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詩)의 스승은 사진과 길30년 전 만난 사진작업에서 20년 전 몰두했던 책읽기, 15년 전 만난 시집과 부천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까지, 정충화(51) 시인은 인생의 주제가 하나인 길을 걸어왔다. 그것은 사물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였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삶을 상징화한 글과 사진에 깊이를 더해 온 정 시인은 당선작 ‘세상의 모든 옷걸이는 누군가의 배후다’로 소설, 희곡, 수필, 동화 부문 수상자들과 함께 11월 중순 제7회 부천신인문학상 시상식장에 서게 됐다.
시가 숙명처럼 내게로 왔다
“최근 12년 동안 일하던 회사에서 퇴직한 뒤 심사가 울적했어요. 이 상으로 얼마간 위안을 받게 됐네요. 변변찮은 재주로 과분한 상을 받게 돼 부끄럽습니다.”
정직한 눈빛과 야문 입매의 정충화씨. 그는 2010 부천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로 선정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공모전이 열리는 부천신인문학상은 부천지역의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부천문학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정 시인은 이번 공모전에 다섯 편의 시를 출품했으며 당선 상금으로 백만 원을 받게 됐다.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묵묵했다. 간결한 말이며 잠잠한 표정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그런 그이에게 왜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왜 사느냐는 물음처럼 난감한 질문이군요. 시가 예기치 않게 찾아왔어요. 감각적 공감과 끌림, 이런 것들이 시를 쓰도록 부추기던 걸요. 시를 쓰게 된 것은 제 숙명입니다. 저는 작가가 묻어둔 행간의 메시지를 유추하도록 독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시, 작위적인 글이 아닌 마음을 돌고 돌아 나온 시라야 매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 시를 완성했을 땐 나른한 도취감에 빠져들면서 행복해지니까요.”
길이 불러준 것을 받아 적었다
“삼십 년 넘게 사진을 찍었고요, 십 년 넘게 들길과 산길을 걸었어요. 길은 제게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안겨주었죠. 제 시의 내용들은 길에서 만난 사람과 사물, 자연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건강 때문에 길을 걸었다. 다음엔 식물과 자연 생태에 관한 관심을 덧붙였다. 한 번 나서면 시흥의 폐 염전과 수리산 일대 등으로 삼사십리씩 걸어 다녔다.
“길이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기만 해도 시가 됐어요. 길에다 많은 빚을 졌지요. 생각을 키우고 발효시키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일상에서 시를 그러모은다. 무수면 내시경 검사 때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장기를 들여다보며, 국소마취로 수술을 받으면서 시 한 편의 얼개를 짜냈다. 최근엔 뇌경색으로 입원한 어머니 곁에서 머릿속엔 시 생각만 들어앉힌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홀로 습작하다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지 못했어요. 완성도가 낮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늘 명치끝에 걸려있죠. 소수의 독자들이 제 시가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블로그와 카페로 시를 옮겨가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땐 부끄러우면서도 기쁩니다.”
깊은 함의를 담아야 좋은 시가 된다
그는 소소한 일상과 사물에 대한 생각을 메모해서 시와 연결시킨다. 좋은 시란 아름다운 묘사를 바탕으로 은유와 함축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서는 것. 그래서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준 이성복, 장석남 시인의 초기 시편과 함축의 전범인 박용래 시인의 시가 취향에 맞는다. “지나친 장시(長詩)를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들어요. 많은 말을 남발해서 독자의 생각을 빼앗는다는 거부감이 들어서요.” 그런 그에게 시를 쓰고 싶은 초보자에게 한 말씀해달라고 부탁했다. “쉽게 써야죠. 수식어로 분칠한 시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깊은 함의가 담긴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를 쓰려면 사물에 대한 직관력을 키우고 사소한 것도 깊이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해요. 꾸준한 독서와 여러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시 공부에 도움을 줍니다.” 그는 인천작가회의 회원과 빈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2008년 계간 ‘작가들’ 가을호로 등단했다. 현재 (사)행복나눔재단의 ‘해피플러스’에 식물에 관한 글도 쓴다. 지난 6일 시화집 ‘환몽(幻夢)’의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2012년 시집 출간이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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