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리알 지갑’ 인생들의 분노

지역내일 2011-03-02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폐지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유리알지갑' 인생들의 분노가 뜨거웠다. 이처럼 세금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정리하는 작업은 매우 강한 저항을 부를 수 있다. 필자는 원칙적으로는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일괄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소득공제 혜택 폐지에는 반대하는 쪽을 택했다.

우선 국내 조세구조의 근원적 불공평함 때문이었다. 재벌과 고소득 자영자 등 가진자들의 탈세와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한 과세 부실 등 근원적인 조세 정의가 무너져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의 폐지시한이 닥쳤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으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성격이 다분하다.

정부가 각종 탈세를 방치하고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깎으면서 부가가치세 비중을 늘리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려 하니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봉'이 되는 기분일 수밖에 없다.

다른 비과세 및 감면 혜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런 종류의 모든 혜택 가운데 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 공제 혜택이 가장 크다. 임시투자세액공제로 인한 기업의 투자 증가 효과는 거의 없는데, 이는 그냥 두고 직장인들의 감면 혜택만 손을 대려 하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너진 조세정의에 직장인들 분노

불공평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설명하는 행태경제학의 연구사례가 있다.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마음씨 좋은 갑부가 1000만원을 A라는 사람에게 주고, 그 돈을 B라는 사람과 나눠가지라고 한다. 그 돈의 배분권을 가진 A는 어떤 금액을 B에게 제시해도 좋지만, A와 B 모두 그 금액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경우 A가 B에게 제시하는 금액은 '최후통첩'이며 B는 A가 제시하는 금액을 받아들일지 말지만 결정할 수 있다. B가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1000만원을 나눠 갖게 되고, B가 수용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그 돈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만약 A가 자신이 950만원을 갖고 B에게 50만원을 준다고 할 경우 B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면 이 제안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런 기회비용이나 리스크도 없이 50만원의 이득이 발생하는데 합리적 인간이라면 거부할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수십개 나라에서 수천번에 걸쳐 진행된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B는 A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이득이 생긴다고 해도 심각하게 불공평하다고 판단하는 제안은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나라와 문화권별로 B가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은 편차가 있었지만 대체로 30% 이상은 돼야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이 분노 촉발시켜

공평함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당장 눈앞의 물질적 이득도 거부할 만큼 강하다. 불공평에 대한 인간의 분노 또한 그만큼 강하다. 불공평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신에게 이득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판을 걷어차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정부의 '부자감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이유이며, 소득공제 혜택 폐지추진에 직장인들이 분노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일부 야권에서 조세정의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론'부터 거론할 경우 많은 납세자들의 분노를 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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