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기획3 - 지역사회가 노인돌봄이
집에서 10분 거리에 노인 위한 ‘보육시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119곳 … 요양시설 입소 최대한 늦춘다
“지난해 7월 어머니가 중풍으로 몸이 성치 않게 되었습니다. 치매형이라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대문 나서기를 거부하셨습니다. 아프다, 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다, 어떤 할머니가 나를 무섭게 한다…. 이제는 달라진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어머니가 대문 나설 때 유일하게 반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시는 곳이 서울도봉실버 데이케어센터에 가실 때뿐입니다.”
박정희(가명) 할머니가 서울 도봉구 도봉실버센터 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한지 1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센터에 글을 보내왔다. 아들은 “좀 더 가족이 안정되고 직장일이 손에 익어 내 시간이 생기면 센터나 비슷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서 이 고마움을 갚고 싶다”고 전했다.
◆치매노인 서울에만 6만8000명 =
‘99세까지 88하게’. 길어진 수명만큼 건강한 몸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의도치 않게 질병이 많아지는 노년기.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이 2008년 실시한 ‘치매노인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치매유병률은 2005년 8.07%를 기준으로 2010년 8.76%, 2015년 9.44%, 2040년 11.21%로 꾸준히 증가추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08년 기준 치매인구가 6만8000여명에 달한다. 남성이 2만8000여명이 채 안되고 여성은 4만여명이 조금 넘는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7% 이상)를 넘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접어들 경우 치매를 비롯해 중풍(뇌졸중) 등 중증 노인성 질환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가족과 사회의 부담도 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노인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3.78배로 늘었다. 2002년 65세 이상 노인 26만3000명이 병원을 찾았고 총 진료비는 3100억원이었다. 2008년에는 60만7000명으로 노인성 질환으로 진료실을 찾일단 발병할 경우 ‘장기전’을 펼쳐야 한다. 도봉실버센터 내 장기·단기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성질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입소기간을 조사한 결과 24명이 3년 이상, 14명이 2년 이상 시설에 있었다.
보호자 중 대부분(51명)은 아들이나 딸 가족. 배우자도 7명이나 된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 가운데 80대 이상 노인이 2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대 이상, 심지어 80대 노인이 더 나이든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성 질환에 대한 ‘두려움’도 여기서 비롯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염려하는 질병 중 치매는 암(45.0%) 다음 순위(10.4%)였다. 중풍(뇌졸중)도 고혈압(8.6%) 다음으로 높은 8.6%나 됐다.
◆노인 돌봄, 가족 밖으로 =
서울시가 가족 몫으로만 책임지워졌던 노인 돌봄을 지역사회로 끄집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지정,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다. 기존 ‘주간보호시설’ 가운데 이용시간 서비스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시설에 대해 시설 운영비와 프로그램 비용 등을 지원,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도였다.
김명용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을 위한 보육시설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보육시설을 통해 어린이 양육을 지원하는 것처럼 데이케어센터에서는 노인 돌봄을 지원, 가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가장 특징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던 이용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한 것. 주말에 문을 여는 곳은 19곳, 휴일과 새벽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각각 5곳과 4곳이다.
지난해 1차로 47개 시설을 인증한 이후 10월 현재 119개 인증시설을 2085명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마다 미술 음악 웃음치료 등 치매 전문 서비스는 물론 노인들을 가정에서 시설까지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이동서비스, 물리·운동치료 등 기능회복 서비스, 목욕 이미용 등 위생·청결 서비스 등 시설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센터별로 지역사회와 연계, 한방진료 발마사지 이미용 등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데이케어센터 운영 100일을 맞아 47개 인증시설을 이용하는 보호자 841명을 대상으로 센터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보호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돌볼 사람이 없다’는 답이 324명(39%), ‘보호자의 육체·정신적 어려움으로 돌보기 힘듦’이라는 답이 248명(30%)이었다. 서울시의 ‘노인 보육시설’ 덕분에 누구보다 보호자들이 부담을 던 셈이다. 민경연 양천데이케어센터장은 “늦은 시간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가족들의 경우 노인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서비스로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가족들 반응을 전했다.
◆자녀-부모 함께 하는 시간 늘린다 =
“어머니 스스로 자립 보행이 어려워지던 즈음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던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포기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돌볼 수 없다면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모셔야 하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를 찾은 한 이용자의 말이다. 도성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장은 “6시 이후에는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식사도 혼자 챙겨드셔야 했다”며 “야간서비스를 시행하며 어머니는 질좋은 저녁식사와 전문 프로그램, 개인위생서비스 등을 제공받고 딸은 심적 부담감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김 귀자 도봉실버센터 원장은 “노인성 질환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며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위 신내센터 이용자처럼 적절한 시설을 찾지 못하면 바로 요양시설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자녀는 부모를 조금 더 모실 수 있고 노인 역시 자녀와 더 오랜시간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집에서 10분 거리에 노인 위한 ‘보육시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119곳 … 요양시설 입소 최대한 늦춘다
“지난해 7월 어머니가 중풍으로 몸이 성치 않게 되었습니다. 치매형이라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대문 나서기를 거부하셨습니다. 아프다, 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다, 어떤 할머니가 나를 무섭게 한다…. 이제는 달라진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어머니가 대문 나설 때 유일하게 반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시는 곳이 서울도봉실버 데이케어센터에 가실 때뿐입니다.”
박정희(가명) 할머니가 서울 도봉구 도봉실버센터 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한지 1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센터에 글을 보내왔다. 아들은 “좀 더 가족이 안정되고 직장일이 손에 익어 내 시간이 생기면 센터나 비슷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서 이 고마움을 갚고 싶다”고 전했다.
◆치매노인 서울에만 6만8000명 =
‘99세까지 88하게’. 길어진 수명만큼 건강한 몸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의도치 않게 질병이 많아지는 노년기.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이 2008년 실시한 ‘치매노인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치매유병률은 2005년 8.07%를 기준으로 2010년 8.76%, 2015년 9.44%, 2040년 11.21%로 꾸준히 증가추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08년 기준 치매인구가 6만8000여명에 달한다. 남성이 2만8000여명이 채 안되고 여성은 4만여명이 조금 넘는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7% 이상)를 넘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접어들 경우 치매를 비롯해 중풍(뇌졸중) 등 중증 노인성 질환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가족과 사회의 부담도 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노인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3.78배로 늘었다. 2002년 65세 이상 노인 26만3000명이 병원을 찾았고 총 진료비는 3100억원이었다. 2008년에는 60만7000명으로 노인성 질환으로 진료실을 찾일단 발병할 경우 ‘장기전’을 펼쳐야 한다. 도봉실버센터 내 장기·단기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성질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입소기간을 조사한 결과 24명이 3년 이상, 14명이 2년 이상 시설에 있었다.
보호자 중 대부분(51명)은 아들이나 딸 가족. 배우자도 7명이나 된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 가운데 80대 이상 노인이 2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대 이상, 심지어 80대 노인이 더 나이든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성 질환에 대한 ‘두려움’도 여기서 비롯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염려하는 질병 중 치매는 암(45.0%) 다음 순위(10.4%)였다. 중풍(뇌졸중)도 고혈압(8.6%) 다음으로 높은 8.6%나 됐다.
◆노인 돌봄, 가족 밖으로 =
서울시가 가족 몫으로만 책임지워졌던 노인 돌봄을 지역사회로 끄집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지정,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다. 기존 ‘주간보호시설’ 가운데 이용시간 서비스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시설에 대해 시설 운영비와 프로그램 비용 등을 지원,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도였다.
김명용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을 위한 보육시설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보육시설을 통해 어린이 양육을 지원하는 것처럼 데이케어센터에서는 노인 돌봄을 지원, 가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가장 특징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던 이용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한 것. 주말에 문을 여는 곳은 19곳, 휴일과 새벽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각각 5곳과 4곳이다.
지난해 1차로 47개 시설을 인증한 이후 10월 현재 119개 인증시설을 2085명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마다 미술 음악 웃음치료 등 치매 전문 서비스는 물론 노인들을 가정에서 시설까지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이동서비스, 물리·운동치료 등 기능회복 서비스, 목욕 이미용 등 위생·청결 서비스 등 시설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센터별로 지역사회와 연계, 한방진료 발마사지 이미용 등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데이케어센터 운영 100일을 맞아 47개 인증시설을 이용하는 보호자 841명을 대상으로 센터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보호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돌볼 사람이 없다’는 답이 324명(39%), ‘보호자의 육체·정신적 어려움으로 돌보기 힘듦’이라는 답이 248명(30%)이었다. 서울시의 ‘노인 보육시설’ 덕분에 누구보다 보호자들이 부담을 던 셈이다. 민경연 양천데이케어센터장은 “늦은 시간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가족들의 경우 노인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서비스로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가족들 반응을 전했다.
◆자녀-부모 함께 하는 시간 늘린다 =
“어머니 스스로 자립 보행이 어려워지던 즈음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던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포기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돌볼 수 없다면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모셔야 하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를 찾은 한 이용자의 말이다. 도성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장은 “6시 이후에는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식사도 혼자 챙겨드셔야 했다”며 “야간서비스를 시행하며 어머니는 질좋은 저녁식사와 전문 프로그램, 개인위생서비스 등을 제공받고 딸은 심적 부담감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김 귀자 도봉실버센터 원장은 “노인성 질환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며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위 신내센터 이용자처럼 적절한 시설을 찾지 못하면 바로 요양시설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자녀는 부모를 조금 더 모실 수 있고 노인 역시 자녀와 더 오랜시간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