 현재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 40톤을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판매해서 생기는 이익금을 전액 네팔 생산지역의 청소년 장학금 등 지역발전에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이 지역의 농부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며 또한 경제상황에 관련 없이 마음 놓고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생활속의 공정무역
국내 공정무역 단체로는 행복한 나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그루'', 아름다운 가게, 한국 YMCA, 여성환경연대 등이 있다.
공정무역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공정무역가게 울림, 두레생협 에이피넷,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커피, 한국 YMCA의 Peace Coffee,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의 그루, 아이쿱 생협 자연드림 등 여러곳이 있다.
공정무역제품은 커피나 초콜릿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옷이나 패션소품, 수공예품, 올리브유, 설탕 등 여러 가지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제3세계 여성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공정무역 생산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최초 공정무역 패션브랜드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가 만드는 옷은 기계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끄럽지 않고 투박할 수도 있다. 제품마다 모양과 색깔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표백제나 형광제, 독성이 있는 염료를 사용하지 않아 몸에 이로운 제품들이다.
새로운 여행문화 ''공정여행''
여행이 다른 사람의 삶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公正)여행''도 새로운 여행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착한 여행이라고도 불리는 공정여행은 여행 과정에서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여행지의 삶과 문화, 자연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국내외에 걸쳐 공정여행 붐이 조금씩 일면서 전문여행사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걷기 여행 열풍을 불러온 제주 올레가 대표적인 공정여행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국내의 경우 ''인천 옹진군 굴업도로 떠나는 에코여행'', ''자연으로의 초대-영월 오지마을 여행'' 등의 공정여행 상품이 판매 중이며 ''중국 운남성 호도협 트레킹-나시족과 함께 차마고도를 걷다'', 말레이시아 쿠칭 지역에서 원주민과 숙식을 함께 하는 ''정글 올레 산소 트레킹'' 등 해외 공정여행 상품들도 있다.
장정희리포터 swtdream@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