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체탑 참관했다고 조작”

전주비빔밥집 주인 간첩사건 진실 밝혀질까

지역내일 2010-10-07
6일 재심 공판 열려 … “41일간 불법구금 당시 관행이었다” 수사관 강변

“오늘의 재심법정은 세월의 고통이 제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6일 서울고법 404호 법정에서 형사7부(김인욱 재판장) 심리로 구명서씨의 간첩사건 재심공판이 열렸다.
1985년 2.12총선 후 전두환 군부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민주화 열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을 때 서울 명동에서 전주비빔밥집을 운영하던 구씨는 간첩혐의로 체포돼 징역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는 그의 간첩죄가 국군보안사에서 41일의 불법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시켜 만든 조작간첩사건이라며 재심을 권고했다.
이날 법정에는 당시 주무수사관이었던 신모씨가 증인으로 섰다. 구씨는 “의자 뒤로 수갑을 채우고 머리를 젖힌 채 얼굴에 젖은 수건을 올려놓고 고춧가루 탄 물을 붓는 고문, 양손 엄지와 새끼손가락, 엄지발가락에 전깃줄을 묶은 후 군용전화기를 돌리는 전기고문, 그리고 군용 철제의자를 들어 온몸을 구타하는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수없이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수사관 신씨는 줄곧 가혹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자신은 강압적으로 수사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으면 문을 박차고 나오며 싸울 정도로 강직했다고 강변했다. 다만 “말로는 협박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씨에 대한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 조용환 변호사는 과거 신씨가 작성한 진술조서를 근거로 불법감금과 혐의조작을 짚어갔다.
구씨를 연행한 506보안대와 수사를 맡은 보안사는 구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 받지 않았고, 아무런 조서도 받지 않은 채 장기간 구금했다. 첫 조서를 받은 것은 연행 후 36일이 지나서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상 불법구금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당시 관행이었다”고 강변하면서도 불법구금행위는 시인했다. 변호인이 “불법구금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압박하자 신씨는 “당시 임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그런 점은 몰랐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당시 국군보안사가 민간인을 수사한 행위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지적했다. 당시 수사조서는 모두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작성한 것처럼 서명날인 돼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사건취조에 입회하지 않고 오로지 CCTV로만 현장을 지켜본 안기부 직원이 자신이 조서를 받은 것처럼 서명 날인한 것은 보안사가 민간인을 수사한 것을 감추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신씨는 “당시 모든 간첩사건은 안기부가 조정 통제했고, 자기들이 사건 처리를 했으며, 보안사는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밝혔다.
구씨의 간첩혐의에 대한 조작여부도 쟁점이 됐다.
구씨의 혐의는 당시 만연했던 대학생 시위상황을 보고하고, 녹용수출입 가격을 탐지해 냈으며, 군산공항의 비행기 대수를 파악해 일본의 조총련계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국가기밀이 될 수 없는 사항들이며, 이조차도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구씨 사건관련자인 김모씨의 방북활동 중 1981년 5월 평양 주체사상탑과 마르크스레닌 동상을 참배했다는 부분에 대해, 변호인은 “마르크스레닌동상은 평양에 존재하지 않고, 주체사상탑은 김일성 생일 70주년인 1982년에 건립됐다”며 “방북행적을 조작하기 위해 1985년 시점에 수사관들이 꿰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씨는 “북한의 신문보도를 정확하다고 믿을 수 있느냐”며 항변했다.
구씨는 보안사에서 검찰로 송치된 후 검사앞에서 간첩혐의를 부인했다. 구씨는 “수사관이 구치소로 찾아와 혐의를 부인하면 다시 보안사로 끌고 갈 것이라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씨는 구치소에 간 것은 사식을 넣어주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후변론을 한 구씨는 “저들이 요구하면 아무라도 간첩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가혹하게 당했다”며 “제 인생에서 단 하루도 얼굴을 잊어본 적이 없는 유일한 저 사람이 모든 잘못을 부인하며 재판부를 우롱하고 있다”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날 재판정에는 조작간첩사건 당사자들이 모인 재단법인 진실의 힘 관계자 20여명이 함께 방청했다. 구씨에 대한 재심선고는 오는 29일에 내려진 예정이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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