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성공회대 교수경제학
2010년에는 세계증시의 동반 반등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누가 주가예측을 더 잘했나를 두고 설왕설래한다.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많은 학자나 투자업계 분석가들이 일종의 망신을 당했고 일부 내외신에서는 조롱거리로 삼기도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애초에 2009년에 무슨 일이 생긴다, 2010년에 더블딥에 빠진다라는 식으로 구체적 시점을 정해 예측하는 일이 틀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비관론의 입지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비관론의 합리적인 핵심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해소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답을 회피하는 낙관론의 근거가 의심스럽다. 굳이 변명삼아 보태자면 지난달 초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달러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풀겠다고 한 시점에서 이미 비관적 예측의 일부분은 실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2011년 한국증시에 관해서도 금융시장의 대세는 낙관론이다. 주가지수가 최소 2300을 간다, 2700을 간다 요란스럽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명목 국민소득(GDP)보다 훨씬 커지자 잠깐 거품논란도 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이후의 문제 즉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한다. 한국증시의 낙관론은 한탕주의 투자전략이나 금융상품전략에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증시가 자신의 힘에 의해 급반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 몇몇 대기업(군)의 뚜렷한 실적개선이 관찰되지만 그 이면에 대외무역의존도가 급증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내수기반은 피폐해지는 문제를 해결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체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주가가 아니다.
과잉유동성 대량으로 유입된 상황
세계증시가 반등했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2007년의 고점에 근접한 국가들이 있는 반면, 여전히 하락해 있는 국가들도 다수다.
칠레 멕시코 인도 남아공 등과 아시아 지역의 신흥시장이 주로 회복된 군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은 금융시장 개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을 피할 수 있었거나 내수시장의 비중이 높고 탄탄한 경우였다.
아니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풀어놓은 과잉유동성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아무래도 세번째 부류에 속할 것 같다. 실제로 현 주가가 외국인들만의 잔치라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증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1%선까지 낮아지는 등 초저수준을 보인 2003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의 시기에 일어났던 일을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20조원이 넘는 외국인의 소나기 매수가 있었다. 그 이후 미 연준이 정상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즈음에 외국인은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때 맞춰 펀드 붐이 조성되면서 고가에 이 매물들을 흡수했다. 그로 인해 외국인은 잘 팔고 나갈 수 있었다.
전문적 투자기관들은 반드시 어떻게 투자자금을 잘 회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 즉, 출구전략을 갖추고 투자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만약 외국인의 출구전략이 들어맞으려면 조만간 과거의 펀드붐을 다시 일으키려는 투자 관련 회사들의 온갖 안간힘이 뒤따를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경기를 부추기려는 정부 당국의 방조 혹은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국민에게는 노후와 건강과 같은 기본 경제생활에 대해 적당한 불안감도 조성하고, 한푼 두푼 저축해서 뭐하나 저축할 곳이 없는데 하는 심리도 조성되어야 한다.
정책당국이라면 이후를 고민해야
때를 맞추었는지는 몰라도 정부는 한국은행과 각 민간연구소, 세계예측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넘어서는 내년도 성장전망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웬만한 물가상승은 감수하고 경기를 부추기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마저 보인다. 부동산 규제도 제대로 풀어볼 모양이다.
이미 외국인 투자가들의 출구전략에 이것까지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 결과는 또 다시 많은 월급쟁이들의 한숨이 될 것이다.
투자가의 시각에서는 한탕 이후를 고민할 이유가 없지만, 정책당국이라면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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