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힌 녹색성장]산업구조 개편없인 미래도 없다

지역내일 2011-02-23
온실가스 내뿜는 '고탄소저효율' 성장, 더이상 안된다
에너지 다소비산업 중심 산업구조 바꿔야 … 정부는 산업계 반발에 구조개편 주저, 녹색 '쇼'만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정작 '녹색성장' 하겠다는 정부는 복지부동이다.

우리나라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국가 에너지효율 저하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개발주의 시대에 고착된 에너지 다소비산업 중심의 성장은 녹색규제가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너지효율도 온실가스도 '녹색강국'과 거리멀어 =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했다. 세계 7대 녹색강국 진입을 선언키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주소는 아직 녹색강국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은 2008년 현재 경제규모가 세계 12위고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10위권이다. 그런데 국가 에너지원단위는 OECD 국가 중 25위로 높은 축에 속한다. 에너지원단위란 일정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양으로 그 국가의 에너지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높을수록 에너지효율이 낮다는 뜻이다.

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은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0.299TOE(석유환산톤)을 소비했다.

이는 일본(0.096)의 3.3배, 독일(0.157)의 2배, 미국(0.187)의 1.6배, 그리고 OECD 평균인 0.174TOE 대비 1.8배에 달한다.

사실 한국의 에너지효율 순위는 꼴찌서부터 세는 게 빠르다. OECD 30개 회원국 중 체코(에너지원단위 0.568), 슬로바키아(0.538), 아이슬란드(0.486), 헝가리(0.416), 폴란드(0.382)에 이어 6번째다.

에너지효율이 낮으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아진다.

국제 에너지 통계기구인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09년 한국에서 배출된 CO2량은 2008년보다 1.2% 늘어난 5억2813만톤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2008년까지 9위였던 CO2 배출량 세계 순위가 8위로 올랐다.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남아공,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국가들은 모두 배출량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한국은 1인당 CO2 배출량도 세계 수위급이다. 2009년 1인당 배출량 10.9톤을 기록했다.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2배가량 높은 독일(9.3톤), 일본(8.6톤), 영국(8.4톤)보다도 많았다. 1인당 CO2 배출량은 국민들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선진국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에너지 다소비산업, 투자대비 효율성도 낮아 = 전문가들은 한국의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로 산업구조를 꼽는다. 제조업 중심, 특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원단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08년 현재 한국의 제조업이 국내 창출 부가가치에서 기여하는 비중(총부가가치 기여율)은 28.4%다. 일본(20.7%), 독일(23.6%), 미국(12.7%), 영국(12.4%)에 비해 7.7~16%가량 높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비중도 6.3%에 달해 나머지 국가들에 비해 2.3~4.1% 높다.

그런데 국내 제조업이 생산액 대비 실제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비율은(부가가치 창출률)은 앞의 나라들 중 꼴찌다. 국내 제조업 평균 부가가치 창출률은 19.9%로 일본(33.2%) 독일(30.7%), 미국(32.9%) 영국(34.1%)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철강업과 석유화학업의 창출률은 각각 17.3%, 17.2%를 기록, 국내 제조업 평균에도 못미치고 있다. 한마디로 투자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들 업종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EA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에너지 소비비중은 2008년 현재 약 58%로 주요 선진국의 산업에너지 비중인 30~4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경우 국내 에너지 총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6%다. OECD 평균(15.8%), 일본(23.6%), 독일(19.1%), 미국(13.0%)보다 현격히 높다.

◆철강회사 하나 CO2 배출량이 국내 가정 전체와 맞먹어 =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현상은 유독 산업부문에서만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OECD와 IEA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수송·가정·상업(공공기타) 부문에서 선진국보다 낮으나 산업부문에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1인당 에너지소비량(2008년)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1인당 수송에너지 소비량은 0.59TOE로 미국보다 70%, OECD 평균보다 40% 적으며 일본과 독일에 비해서도 3~8% 적었다. 가정·상업부문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도 모두 0.4TOE에 못미쳐 선진국보다 대체로 적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부문의 1인당 소비량은 1.59TOE를 기록해 영국(0.63), 일본·독일(0.96), OECD 평균(1.02)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온실가스 배출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해 CO2 배출량에서 산업과 에너지 부문이 70.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정·상업 부문은 10.3%, 수송 부문은 18.2%에 그쳤다.

대표적 에너지다소비업종인 철강의 경우 배출량이 더 막대하다. 모 철강사의 경우 2009년 한해동안 CO2를 6315만톤 배출했다. EIA가 산출한 같은 해 국내 CO2 총배출량 5억2813톤의 12%에 달한다. 2008년에는 7280만톤이었다. 이는 2006년 당시 국내 가정 전체의 배출량(7420만9000톤)과 맞먹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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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다소비 산업 의존 버려야" = 2009년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BAU(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업구조 개편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에너지다소비업종 봐주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2020년 에너지소비량을 당초보다 10%가량 높여잡았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지경부는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줄어야 하는 여건임에도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2020년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모순된 전망을 내놔 사실상 에너지 다소비산업 중심의 구조를 유지할 속내를 비쳤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산업계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초 이명박 정권 임기 내인 2013년 1월 1일 도입을 입법예고했던 정부는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도입시기를 임기 종료 후인 2013~2015년으로 늘려잡아 차기정권에 부담을 떠넘길 기색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은 "에너지 다소비 업체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끌어다 쓰면서 저부가가치 상품을 해외에 수출, 에너지와 경제부문에서 저효율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대한 의존증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정부가 말하는 녹색강국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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