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국가 90세 노모에게 2억원 배상"
33년 전 자살로 처리된 군인에 대해 사실은 훈련중 얼어죽은 것이라며 국가는 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조경란 부장판사)는 "자살했다고 판단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국가는 2억원의 위자료를 90세가 된 어머니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육군 21사단에서 M60기관총 탄약수로 복무하던 조 모 병사는 1978년 동계훈련 중 사망했으나 군은 당시 고된 훈련을 이기지 못하고 철모를 잃어버린 것을 두려워해 자살한 것으로 처리했다. 유족들은 2006년 군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이를 진정했다.
의문사진상조사위는 2009년 "자살과 저체온사했을 가능성이 다 있어서 진상규명 불가"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처음 시신을 발견한 수색대원이 '동사했다'고 무전보고했고 같이 근무했던 부대원들 대부분이 '얼어죽었다'고 알고 있는데, 부대지휘관들이 사체를 확인한 다음날부터 '자살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자살로 처리됐다"면서 "경사도 70도인 지점에서 자살했다는 사고지점은 경사도가 10~20도에 불과해 끈을 매 자살할 수 있는 지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병사가 훈련 중 철모를 잃었다고 해서 징계를 받지 않지만, 지휘관은 사병이 얼어죽었다면 책임추궁을 당할 수 있어 사실과 달리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은폐동기에 대한 판단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2009년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증거자료 수집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장애요인이 있었다"면서 손해배상 시효인 5년이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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