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진)

지역내일 2010-10-25
지방자치의 핵심 가치는 ‘주민참여’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얼마 전 도봉구 내에 우체국 신축에 관한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다. 그 동네에는 은행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었는데 우체국이 금융기능도 담당하고 있어서 주민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허가를 내주기 전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듣도록 했다. 주민설명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체국이 들어오면 택배차량이 많이 드나들고 그로 인해 주민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건축주가 주민들 피해를 고려해 편의시설을 함께 지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 결과 구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작은 공원이 생겼고 골목길도 넓어지는 ‘덤’을 얻게 됐다.

의례적 행사에서 잔치로

구청장에 취임한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그 와중에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주민참여’라는 화두였다. 주민은 행정서비스의 대상이면서 또한 주체라는 사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 그 자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 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이고, 주민참여야말로 지방자치의 기본적 전제이자 핵심적 가치인 것이다.
지금까지 주민은 행정서비스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주민들이 사후에 문제를 제기해 불필요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주택가 변전소와 골프연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시설물이 들어서기로 결정되자 주민들은 장기간에 걸쳐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구에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되는 등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주민이 참여하면 의례적이고 일상적인 축제도 문자 그대로 잔치로 바뀐다. 구에서 매년 개최하는 도봉산축제가 그랬다. 그동안은 기획사에 예산을 주고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 유명가수를 초청해 관중을 동원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진행해왔다.
올해는 4회째 행사를 준비하면서 준비과정에서부터 주민참여방식을 택했다.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축제준비위원회에서 축제 전반을 맡았고 대부분 공연은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비롯해 지역 내에 거주하면서 문화예술적 재능을 가진 개인과 단체가 참여해 진행했다. 공연에 참가한 한 초등학교 합창단의 경우 땡볕에서 연습을 하던 어린이 한명이 심각한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무대에 서겠다고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했다.
행정 파트너이자 주체

주민참여는 주민을 행정행위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더 나아가서는 주체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일회적이거나 사안별 참여가 아닌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주민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주민참여예산제도도 조례로 명문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동 단위에서부터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좋은 마을 만들기’ 시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동에 일정한 예산을 배정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식이다.
행정과정에 주민이 참여한다는 것은 공무원에게는 귀찮은 일일 수 있고, 빠른 결정과 시행에 장애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시행착오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에 대한 신뢰와 함께 참여 없이는 자치도 없다는 인식을 확고히 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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