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컴퓨터 저희가 고쳐드려요
지역 아파트 주민 대상 PC 무료 정비, 어르신과 소외계층에는 방문수거도 지난 26일 해가 어슴푸레 질 무렵 분당동에 있는 장안타운 건영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삼삼오오 모인 고등학생들이 가정용 컴퓨터 본체를 열어놓고 골몰하고 있다. 고장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컴퓨터를 다루는 진지한 눈빛 하며 다루는 솜씨가 전문 기사 못지않다. 먹통이던 컴퓨터가 이내 멀쩡하게 작동하니 말이다.
“이 컴퓨터는 아예 부팅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사양으로 봤을 때 4~5년 쯤 됐는데 보통 본체 안 여기저기에 쌓인 먼지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픽카드와 메모리카드를 점검하고 먼지를 제거한 후 슬롯을 교체 했어요. 그러고 나니 이렇게 쌩쌩 돌아가잖아요.” 양영디지털고 1학년 송원영 군의 설명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 나누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생자발적 봉사
양영디지털고 학생들이 지역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PC정비 봉사를 나선 것은 작년에 이어 2년째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 베푸는 이른바 ‘재능봉사’를 펼치고 있는 것. 네트워크과를 중심으로 교내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봉사단체다.
“봄과 가을에 1회씩 지역 주민들의 PC를 무료로 정비해 주고 있어요. 반응이 좋아 참여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죠. 베푸는 것보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더 많이 배우게 되니까요.”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근수 교사의 말이다. 이어 2학년 이남규 군은 봉사를 통해 책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어깨 넘어 눈동냥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은 걸 배웠어요. 더구나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직접 적용해 볼 수 있으니 정말 고마운 기회죠.”
지역 주민과 벽 허물고 친해지는 계기
2007년 경기도 최초로 IT 계열 특성화 고등학교로 학과 개편한 양영디지털고. PC정비 봉사활동은 공업계열 학교였다는 편견도 많이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 교사는 말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관리사무소에 미리 접수를 받아 저희가 방문 수거하고 수리 후 댁까지 가져다 드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소문도 많이 퍼지고 칭찬도 많이 들어요. 무엇보다 봉사를 통해 학생들이 정말 어른스러워고 있는 것을 느껴요.”
고장의 원인을 찾고 컴퓨터를 고치는 과정도 신기하고 재밌지만 그보다 더 수리한 컴퓨터를 받으시며 기뻐하시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대할 때가 가장 보람찬 순간이라고 2학년 지호영군은 말한다.
“한번은 컴퓨터를 맡기고 가신 아주머니께서 연락처를 잘못 알려 주신거에요. 컴퓨터 주인을 찾느라 아파트를 헤매고 다닌 적도 있어요. 그래도 힘든 줄도 몰랐어요. 다만 배우는 학생인 저희들을 믿고 컴퓨터를 맡겨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할 뿐이죠.”소외계층 직접 찾아가고 학교 안 봉사센터 만들 예정
받는 것보다 남에게 베풀면서 더욱 행복해진다는 것을 학생들을 이 봉사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 더불어 미래의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남성준 군은 “PC정비 봉사는 특성화고 학생이라서 가능한 봉사잖아요. 내가 잘 아는 것으로 남에게 작은 도움이라고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어요. 앞으로 정보통신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데 이 활동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PC정비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던 학생들이 작년 대학입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하며 “입시에 유리한 스펙을 만들기 위한 시작한 활동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진정성이 결국 입시에서도 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현재 봉사진행중인 봉사에 만족하지 않고 봉사영역을 다양하게 넓혀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PC에 문제가 있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IT 소외층에게는 수시로 찾아가는 봉사를 학교 안에는 무료 PC정비 봉사센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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