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넘긴 따뜻한 봉사의 노래지난 17일 저녁7시, 범박 공부방(부천시 소사구 계수동 8번지) 현관에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신발이 놓여있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핸드벨 소리.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 날은 12월5일 저녁7시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열한 번째 온새미로합창단 정기연주회(청소년 놀토 프로그램 지원금 마련)’에 특별 출연할 핸드벨 연주단의 연습 날. 멤버는 범박공부방 아이들이다. 온새미로 합창단 지휘자 윤교생(44)씨와 임원들은 늦은 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일곱 빛깔 무지갯빛 핸드벨을 손에 들고 열심히 악보를 들여다보는 아이들... 꽃처럼 환하게 피어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윤 씨의 미소가 아름답다.
청소년 놀토 프로그램 지원금 마련
“예전에는 어르신과 장애우를 위해 봉사했어요. 그 분야는 단체들의 관심이 많았지요. 그래서 우리 합창단원들은 3년 전부터 청소년을 위해 봉사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윤 씨는 올 정기연주회에 청소년 놀토 프로그램 지원금 마련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아이디어 뱅크인 그는 해마다 어떤 연주회로 관객을 대할까 고심한다. 그 결과 관객이 가져오는 화환을 사절하고 라면 한 박스 후원으로 공연문화의 방향을 바꾼 뒤, 이번엔 청소년을 위한 후원금마련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역곡3동 주민센터에서 ‘하하호호 놀토 프로그램’을 실천해왔다.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방과후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단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고 음악 감각을 키워주는 자리다. “이번 연주회는 청소년들에게 자신감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자고 기획했어요. 아이들이 무대에 설 일은 잘 없잖아요.” 초등 2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20명 청소년들은 처음 만져보는 핸드벨을 흔들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와 연주는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역할을 바꾸겠다는 아이들의 성화로 한참을 고심했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딛고 범박공부방 아이들은 출연한다. 12월5일 열릴 온새미로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네 편의 사운드오브뮤직를 연주하기 위해!
온새미로합창단이 있기까지
“음악대학을 마치고 10년 정도 방황의 시기를 보냈어요. 몸 돌보지 않고 일한 결과 얻은 병은 저를 돌아보게 했고 그 때 다가온 것이 부천여성합창단이었습니다.”
윤 씨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그는 중학생 때부터 활동했던 부천의 최연소 지휘자였다)이란 생각에 범박동 사무소를 기점으로 합창단을 구성하게 된다. 그 때가 2001년. 개발이 한창이던 범박동 공사현장 한복판에서 그렇게, 맨손으로 합창지휘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음악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항상 단원들과 함께였다. 40여 명 단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고 카페(http://cafe.daum.net/femalechorus)에서 소통하며 정기연주회가 있는 달은 자주 만난다. 또한 정기 산행과 여행으로 심신을 다지고 있다. 2006년, 그의 지휘품에 있던 부천여성합창단은 부천 최초의 일반인 혼성합창단인 온새미로합창단으로 다시 태어나 연주와 봉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당시 부천에는 선교합창단 두 곳 외에 일반인 혼성합창단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함께 한 합창단원들께 감사해요. 여러분들의 희생없인 아마 현재의 온새미로합창단은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네 편의 노래’로 새로운 도약을
윤 씨가 기획한 이번 연주회 주제는 ‘네 편의 노래’. 네 편의 흑인영가와 공부방 아이들의 사운드오브뮤직, 민요, 가요를 모은 우리노래가 연주된다. 5년 간 합창단을 지지하고 있는 전 KBS 최영미 아나운서의 사회와 매직 댄스팀 타시잠, 팝콘하모니카가 특별출연한다.
그는 열한 번째 열리는 이번 연주회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단원들의 일심(一心). “한 마음이 돼야 해요.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좋은 합창은 되지 않거든요.” 온새미로 단원들은 연주회 이전 미리 무대에 서보기도 했다. 11월11일 열린 우리가곡의 날 축하음악 무대였다.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과 공연했는데 관객들이 잘한다고 칭찬했어요. 그 때가 제일 기뻤죠.” 그와 단원들은 하나다. 즐겁고 재미나게 연습한다. 단원들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면 조정에 나서는 것도 그의 임무다. 화음을 이루려고 왔으니 한 마음 한 뜻이 되자는 조용한 지휘도 필요했던 것이다. “열정적인 단원들을 통해 제 에너지는 생겨납니다.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물심양면 지원하시는 김복덕 단장님의 힘이기도 하지요. 이번 정기 연주회를 통해 더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들의 따뜻한 체온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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