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는 배움으로 살아온 제과 장인…아들도 제빵 공부 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이자 코른베르그 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과명장 서정웅 대표(62 문정동)는 빵과 함께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의 제과점은 우리 지역 윈도우베이커리 업계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다. 꼭 만나고 싶었다. 작년 가을부터 시도했던 인터뷰는 결국 해를 넘겨 성사가 됐다. 해외 기술연수를 수시로 나가 일정을 맞추기 힘든데다 언론 노출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의 성품 탓에 만남이 쉽지 않았던 것. 달콤하고 고소한 빵, 깊이 있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서 명장의 43년 제빵 인생 속으로 들어가보자.
제빵 기술 배우길 참 잘했다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동네 어귀를 평정한 분위기에서도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상가에 있는 서 명장의 빵집은 1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빵을 맛 본 사람들은 누구나 풍미 가득한 서 명장의 빵을 다시 선택하기 마련이다. 손님들 중에는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맛있는 빵을 굽는 집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까지 있다.
“칭찬받으면서 장사하니까 보람을 느끼며 빵을 만들어요. 더욱 좋은 빵, 맛있는 빵을 손님들께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연구를 하는 이유죠. 새벽 일이 많아서 힘든 직업이 바로 제빵사지만 지금까지 이 일을 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항상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서 명장은 한국 제빵업계의 사관학교인 성북동 나폴레옹과자점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제과?제빵 분야 7명의 명장 중 한 사람이다. 20년을 나폴레옹과자점 기술상무로 재직하면서 제빵업계에서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늘 빵과 함께 있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운 그는 회사의 지원으로 일본과자전문학교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제빵연구소 3개월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제빵법을 개발, 상용화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일본 유학 시절 작성한 기술 노트가 두꺼운 대학 노트로 22권이 될 정도로 피나게 노력했어요. 빵의 본 고장인 유럽의 빵과 일본 양과자 맛을 따라잡기 위해 하루 세끼 빵만 먹으면서 반죽하고 굽기를 반복했지요. 지금까지 해외 연수와 출장을 자주 가는 이유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빵과 동고동락, 가업 잇는 아들 있어서 행복
전남 순천 출신으로 열아홉 살에 무작정 서울에 상경한 서 명장은 ‘자고 먹는 문제가 해결 된다’는 말에 혹해 도매 과자를 만드는 제과 공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때부터 고생길은 시작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과자만 구웠다”는 그는 다니던 도매 공장이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10㎡(3평) 남짓한 소규모 자영 제과점에 들어갔다.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오븐만 있으면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했고 빵에 인생을 걸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빵 만드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연탄불로 오븐 온도를 맞추니 손으로 감지하면서 화력을 조절했어요. 통나무 통에 반죽하면서 한 여름에는 소금을 줄여도 간이 맞는다고 농담할 정도로 많은 땀을 쏟았지요.”
서 명장의 둘째 아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제과학교를 수료한 뒤, 일본제과학교를 거쳐 현재 프랑스 리옹에서 유학 중에 있다. 그는 “아들이 원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기능올림픽 대표로 선발돼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 제과부문에서 4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면서 “정직하게 노력해야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나의 분신은 빵이다
서 명장의 아침은 아직까지 보통 사람들보다 빠르다. 직원들과 똑같이 출근해 새벽5시부터 관리감독, 제품점검, 포장, 매장 청소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 반죽의 발효상태와 냄새만으로도 제대로 빵이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빵은 나의 분신입니다. 온갖 정성을 들여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깊이가 있는 빵이 되지요. 작은 과자 하나라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다보니 명장 타이틀까지 얻었지요. 제가 만든 빵에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서 명장은 2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 대형 마트 빵집의 저가공세와 프랜차이즈 빵집의 시장 장악력으로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실을 기하고자 단행했다. ‘그러다 진짜 손님 빼앗기려고 그러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 있었다. 그의 빵만 먹는 손님들에게 인근 빵집의 빵 맛을 보고 맛으로 평가해보라는 의도도 있었다.
“7~8년 사이에 자영업 제과점들의 50%가 사라지고 프랜차이즈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점점 윈도우 베이커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거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춰서 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속 신기술을 공부하고 새로운 빵을 개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