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바이러스 전파에 힘쓸 거예요”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봉사하려고 천천히 준비해 왔어요.” 지난 3일 2010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에서 경기도 모범자원봉사상을 받은 오홍택(61)씨. 오 씨는 이번 12회 경기도자원봉사대회를 통해 김만수 부천시장이 주는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자신의 노력으로 남을 도우며 봉사 바이러스를 전파하겠다는 그를 지난 8일 만나봤다.
동생들 머리 깎으며 이발법 습득
38년간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오홍택씨는 지난 2009년 자원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10년 전부터 이발 기구를 준비하고 있었던 그는 “이발 봉사를 하겠다”며 아내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2008년 그는 요양보호사 교육 중 끝나면 할 일을 생각하던 중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넣어뒀던 가위를 집어 들었다. “형제가 많았어요. 어린 동생들의 머리를 직접 잘라 줬지요. 장성한 형제들이 명절에 모일 때, 우리 애들 초, 중학교 시절에도 머리를 깎아줬습니다.” 오 씨의 이발봉사는 그런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부천 상동에 있는 요양센터 노인 3명에서 지금까지 600여 명의 머리를 깎아왔다.
“처음엔 시간이 오래 걸렸죠. 오래 쉬었더니 손놀림이 둔하더라구요. 100명 정도 자르다보니 감이 돌아오더라구요.” 요양원과 병원, 장애시설,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의 노인을 방문해오면서 그들의 딱한 사정을 일기로도 썼다. 기록한 글은 그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
“평소에 공예와 그림을 해요. 머리 깎는 일은 그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만큼 쉬운 일이죠. 이발 봉사는 그 사람의 모습에서 마음까지를 다듬어주는 예술 작업이거든요. 정신을 집중해야 하죠.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깔끔하게 해드리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진 재능 힘껏 나누면 뿌듯해져
오 씨는 매 주 목요일 원미노인복지관으로 행정봉사도 나간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사회교육프로그램 카드를 발급하고 질문 사항에 답을 하고 상담실 자료를 입력해준다.
또한 공무원 시절에 익힌 컴퓨터 실력으로 컴퓨터 기초 교육을 잠시 맡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충분히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발봉사 또한 쉬지 않는다. 봉사하는 장소가 화장실일 때도, 엘리베이터 홀일 때도 있지만. 어둡고 협소한 곳에서 머리를 깎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기마자세를 하고 머리를 깎게 되면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다. “한두 명의 머리를 깎을 때는 잘 몰라요. 3명 이상이 되면 땀이 나기 시작하죠. 수건을 부탁해서 땀을 닦으며 일하는데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하나님이 보살펴 드릴 거예요’하는 말씀들이 쏟아지죠. 그럴 땐 감동이 밀려오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봉사에 대한 도덕적인 의무감이 있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나 봅니다.”
10004명 머리 깎으면 만사형통 하지 않을까
“1차 목표는 1004명의 머리를 깎아 드리는 거예요. 어린 천사처럼요. 2차 목표는 10004명이죠. 10년 이상 걸릴 이 일을 다 하고 나면 만사형통하지 않을까요? 하하.”
오 씨는 남을 위해 배려하는 가운데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끼는 모습에서 깊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랑에 눈먼다는 말이 있잖아요. 봉사활동 할 때는 봉사가 돼야 해요. 눈이 멀어야 봉사하죠. 이런 저런 것 생각 않고 깊은 마음으로 배려하면 사랑의 마음은 자연스레 생겨나지 않겠어요?” 오 씨는 지금까지 혼자 해온 봉사활동의 의미를 확대하고 싶다. “스물한 명의 머리를 한꺼번에 깎다가 덜컥 병이 났어요. 아내가 속상해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서로 의지하고 나누면서 일해야 더 오래 봉사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발봉사자 모임을 만들고 이용사 자격증도 취득하려고 한다. 인터뷰 시간이 흘렀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수상 소감을 놓쳤다. 오 씨에게 봉사자 상 받은 소감을 말해달라고 했다. “옛날 물질적으로 봉사할 때는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생활 속에 배어있어야 할 육체적인 봉사는 많이 알려야 해요. 그래야 남들이 따라 할 수 있답니다. 내가 힘들여 남을 도우면 주위 사람들에게 봉사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