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연태 글 이승현 사진
클리어마인드
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와 가치
"절집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누구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절집에서 만나는 무수한 '유형'들은 교리적으로나 역사, 문화, 예술적으로 무한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의미와 가치들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책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서는 순간,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지혜장과 나팔수, 이 책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부부입니다."
'절집기행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작가 서문에 쓰여져 있는 글이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20년의 불교기자 경력을 가진 시인 임연태는 가상의 부부 지혜장과 나팔수를 내세워 쉽고 재미있게 절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봉은사부터 조계사까지 서울에 있는 17군데 절집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을 읽는 이가 '내가 아는 절이 몇 개나 있나? 내가 가 본 절은 몇 군데나 되나?' 생각해보게 한다. 이름을 들어보거나 가 본 적이 있는 절을 발견하면 반가울 것이고, 모르는 이름의 절을 보면서 '서울에 이런 사찰도 있었구나, 서울에 참 많은 절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절집의 가르침과 여행의 행복
'(행복을 찾아가는) 절집기행 : 서울'은 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불교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신심이 깊은 불자인 지혜장이 불교에 문외한인 남편 나팔수와 함께 기행하는 형식의 책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를 통해 불교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저자는 절의 구조와 절에서 보이는 것들만 이해해도 불교 공부 절반은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각종 불교 용어들에 대해 나팔수가 질문하면 지혜장이 답하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화를 통해 불교계와 사찰에 대한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불교계는 처음 들어온 불자들을 위해 친절하지 못한 면이 있다. 깊은 교리를 이해시키고 다양한 패턴을 이해시키려면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는 점을 꼬집기도 하고, 사찰을 소개하는 안내판 대부분이 옛날식 문장이고 한자를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으며 심지어 오자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찰 속의 문화유산
이 책은 종교책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좋은 기행서이자 역사서이다. 절에 가려면 산에 가야하고 절집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다. 저자는 어느 절에 가려면 어디에서 내려서 어느 쪽으로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지,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지 없는지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절의 연혁과 역사적 사건 등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고려 현종이 어린시절 천추태후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진관국사를 위해 창건한 진관사,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가 스님이 되어 평생을 산 청룡사, 조선 최초의 왕후인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어진 흥천사 등 역사와 사찰의 인연들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있는 사찰에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들이 곳곳에 숨어있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것이다. 지혜장과 나팔수 부부를 따라 절 기행을 하다 보면 불당, 현판, 불상, 석탑, 부도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
불자이든 아니든 절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절집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무언가 잔잔한 울림을 주기 때문인 듯 하다. 그렇다면 절집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그 의미를 이해한다면 잔잔한 울림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작은 행복 정도는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다. 길상사를 성북동에 있는 절로만 알고 있는 이에 비해 무소유의 맑은 삶을 가르친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곳이며 길상사 곳곳에 법정스님의 글귀가 적혀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분명 더 큰 감동이 있을 것이다.
김선영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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