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공기업은 국민을 봉으로 아는가(김진동)

지역내일 2011-03-10

김진동 논설고문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만성적인 적자에 빚더미에 올라 앉은 공기업이 성과급 장치를 벌였다. 부채와 적자가 늘면 성과급도 늘어나는 해괴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기업을 감독하고 방만경영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는 해마다 도를 더해가는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역시나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부채규모가 212조원에 이르는 22개 공기업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총 1조746억원이다. 1인당 평균 1450만원씩의 돈잔치를 벌인 것이다. 전해 1020만원에 비해 42%, 2005년에 비해서는 배 이상 늘어났다.

공기업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정부 탓이 크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회피하기 위해 인기영합주의적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를 공기업 채무로 돌려 막은 셈이다.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면서도 1천만원대 성과급

더욱 해괴한 것은 공기업부채의 증가와 비례하여 성과급 지급액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4년 공기업 부채는 82조원에서 2009년 말 212조원으로 3배나 급증했다. 빚이 늘어날수록 성과급도 증액된 것이다.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은 직원들에게 평균 1000만원씩의 성과급을 줬다. 7322억원의 적자를 낸 대한주택보증은 1170만원씩을, 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가 125조원으로 하루에 이자만 100억원씩 물면서도 평균 1610만원의 성과급잔치를 벌였다.

여기에 더해 접대비도 펑펑 썼다. 전국 285개 공공기관이 2003~2009년 지출한 접대비가 2698억원에 이른다.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산하 131개 공기업의 지난해 부채가 2008년보다 10조원이 늘었다. 그런데도 성과급 지급액은 2008년 1658억원에서 2009년 1981억원으로 늘었다. 역시 부채가 늘면 성과급도 늘어나는 웃지 못할 현상을 빚어냈다.

공기업들이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면서도 떵떵거리며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허술하고 불합리한 경영평가 시스템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경영평가 결과, 한전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최고 등급을 받았고, LH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이끌어냈다는 이유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방만경영과 경영부실로 인한 부채증가나 적자누적 같은 경영성적표와는 거리가 멀다. 경고를 주거나 문책을 해야 마땅한 부분엔 눈을 감고 정치적 평가에 기울어진 결과다.

민간기업이라면 어림없는 일이 공기업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내는 사업의 책임자는 문책을 당하거나 해임되기도 한다. 보너스는 말할 것도 없고 봉급을 삭감하거나 감원을 하는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고 문을 닫기도 한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공공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부실경영으로 터무니 없이 적자를 내고 빚만 잔뜩 지는, 그래서 국민의 혈세에 기대는 공기업은 존재의미가 없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 강도 높게 추진해야

성과급은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을 높여 이익을 많이 냈을 때 보상으로 주는 보너스다. 경영을 잘못하여 적자를 많이 내고도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낯 간지러운 행태다. 경영상태가 나쁜데도 성과급만 챙기면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끝내는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을 봉으로 여기는 몰염치한 짓이다.

한전이 매년 2조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터무니없는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적자타령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적자를 몽땅 국민의 호주머니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치열한 구조조정을 하고 성과급도 자제하면 인상요인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인상률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구호에 그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계획을 다시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나태해진 경영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독기관에도 부실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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