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표준생계비 492만원의 오해와 진실

지역내일 2011-02-11
허윤정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한국노총은 매년 '표준생계비'를 산출해 발표해왔다. 올해는 표준생계비로 초등학생 2명의 자녀를 둔 4인가족의 경우 매월 492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이 280만원 남짓에 불과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반천만원의 등록금이 들어가는 대학생 자녀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중고등학생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생계비가 필요하단 말인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주택 등 내구성 생활재도 포함한 생계비

그렇기에 "도대체 그렇게 많이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혹은 "그 정도면 표준이 아니라 호화스럽게 살겠다"라는 일각의 비판도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이다. 그렇게 많이 버는 사람은 고소득층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500만원에 육박하는 돈으로 먹고 살기만 한다면 유기농채소로 식탁을 도배하고, 브랜드 의류만 입고 살아도 너끈할 것이다. 표준생계비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흔히 하는 오해이다.

표준생계비는 조합원 실태조사와 물가조사를 통해 계산된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모형을 설계한다. 우리가 매월 구매하지 않는 텔레비전,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 장롱, 소파 등의 가구, 자동차 등을 비롯해 전세비, 자가구입비와 같은 주거비도 월로 환산해 포함된다. 사실 이런 품목들은 자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월 생계비에 포함시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몇 천, 몇 억에 이르는 주거비를 대출로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부모님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우리는 이 금액을 당장의 생계비라고 여기지 않는다.

고가의 주거비를 쪼개어 매월 생활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표준생계비가 한참은 더 높아져야 한다는 데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표준생계비에는 우리가 빚을 내어 살고 있는 집, 빚을 내어 굴리고 있는 자동차 등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제대로 인지하기만 해도 앞서 예시한 그런 오해들은 쉽게 풀릴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환산하면 4인가족 기준 가구당 연간 8만달러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벌기만 한다면 492만원, 결코 많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우리가 그만큼 벌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1년에 8000만~9000만원을 벌어들이는 가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20%의 연소득이 8700만원을 넘는다고 하니 고소득층이나 그렇게 번다는 이야기이다. 더욱이 국민소득에는 모두 노동자 몫이 아니라 기업의 몫도 포함되는데 노동소득분배율(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2만달러 시대에 우리가 여전히 가난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주거, 의료, 교육만이라도 사회가 책임져야

표준생계비는 말 그대로 '표준'생계비이다.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딱 표준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 그것이 바로 표준생계비이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보통의 월급쟁이가 월급만으로 표준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비를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치솟는 전세값, 교육비 등에 우리 삶은 갈수록 피폐해질 것이다. 월급만으로 살 수 있기 위해 주거, 의료, 교육만이라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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