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인터넷 떡집 ‘자이소’(www.jaiso.com). 초코크런치 하트가 앙증맞은 ‘러브 미 텐더’ 크렌베리와 견과류를 곁들인 ‘뽀롱뽀롱 뽀로로’ 떡 케이크처럼 떡의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퓨전 떡을 만날 수 있다. 자이소를 창업 2년 만에 연매출 15억원, 직원 20명, 인터넷 떡집 랭킹 1위로 키워낸 주인공은 박호성(30), 박경민(29) 형제다.
대학 대신 ‘떡’에 인생 걸다
두 형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사업 감각’을 갈고 닦았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스스로 벌어서 사야했다. 전단지 돌리기, 신문배달, 찹쌀떡 팔기 같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두루 섭렵했다. 그렇다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집은 꽤 부유한 편이었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야 한다는 부모님의 ‘독한 신조’ 덕분에 돈맛을 일찍부터 안 셈이죠. 고교 졸업 후 지금까지 단돈 10원도 부모님께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박호성, 경민 형제는 둘 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 공부를 썩 잘하지도 못했지만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군 재대한 뒤에 곧바로 대구 외삼촌이 운영하는 떡 공장에 취직했다. 이때부터 ‘떡’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 달 월급 80만원 남짓 받고 16시간 넘게 일했어요. 시간 외 근무수당도 없었지만 떡은 만들면 만들수록 재미가 붙었어요.” 동생 경민 씨가 직장 초년병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후 형 호성씨는 인터넷 쇼핑몰로 직장을 옮겨 홈페이지 관리부터 배송 처리, 홍보 노하우 등 인터넷 마케팅 실무를 익혔다. 반면에 동생은 네 곳의 떡집을 옮겨 다니며 다양한 떡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경민씨의 보물 1호는 ‘1억 노트’.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개발한 떡 레시피, 벤치마킹할 떡 가게별 서비스 노하우와 개선점 등 아이디어를 꼼꼼히 기록한 비밀노트다.
“외삼촌 떡집에서 처음 일할 때부터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때문에 종업원 신분이었지만 늘 ‘오너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배웠지요.”
‘1억 노트’의 꿈★은 이루어지다
이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형제는 2008년 12월 의기투합해 인터넷 떡집을 창업했다. 그동안 모은 종자돈 2000만원과 창업자금 대출금 3000만원이 사업 밑천이었다. ‘맛있게 잡수시라’는 의미를 담아 경상도 사투리 ‘자이소’로 떡집 이름을 정했다.
인터넷 떡 쇼핑몰의 주 고객층인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들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재료로 승부수를 던졌다. 떡 맛을 좌우하는 최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다른 떡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블루베리나 치즈를 떡 재료로 과감하게 사용했다.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고 백일 떡을 ‘아니 벌써’, 연인들을 위한 고백용 떡 케이크는 ‘내 마음을 받아줘’처럼 떡 이름에도 스토리를 담아 감각적으로 붙였다.
하지만 창업 후 넉 달간은 매출이 없어 고전했다.
“당장 쌀 살돈이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거의 매일 밤을 새며 신제품 개발과 홍보에 매달렸어요.”
주부 온라인 카페 등지에서 입소문이 나고 단골고객들이 생기면서 주문량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주문 접수와 배송, 제품 생산, 홈페이지 관리 그리고 고객 집으로 배송까지 억척스럽게 일인다역을 소화했다. 노력의 결실은 매출로 이어졌다. 창업 2년 만에 매출액은 15억원. 올해는 35억원이 목표라고 한다.
스무 명까지 늘어난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고 견문을 넓히라고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있어요. 직원들이 개발한 신제품이 판매실적이 좋을 때는 인센티브도 주고 있지요.”
사업의 성패는 결국 ‘사람’한테 달려있다는 걸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터득했기 때문이다.
형제 사장들은 힘들게 번 돈을 제대로 쓰는 법도 안다. 창업초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시작한 이웃돕기. 몇 년째 제3세계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일일카페를 열어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모았다.
‘10년 후 꿈’을 디자인하다
사업체가 커질수록 체계화된 경영지식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지난해 경민씨가 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올해는 호성씨가 입학한다. “10년 전에 부모님이 대학은 너희들이 필요할 때 스스로 벌어서 가라고 하셨는데 지금이 바로 공부할 시점인 것 같아요” 두 형제가 미래를 위해 내린 결론이다.
형제 사장에게 꿈을 물었다.
“10년 후 우리는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식품기업을 운영하는 꿈을 갖고 있어요. 사실 사업 하는 매순간 겁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죽을 만큼’ 일했던 창업 초기의 초심을 되새기면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총각 사장들의 꿈은 거침이 없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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