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우리 나라가 다문화 사회의 문턱에 있다.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최근 경제 위기 이후 그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였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11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로 추산된다.
이 정도 비율이면 다문화 사회로 이미 진입한 선진국의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조만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수준이다.
단일민족주의를 표방한 우리 사회가 문화적, 역사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공존하는 복합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다.
최근 20년 사이 크게 증가한 국내체류 외국인은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 조선족 등 한국계 동포외국인,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숙련인력보다는 단순노동인력의 비중이 크고, 고용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속하는 외국인이 더 많다는 뜻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내부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위 3D 업종을 기피하는 근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일부 서비스업, 특히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결혼 적령기 남녀 비율의 불균형, 입학정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부 대학들의 수요가 주 요인인 것이다.
공급요인도 있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는 외국인 입국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거 60년대, 70년대 경제적인 이유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독일이나 미국 등 해외로 이주했던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는 성공, 프랑스는 실패
최근 경제위기로 다소 주춤한 국내체류 외국인의 증가세는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에 대한 수요요인이 여전히 크고, 아직 코리안 드림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우리 나라의 생산활동인구가 줄게 되면 이러한 수요요인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예견되는 다문화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구상해야 하나? 우리보다 먼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선진국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에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는 캐나다가 있고, 프랑스의 경우는 다문화 정책이 실패한 사례로 지적된다. 다문화 정책에서 캐나다가 비교적 성공하고 프랑스는 실패한 요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프랑스가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동화와 배제의 모순된 정책을 펼친 반면 캐나다 정부는 다양성과 공존의 복합적인 정책을 구사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다문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내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이 단선적이 아니고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다문화 정책의 대상을 개인으로도 보면서도 동시에 그가 속한 인종적, 문화적, 경제적 집단의 구성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첫번째 요건이다.
다문화 정책의 두번째 복합적 요인은 다문화 사회의 문제를 경제적인 차원 뿐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으로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다문화 사회는 외국인 이민자가 경제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민자들이 자신이 속한 이민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민사회의 경제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건강한 다문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단순노동력 위주 정책 재고를
다문화 사회는 흔히 말하는 '용광로'가 아니다. 오히려 문화적 전통이 다른 얼굴이 모여 멀리서 보면 커다란 형상을 이루는 거대한 '모자이크(mosaic) 벽화'나, 서로 다른 문양과 스타일을 가진 여러 천 조각이 하나의 작품으로 모아지는 '조각이불'(quilt)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가까운 미래에 본격적으로 다가올 다문화사회를 준비하려면 단순노동력 위주의 현재의 이민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다문화 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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