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유한킴벌리의 인간존중 철학 (노용진 2001.10.31)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11-02
<신문로 칼럼="">유한킴벌리의 인간존중 철학 (노용진 2001.10.31)
노용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연간 교육·훈련시간이 300~350 시간. 이것은 어느 대학생의 수강시간이 아니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 종사하는 생산직의 교육·훈련시간이다. 현장 내 교육 훈련인 OJT까지 합하면 교육·훈련시간이 무려 500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유한킴벌리 근로자들은 리더십교육, 기본능력 개발교육, 직무전문가 양성교육, 평생학습교육 등 네 가지 교육을 받는다. 대표적인 리더십교육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워크숍 같은 게 있다. 기본능력 개발교육은 정보화와 외국어 능력함양에 주력하고 있다. 사내에 설치한 마케팅스쿨, 환경경영스쿨, 물류대학과 경영대학원 위탁 교육 등을 통해 직무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인가 학교인가? 영리 목적의 기업이 할 수 있는 합리적 행위로 볼 수 있는가? 기저귀 생리대 화장지 등의 제품 모두 시장점유율 1위, 대전공장의 경우 동일 설비를 갖춘 세계 10개국 27개 사업장 중에서 최저 불량률 및 최고의 생산성, 경제위기 기간 내내 매년 100억 이상의 순이익 등의 경영성과를 보면 그런 의문이 우문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갖는 분들을 위해, 높은 경영성과의 배경은 교육 훈련의 결과라는 유한킴벌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답변을 전하고 싶다.
‘부자 기업 가난한 기업’의 차이는 교육·훈련 투자의 정도에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기업 내 인적자원개발이 투자라기보다는 비용이라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경제위기 이후 가장 먼저 삭감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교육·훈련비였다는 점에서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육·훈련을 어떻게 실시하면 단순한 비용 대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의 사례는 교육·훈련이 인간존중의 경영철학 및 근로자 참여경영과 결합되었을 때라고 말해주고 있다.

‘부자 기업’의 비결은 교육·훈련 투자
열심히 일 하는 것(work hard) 못지 않게 일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것(work smart)이 중요하다. 교육·훈련은 바로 일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방법에 개입한다. 현명한 작업방식은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으로 나눠질 수 있다. 교육·훈련은 일차적으로 근로자들의 숙련 형성을 통한 개인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하지만, 그것으로만 한정될 때 교육·훈련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일본 기업들의 TQM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경영성과 향상은 근로자의 개별 직무의 개선보다 작업시스템의 개선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유한킴벌리의 교육·훈련은 근로자들의 조직적 공동노력을 통해 작업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교육·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속적 개선과 결합된 교육·훈련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업무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업무 과정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주어 1차원적 작업자에서 2차원적 작업자로 전화시키는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
작업자 자신에 의한 작업과정의 지속적 개선은 다른 한편 근로자들의 교육·훈련의 욕구를 창출하고 자발적 학습을 촉진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업방식과 작업공정의 지속적 개선은 작업자에게 기계의 운용에 한정하지 않고 기계 설비 자체를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하여 현장의 작업자를 지식인화 또는 학습인화 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의 작업자들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일상적으로 작업공정상의 문제점을 체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주입식 강의보다 워크숍 형태의 강의가 주류를 이룬다거나 사원들 스스로 강사로 나서도록 격려 받거나 작업방식에 관한 리서치가 요구받고 있는 등 근로자들을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것들도 이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장 작업자가 자기 개발 욕구로 충만된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작업과정의 지속적 개선에서 단계를 달리하는 잠재 역량을 구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기업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
기업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의 행동을 감시 감독에 의한 통제나 금전적 유인책만으로 지배할 수 없다. 부분적 통제는 가능할 지 모르지만 전체적 행위는 근로자들의 자발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대 조직이론에서 근로자들이 조직과 일체감을 느끼고 조직과 운명을 같이 할 태세가 되어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직몰입의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순수한 경영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유한킴벌리의 인간존중 경영철학이 잘 보여주고 있다.
고성과작업 조직의 토대가 되는 근로자들의 지식 창출과 공유, 지속적 개선에의 자발적 참여 등은 근로자들이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조직몰입이 없이는 사상누각이 된다. 노사간 갈등이 적고 사무직과 생산직간의 갈등이 약한 것도 바로 높은 조직몰입에 기인하고 있다. 거꾸로 유한킴벌리의 높은 교육·훈련은 근로자들의 자기 성장 욕구를 촉진하고 자발적 학습인을 낳음으로써 현장 작업자들의 조직몰입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음도 주목할 대목이다.
노용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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