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한국어 붐의 그늘

지역내일 2011-01-20

신연숙 전 서울신문 논설실장

지난주 말레이시아에 여행을 갔다가 흥미로운 사람을 만났다. 일행에 앞서 먼저 돌아온 관계로 혼자 공항까지 픽업 서비스를 받았는데 운전자가 한국 여성이었다.

혼기를 넘긴 딸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의 성화를 피해 그곳에 와 한국어 교사를 하며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학원과 집에서 중국계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공항 픽업 서비스는 드라이브를 겸해 가끔 나선다고 했다.

최근 여러 계기로 한국어교육 현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참이라 이 여성과의 대화가 더욱 흥미로웠다. 외국에서의 한국어 교사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았다. 성격이 개방적인 사람이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현지 생활에 대해서는 대만족. 자연환경이 좋고 물가도 싸다. 보람도 있다. 다만, 돈은 벌지 못한다. 그저 현지에서 살아갈 정도의 수입이다'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한국어 공부 붐에 대해 여러 가지 낙관적인 보도들이 쏟아지곤 한다. 그런 와중에 잘못된 정보와 과장된 해석, 오해와 오류들도 양산되고 있다. 가장 심한 것 중 하나가 한국어 교사에 대한 환상이다.

'누구나 네이티브 스피커인 만큼, 한국어는 아무나 가르칠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는 한국어 능력시험 합격하는 게 로또 당첨이나 한가지일 정도라니, 한국어 교사를 하면 돈도 많이 벌 것이다' '한국어 공부가 붐인 곳에서 돈을 벌면서 외국 생활을 즐겨 볼까나' …

사실 한국어가 비즈니스로 뜨고 있다면, 가장 각광을 받아야 할 이들 중 하나가 현장 교사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외국의 한국어 붐도 알고 보면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몇개 국가에 그친다. 이 나라들은 소득 수준이 낮아 그 나라 기준에서 높은 대우를 해준다고 해도 한국 기준으로는 헐하기 짝이 없는 액수다.

시급제에 4대보험·퇴직금도 없어

그 점은 말레이시아의 한국어 교사도 확인해 줬다. 한국어는 아무나 가르칠 수도 없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자격증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국어 교사들의 대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최근 한 블로거는 자신이 조사한 한국어 강사의 급여를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충격적이다"는 댓글이 빗발쳤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부설 어학원의 한국어 강사들은 대부분이 '시간 강사'다. 급여는 시급으로 받고, 몇 년을 일하건 4대 보험은커녕 퇴직금도 없다. 시급이라고 하지만 급여는 수업시간 기준으로 계산해 주고, 실제 근무 시간은 회의다, 부교재 제작이다, 평가다 해서 거의 하루 종일이다.

그나마 대학 부설기관 강사는 사회적 위신이라도 높다. 지자체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이주노동자센터, 혹은 종교기관의 한국어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교통비 수준의 처우를 받거나 문자 그대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기가 일쑤다. '생활급'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기관, 저 기관으로 보따리 장사를 다녀야 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원은 성시를 이룬다. 10주에 100만원 이상 등록금을 받는 학생을 1000명 이상씩 가르치는 대학부설 교육원도 있다. 이들은 한국어 교사 단기양성 과정도 다투어 개설한다. 학생에게 등록금 챙기고, 교사 지망생에게 또 다른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은 다문화 관련 예산을 다투어 증액한다. 외교부 교육부 법무부 문화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한국어 교육 사업을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족의 한국어 실력이 그렇게 썩 좋아진 것 같지도 않은데 그 많은 등록금 수입과 예산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력과 기관 품질관리를

최근엔 '한국어 방문교육 지도사'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생겼다. 자고나면 새 인력양성 제도를 만들고, 새 교육 기관을 허가할 게 아니라 인력과 기관의 품질관리와 제대로 된 처우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어 붐 한 구석에서 현장 교사들은 거의 숨이 턱에 차 있는 듯 보인다. 최일선이 이렇게 열악해서야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이나 국제어로서 한국어의 발전도 쉽게 이루어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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