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재개발로 전등사 위기
도심 속 종교시설이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교활동과는 상관없는 재개발 문제로 줄줄이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특히 종교시설은 재개발에 관여하지 않다가 뒤늦게 개발 구역에 포함된 것을 알고 하소연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한 재개발단지에 포함된 전등사. 이 곳은 당초 기본계획에서는 제외됐지만 최근 이전 대상지로 통보받았다.
전등사 주지인 동명 스님은 "처음에는 재개발이 무엇인지 왜 사찰이 이전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다가 이전 대상지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뒤늦게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등사는 성북동 고급 주택단지와 다세대 일반 주택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법회 때 신도들이 대규모로 오가는 곳이 아닌 참선도량이다. 주거지와 함께 있어 이제는 주민들도 생활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신도 300명은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을 해왔다. 전등사의 한 신도는 "종교가 국민 화합을 이끌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데 도심 재개발로 인해 종교시설이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도심 재개발 이전에 지역주민들의 종교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재개발조합에서 수차례 찾아와 개발논리를 폈다. 하지만 전등사는 재개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개발구역에 포함돼 이전을 해야할 처지다. 동명 스님은 "이 곳 부지가 400평인데 조합에서는 단지 귀퉁이의 자투리 땅 320평을 제시하고 있다"며 "30년 넘도록 이곳에서 수행과 포교를 해왔는데 이렇게 쫓겨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종교시설이 재개발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특히 개발에 관여하기 어려워 개발 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을 지내기도 한 동명 스님은 "수행과 불법 연구에만 전념해 재개발과 같은 문제를 잘 알지 못한다"며 "구청을 찾아가도 해결 방법이 없다고만 말하고 있어 구체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전등사 뿐만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단지도 종교시설로 몸살을 앓았다. 재개발 지역에 포함된 한 종교시설을 옮기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경찰수사를 받는 일이 일어났다. 조합은 건축비 명목으로 4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20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교회 역시 전국 각지에서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총연합회은 임원회의를 열고 전국 1만여 교회가 재개발로 이전 위기에 처했있다고 판단, 교회 재개발 문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을 결의하기도 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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