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관광·워터파크·발효식품저장 등 용도 무궁무진
28일 오전 10시 KTX광명역에서 시흥방향으로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자 가학산 중턱에 조그만 동굴입구가 나타났다. 일명 가학폐광산.
장화로 갈아 신고 광산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과 함께 새우젓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흙과 물이 잔뜩 고인 갱도를 따라 160m가량 걸어가자 세 갈래 길이 나왔다. 가운데 길로 240m쯤 가면 광산동쪽 출입구(소하동 방면)로 연결된다.
정광해 광명시 공원조성팀장은 "광산 채굴 당시 사고에 대비해 마련해둔 비상구였고 얼마 전까지 새우젓 2500통을 보관하다 모두 반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왼쪽 길은 약 75m, 오른쪽은 165m 가량 이어진다. 동굴 총 연장은 7.8㎞, 깊이는 275m에 달하고 해발 116.6m인 이곳 은 8층 구조로 돼 있다. 50여개의 동공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고, 곳곳에 지상과 연결된 환기구 20여개가 뚫려 있고 자연채광도 된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자 아래로 파내려간 갱도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시 관계자는 "깊이가 95m정도 되는데 물 성분을 검사해보니 마셔도 될 정도의 맑은 암반수였다"고 말했다. 0레벨을 제외한 지하 7층까지 모두 물에 잠겨 있는 상태다. 이 물을 모두 퍼내면 과림저수지보다 많다고 한다. 조금 후 광장같은 구조의 동굴이 나타났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이곳에 동굴공연장을 만들어 콘서트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학폐광산은 1912년부터 약 60년 동안 금 은 동 아연 등을 생산하다 1972년 폐광됐다. 한때 종업원이 500여명에 이르고 채굴량이 하루 250톤을 넘는 수도권 최고의 금속광산으로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이 폐광산을 관광 및 산업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가학폐광산 활용방안이 검토됐지만 경제적 효용성 등의 문제로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KTX광명역 역세권 개발에 이어 지난해 말 정부의 광명시흥보금자리주택 개발사업이 확정되면서 여건이 달라졌다. 광명시는 과감하게 올해 4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난 1월 26일 광산부지를 매입했다. 동굴내부에 대한 안전진단과 기본계획용역 등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명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관련 인허가를 마친 뒤 이곳에 동굴탐험, 레일바이크, 입체영화관, 동굴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설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와인 및 발효식품 저장고와 시음판매장도 운영할 생각이다. 동굴 속 암반수와 인근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한 수영장 등 워터파크를 조성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최대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개발비용이 문제다. 시는 민간 또는 외국자본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무엇보다 고속철도(KTX) 광명역에서 1.5km 떨어져 있고 주변에 서해안고속도로 제2·3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국내 모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등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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