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보존·활용]②하회·양동마을의 과제와 전망

‘보존과 관광’ 두마리 토끼 잡아라

지역내일 2010-10-20 (수정 2010-10-20 오후 1:51:41)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회와 양동마을은 세계 역사마을 가운데 6번째 등재됐다.
경북도는 신라문화에 이어 유교문화까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을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본지는 일본의 전통역사마을인 시라카와마을의 보존과 활용실태를 통해 하회와 양동마을의 과제와 전망을 2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관람객 편의시설 확충 시급 … ‘세계유산지원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시라카와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곳곳에 원형훼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누에(양잠)치기로 생활하던 마을이 세계적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보존보다 돈과 생활편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젊은이들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가옥인 합장식주택도 지붕과 골격 등 외관만 전통성을 보여줄 뿐 곳곳에 현대식 구조물을 덧댄 흔적이 보인다. 마을보존회는 젊은이들에게 마을경관을 옛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마을도 지키고 지역관광산업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데 애를 쓰고 있다.

◆법적 장치 마련해야 = 지난 8월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도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북도와 세계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협조해 ‘세계문화유산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북도는 세계유산 조례안에 세계유산위원회 설치와 각 세계유산별 분과위원회 설치, 역사마을 보존협의회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특히 역사마을보존협의회는 하회와 양동 두 마을을 통합, 보존·관리하는 기구로 마을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며 향후 여론수렴과 용역 등을 거쳐 재단법인형태로 바꿔 마을의 보존 관리와 발전계획을 검토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은 세계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 관광 인프라 확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 2009년 10월 남경필 의원 등 19명이 발의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세계문화유산도시조성위원회 신설, 세계문화유산도시지구 또는 예정지구 지정, 문화체육관광부 세계문화유산도시조성기획단 설치와 특별회계 관리·운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관광인프라 확충 시급 = 경주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경주시는 통계적 가치가 없다며 관광객 수도 집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유산 지정 후 주말에만 하루 9000여명이 찾는 등 관광객이 급증하자 직원을 배치해 관광객 수용을 위한 임시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유산 지정 전보다 평일은 2~3배, 주말에는 최고 10배 정도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열악한 관광인프라다. 양동마을은 주차장도 없이 마을 공터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공중화장실과 숙박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도는 마을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관광객 수용한계를 고려한 접근성 확보, 관광객 편의를 위한 진입도로 개설, 숙박시설과 주차장 등 기본 시설 확충 등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재청에도 하회마을 사업비로 767억원, 양동마을 사업비로 486억원을 각각 요청해두었다.

◆문화콘텐츠 개발도 과제 = 다양한 관광 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스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근 관광명소와 연결한 상품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 시라카와마을의 경우 지붕교체와 소방훈련, 겨울철 조명연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수기인 겨울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인근에 산재한 스키장 온천 등 관광자원을 묶어 공동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30여개 민박업소들이 5~6곳씩 돌아가면서 운영해 과당경쟁 부작용을 막는 사례도 따라 배울 만하다.
경북도는 내년에 하회·양동마을 이야기 구술 녹취, 역사마을 다큐멘터리와 세계유산 입체영상 등을 제작하고 세계문화유산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한옥체험관 건립, 한지·풍산김치공장·탈춤·뮤지컬을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최근 열린 FAO 아태총회를 비롯해 2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회의, 세계한상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에 첨석한 각국 인사들에게 우선적으로 하회·양동역사마을을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김광림 의원
국비보조율 상향조정해야

“하회·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모두 10곳이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중국(40) 인도(28) 일본(14)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세계유산 보유국이 됐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경북 안동 출신의 김광림(사진) 의원은 “세계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예산을 별도 계정으로 운영하고 현재 국비로 70%를 보조하는 국가지정 문화재정비사업과 차등을 두어 국비보조율을 90% 이상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하회·양동마을은 마을 단위의 유적물이 유기적으로 집산돼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역사마을로 지정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전통 생활방식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유적 유지에만 목표를 두기보다 그 유적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유산 지정 이후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별 문중이나 보존회에 보존·관리 책임을 돌릴 경우 세계유산은 몇년 안에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령인 주민들 대를 이을 청년세대 귀환을 위한 ‘젊은이 유턴플랜’ 등을 마련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이철우 의원
“세계문화유산 전담조직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은 관리주체가 모두 다릅니다. 창덕궁·종묘·조선왕릉은 궁릉이라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고 해인사 장경판전과 석굴암·불국사는 사찰에서 직접 관리합니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맡고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통위원회 이철우(사진) 의원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나 종합·전략적인 접근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홍보를 전담할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세계유산을 비롯한 문화재는 문화재청 중심의 보존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데다 근본적으로 예산이 너무 적게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예산이 연간 5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일반회계 4000억원 가운데 3200억원이 문화재 보존·정비 예산이라 지자체에서 그만큼을 더 보태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예산으로는 문화재 홍보와 활용을 위한 사업을 펼칠 여지가 없다”며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재의 가치와 효용을 인식하고 재정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