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첫날, 서울 초등학교 풍경]친환경쌀로 지은 밥, 순식간에 ‘뚝딱

지역내일 2011-03-03 (수정 2011-03-03 오후 1:07:06)

논란 끝 시행 … 구청장들 현장 배식·시식

'유상급식'하는 5·6학년에는 쌀구입비 지원

2일 낮 12시 서울 도봉구 창동 자운초등학교 2학년 바름반. 책상 위에 물통을 꺼내두고 급식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구수한 밥 냄새에 복도쪽을 흘깃거린다. 오늘 메뉴는 전남 무안 '해청'쌀로 지은 밥과 야채카레 깍두기 오징어링튀김 그리고 귤 한 개다. 식판에 밥을 채워 자리에 앉은 지 10분이나 됐을까. 몇몇이 다시 식판을 들고 배식대 앞에 선다.

"밥 더 주세요. 카레도 더 주세요."

"깍두기 세알만 주세요."

'밥을 먹지 않는다'던 요즘 아이들, 식판을 순식간에 비운다. "이 쌀은 농부아저씨들이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생산한 거야. 맛이 어때?" 배식에 나선 '구청장 아저씨' 질문에 아이들 합창하듯 입을 모은다. "맛있어요."

◆친환경쌀 안정공급에 주력 = 같은 시간 관악구 삼성동 신우초등학교 3학년 4반. 전북 군산에서 생산한 무농약쌀로 지은 흑미밥과 바지락미역국 닭볶음 냉이무침 배추김치가 오늘 점심이다. 남은 반찬을 더 달라고 손드는 모습에 담임교사마저 "평소와 다르다"며 놀란다.

2일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이 일제히 시작됐다. 21개 자치구는 초등학교 1~4학년, 강남3구와 중랑구는 1~3학년이 대상이다. 복지포퓰리즘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제 무상급식 현장인 학교 표정은 밝았다.

이동진 도봉구청장과 유종필 관악구청장을 비롯해 빠듯한 살림살이를 쪼개 1개 학년치 급식비를 분담하기로 한 자치구 구청장들도 이날 각 지역 초등학교를 찾아 배식을 거들었다. 아이들 먹을거리를 함께 맛보며 친환경 식단을 직접 평가하고 준비·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학교·교육청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구청장들의 현장배식은 3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자치구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친환경쌀의 안정적 공급. 당장 전체 식재료를 친환경제품으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식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쌀에 집중하기로 한 것.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친환경무상급식에워낙 관심이 모아져 있어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다"며 "우선 쌀부터 인증된 쌀을 선정,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친환경쌀 품평회를 통해 경기 가평의 청정가평쌀, 전남 무안의 꿈여울쌀과 해청, 전남 함평의 나비햇살미, 경북 문경의 새재의 아침쌀을 선정했다. 각 학교는 업체들과 개별 계약을 맺고 쌀을 공급받는다.

관악구는 자매결연 지자체인 충남 공주와 서천, 전남 강진과 함평, 전북 군산에서 생산하는 쌀을 선정했다. 공급단가도 전년도에 비해 1000원 저렴한 20kg당 4만8000원에 합의했다.

◆"건강에 좋고 돈도 아낄 수 있어" = 친환경 식단과 무상급식 시행에 대한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장현이 신우초등학교 3학년 4반 담임교사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반찬을 가리지 않고 밥을 잘 먹는다"며 "무상급식이 실시되니 학생들 사이에 무상·유상이라는 위화감도 없어지고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 학급 이채원(10) 학생도 "집에서 먹는 미역국이나 닭고기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엄마도 '친환경무상급식을 하니까 건강에도 좋고 돈도 아낄 수 있다'고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우들과 달리 '유상급식'을 하게 된 아이들. 서울시내 전체 5·6학년과 강남 서초 송파 중랑구 4~6학년이다. 아우들과 같은 친환경급식을 하자면 학부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봉구와 관악구는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5·6학년도 1~4학년과 같은 식단으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친환경쌀 구매 차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악구는 여기에 더해 급식비 상승요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당 평균 12명씩 총 265명의 급식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정미라 북부교육희망네트워크 도봉대표는 "2개 학년이 제외된 데 대한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중랑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고 모(44)씨는 "같은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인데 학년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아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황영미 도봉구 학교지원팀장도 "5·6학년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항의성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시에서 동참하지 않아 무상급식을 못한다는 걸 알고 이해는 해준다"고 전했다.

현장점검·산지방문으로 품질관리 = 친환경무상급식 첫 발을 뗀 자치구들에게 남은 과제는 꾸준한 품질관리.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처음 실시하는 만큼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연 2회 정도는 급식 현장점검을 통해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쌀 공급처를 방문해 체험활동을 통해 생산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쌀 이외의 식재료는 공급처와 종류가 다양해서 권역별로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9곳 중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곳은 183곳이다. 전체 기초지자체 중 80%에 해당하는 수치로 5곳 중 4곳이 2일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나선 광역자치단체는 충북 충남 광주 전남 전북 등이다. 이들 지역은 초등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서울 경기 인천 경남 등 지자체는 부분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전체 학생의 90%가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됐다.
김진명 김선일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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