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2일 서울고법 행정7부(곽종훈 재판장)는 경북 문경시 주민 A씨 등이 경북 문경시로 옮기려던 국군체육부대의 이전사업에 대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이전승인처분 일부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국방부는 2007년 4월 송파신도시 건설을 위해 성남시 수정구의 국군체육시설 부대를 경북 문경시 호계면 일대 148만 평방미터 부지에 이전하기로 결정해 고시했다.
A씨는 약 16만평이 정부에 수용당하게 되자 “정부가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2008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가지 점을 주목했다. 먼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토지주택공사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기 전에 국방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한 점이다. 토지공사는 국방부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고,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국방부는 설명회 하루전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국방부의 사업승인은)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둔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를 사업계획 승인 직후에 마침으로써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항변에 대해서 법원은 “주민들과의 협의내용을 계획안에 반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뿐만아니라 근본적으로 침해된 주민의 개별적 구체적 권리는 치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세 번째 쟁점은 ‘이미 사업이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점을 든 ‘사정판결’ 문제였다. 소송대상지는 체육부대 이전사업의 10.8%이며 나머지 89% 사업지역에서는 이미 토지를 수용하고, 벌목을 하는 등 택지개발이 상당정도 진행된 상태다. 국방부는 이같은 사정을 반영해 줄 것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근 주민의 개별적인 권리나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10.8%의 토지소유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국군체육부대 이전사업 전체가 무효라는 점을 적시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 사업계획 승인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면서 “(사업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 송기호 변호사는 “상당정도 사업이 진척되어 행정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라며 “4대강 사업 등 최근 들어 증가하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결정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수정 사건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정부가 패소했다.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진만 재판장)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금성출판사 근현대사교과서 수정명령이 부당하다는 저자들의 수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교과부의 수정명령은 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삼고 있으며, 이 규정은 검정을 위한 사전절차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법원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교과용도서심의회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교과부의 수정지시가 절차상 잘못이 있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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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고법 행정7부(곽종훈 재판장)는 경북 문경시 주민 A씨 등이 경북 문경시로 옮기려던 국군체육부대의 이전사업에 대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이전승인처분 일부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국방부는 2007년 4월 송파신도시 건설을 위해 성남시 수정구의 국군체육시설 부대를 경북 문경시 호계면 일대 148만 평방미터 부지에 이전하기로 결정해 고시했다.
A씨는 약 16만평이 정부에 수용당하게 되자 “정부가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2008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가지 점을 주목했다. 먼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토지주택공사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기 전에 국방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한 점이다. 토지공사는 국방부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고,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국방부는 설명회 하루전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국방부의 사업승인은)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둔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를 사업계획 승인 직후에 마침으로써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항변에 대해서 법원은 “주민들과의 협의내용을 계획안에 반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뿐만아니라 근본적으로 침해된 주민의 개별적 구체적 권리는 치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세 번째 쟁점은 ‘이미 사업이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점을 든 ‘사정판결’ 문제였다. 소송대상지는 체육부대 이전사업의 10.8%이며 나머지 89% 사업지역에서는 이미 토지를 수용하고, 벌목을 하는 등 택지개발이 상당정도 진행된 상태다. 국방부는 이같은 사정을 반영해 줄 것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근 주민의 개별적인 권리나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10.8%의 토지소유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국군체육부대 이전사업 전체가 무효라는 점을 적시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 사업계획 승인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면서 “(사업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 송기호 변호사는 “상당정도 사업이 진척되어 행정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라며 “4대강 사업 등 최근 들어 증가하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결정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수정 사건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정부가 패소했다.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진만 재판장)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금성출판사 근현대사교과서 수정명령이 부당하다는 저자들의 수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교과부의 수정명령은 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삼고 있으며, 이 규정은 검정을 위한 사전절차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법원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교과용도서심의회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교과부의 수정지시가 절차상 잘못이 있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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