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평쥔중국 북경대 교수
북한 후계자 문제에 대해 국제여론은 부정적이다. 이유는 봉건세습제와 다를 바 없고, 그 배경에 군이 있기에 개혁이라고 볼 수 없으며, 김정은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점 등이다.
동방에 자식이 아버지의 지위를 물려받은 예가 적지 않다. 예컨대 대만의 장경국이 장개석의 직위를 계승했고, 싱가포르의 이현용이 이광요 총리의 직을 계승했다. 필리핀의 아키노3세가 아키노 1세와 2세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라고 자칭하는 인도의 네루가족은 4세대를 거쳐 거의 반세기가 넘게 집권을 해왔다.
물론 이런 나라나 지역에서 거의 모든 경우 민선 등의 형식으로 권력을 계승했지 북한처럼 내놓고 세습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양자 간에는 어떤 형식으로 계승하는가 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민선으로 이루어진 승계는 상대적인 합법성과 상당한 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여론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면이 있다. 비난은 있어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북한과 같은 방식에 대해서 여론은 보편적으로 비판과 질책을 한다.
우선 북한식 승계는 봉건왕조의 세습전통과 다를 바가 없으며 세계의 민주주의 조류와 사회주의제도와도 위배된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실제 사정에 대해 구체적 분석도 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 국정에서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 북한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김일성 가문이 후계자가 되는 데 민의의 기반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반세기 넘는 동안 김일성 부자는 북한에서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북한 정계에 유능한 인재가 많겠지만 김정은의 조건을 초월하거나 대신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둘째, 북한에는 민선제도가 없기에 후계자를 내정하고 양성하는 방식으로 점차 실현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후계자 문제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찬성하지 않지만 간단하게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군부와 기술관료 통한 개혁 과제
다른 한편으로 향후 개혁 가능성이다. 군인이 정권을 잡으면 대내적으로는 독재정치를 펼치면서 개혁을 거부하고 대외적으로는 강경책이나 호전적인 정책을 펼친다. 민주정치와는 다른 것이다. 북한의 지난 정책은 확실히 이러했다. 김정은의 성장과정을 볼 때 이른바 선군정치를 배경으로 경제와 사회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런 사례는 한국의 박정희 정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역시 전형적인 권위주의 정치였으며 정치적으로 군인에 의거하여 강권을 실시하면서 국내의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였다. 경제적으로는 기술 관료에 의지한 경제우선정책으로 이승만시대의 정치우선정책을 대신했던 것이다.
한국이 동아시아의 용으로 떠오른 데는 이 군사정권들이 실시한 경제개혁에 크게 힘을 입은 것이다. 대만 역시 5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국민당정권 군인들이 집권하면서 세계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한국이나 대만의 정치체제의 기본 특징과 모델은 바로 '군인+기술관료'인 것이다. 한국이나 대만이 한 일을 북한이 할 수 있을까?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북한은 이제 개혁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왔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별로 없다. 개혁의 길을 가지 않으면 그 결과는 뻔 한 것이다. 북한 후계자가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식량이나 총탄 모두 다 중요한 것이다.
일본의 메이지천황은 16세에 메이지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던 부탄의 젊은 국왕이 이끈 개혁도 있다. 80년생인 부탄의 현 국왕은 지난 2006년에 왕위를 계승했는데 그의 나이가 김정은과 비슷하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
유학파 부탄국왕의 개혁사례
2008년에 그는 부탄의 민주화를 직접 지도해 의회선거를 진행했으며 새로운 의회와 총리를 선출해 수백년 내려오던 봉건군주제를 종식시켰다. 그 자신도 명목상 국가원수라는 신분만 남겨 두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부친이 진행하던 경제와 사회 개혁을 계속 실행했다. 현재 부탄에서는 모든 농민들이 다 토지, 주택을 가지고 있고 식량은 기본적으로 자급하고 있으며 전 국민은 무료의료와 무료교육을 받고 있다. 부탄은 1인당 GDP 1800달러로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부탄국왕과 같은 빠링허우(八零后), 즉 1980년대 후의 젊은이로써 스위스 유학 등 학력도 비슷하다. 부탄국왕과 같이 북한에 개혁의 길을 열어 백성들이 행복한 진정한 강성대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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