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준 범죄자들, 나중엔 '비리경찰' 협박
경찰청 '비리정보관리시스템' 비리경찰에 이용당하기 일쑤
지방에선 '스폰서 경찰' 후원하는 토착세력에게 당하기도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의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망각한 채 뇌물을 수수하고, 수사상 중대한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죄를 저질렀다." 비리사슬에 엮인 일부 경찰관들의 법정 판결문마다 등장하는 문구다. 일부 경찰관들의 비리는 주택재개발조합장이나, 세무공무원들에 비해 '서민형'에 가깝다. 비리에 얽힌 세무공무원들이나 주택재개발조합장들은 억대 뇌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반해, 경찰관들은 수백만원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그러나 사법의 최일선에서 서민들과 접촉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경찰관들의 비리는 사법질서에 대한 서민층의 불신을 부르는 악영향을 끼친다. 판결문을 통해 일부 비리경찰관들의 행태를 들여다보았다.
비리경찰관들의 범행은 대개 뇌물을 준 범죄자가 경찰관을 물고 들어가면서 들통나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들은 자기 뜻대로 사건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탄원서를 내 비리경찰관을 고발한다. 이는 경찰관의 사건처리가 상부의 지시나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견제받는 장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장 홍 모 총경은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받던 시행사측의 뇌물타깃이 됐다. 시행사측 관계자는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돈 아끼지 말고 시원하게 인사해서 사건을 마무리 해달라"고 국정원 출신 법조브로커에게 부탁했고, 이 브로커는 홍 총경에게 달려가 사건진행상황을 점검해달라고 부탁했다. 홍 총경은 수사담당경찰에게 전화를 해 준 이후 이 브로커에게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법조브로커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자 이 브로커의 주변사람이 홍 총경을 협박했다. 비리에 묶인 홍 총경은 후배 교도관을 통해 이 브로커를 달래는 메모를 넣었다. 홍 총경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이 메모 탓에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남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김 모 총경도 사행성 게임장 업주의 뒤를 봐주다가 구속된 업주가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한 탓에 뇌물수수로 처벌됐다.
단속정보를 알려달라는 업자의 부탁을 받고 2700만원을 받은 김 총경은 단속 때 겨우 게임기 1대만 몰수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었다. 재판부는 이를 '전형적인 경찰관 부패사건'이라고 규정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자기 도박장 덮쳐 사건 축소한 경찰 =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사건도 업자가 금품제공사실을 검찰에 고발해버리겠다고 말을 흘리고 다니면서 비리사슬이 노출됐다.
한 때 불법 도박업자와 비리경찰간의 커넥션은 탄탄했다. 광역수사대장에게 3630만원 지능수사팀장에게 2483만원을 제공한 이 업자는 경찰에 붙들린 다른 도박장 업자의 사건무마까지 나서서 해결해 줄 정도로 '유능'했다.
지능수사팀장은 이 업자의 도박장이 성업하도록 주변의 불법게임장을 단속해 주기도 했다. 업자는 순금으로 계급장을 만들어 두 사람에게 바치는 등 밀월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장의 특별하명으로 불법도박장 단속이 강력히 시행되면서 업자의 부탁대로 사건처리가 되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분개한' 도박업자는 검찰 고발을 운운하고 다녔고, 광역수사대장은 겁을 먹고 일부 돈을 되돌려주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것도 '비리경찰'의 특징 = 경찰관들의 비리는 뇌물액수가 수백만원인 '서민형'이다. 비리경찰의 먹이가 되는 사건도 서민생활에 직접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민형 비리경찰'은 한번 범행대상을 잡으면 들통날 때까지 뜯어내는 점이 남 다르다.
서울 중부경찰서 경제팀 손 모씨는 '자동차깡' 업자에게 자동차 4대를 헐값으로 제공받았다. 자동차깡이란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할부로 차량을 사도록 주선해준 다음, 그 차량을 팔아서 대금의 70%만을 서민에게 대부해주는 불법 행위다.
손씨는 수사정보를 넘겨줄 때마다 1500만원짜리 승용차를 600만원에, 3100만원 짜리 승용차를 1600만원에 넘겨받는 등 줄기차게 이익을 취했다. 불법투성이인 자동차깡 업자의 약점을 알고 그에게 수시로 수사정보를 넘겨준 대가였다.
자동차깡업자는 자신과 동업자가 서울 전역의 경찰서에 접수된 고발과 수사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고, 그 때마다 '고급양주 2병+현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비리 경찰들은 경찰청 정보망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에 접속해 사건정보를 빼낸 다음 이를 돈과 바꾸기를 서슴지 않았다.
강남경찰서 황 모 지능범죄수사팀장은 한 중견건설회사 회장을 수사하면서 고소인에게 수시로 CIMS 검색내용을 전달하고 1000만원을 받았다. 고소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회장을 구속하고 우리은행장을 소환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스폰서', 자기 사건은 해결 못해 =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는 지난해 4월 '스폰서 경찰'로 불릴만한 사건 재판이 열렸다.
모텔사업을 하는 토착인사가 부안경찰서와 군산해양경찰서 두 곳의 수사과장 등 경찰간부들을 이어받아 후원하면서, 지역내 경찰수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 주고 1억5000만원을 수수한 사건이다.
2008년도의 부안서 수사과장은 1500만원을, 다음해에 부임한 수사과장은 1200만원을 받았다. 사기전과가 4번이나 있는 이 사람은 새로 부임하는 경찰간부 환영회식 자리에 참석해 간부대물림을 받았다.
그는 군산해양경찰서 형사계장에게 2900만원을 건네고 지역내 해상 면세유 사건을 해결해주는 등 토착 법조브로커로 활약했으나, 자신에 대한 사기고소건은 부릅뜬 고소인의 눈때문에 무마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작된 검찰수사를 통해 경찰스폰서로 활동해 온 전력이 파헤쳐 졌고, 경찰간부 4명과 시청공무원 1명이 구속되는 토착비리 사건이 단죄되기에 이르렀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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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비리정보관리시스템' 비리경찰에 이용당하기 일쑤
지방에선 '스폰서 경찰' 후원하는 토착세력에게 당하기도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의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망각한 채 뇌물을 수수하고, 수사상 중대한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죄를 저질렀다." 비리사슬에 엮인 일부 경찰관들의 법정 판결문마다 등장하는 문구다. 일부 경찰관들의 비리는 주택재개발조합장이나, 세무공무원들에 비해 '서민형'에 가깝다. 비리에 얽힌 세무공무원들이나 주택재개발조합장들은 억대 뇌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반해, 경찰관들은 수백만원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그러나 사법의 최일선에서 서민들과 접촉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경찰관들의 비리는 사법질서에 대한 서민층의 불신을 부르는 악영향을 끼친다. 판결문을 통해 일부 비리경찰관들의 행태를 들여다보았다.
비리경찰관들의 범행은 대개 뇌물을 준 범죄자가 경찰관을 물고 들어가면서 들통나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들은 자기 뜻대로 사건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탄원서를 내 비리경찰관을 고발한다. 이는 경찰관의 사건처리가 상부의 지시나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견제받는 장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장 홍 모 총경은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받던 시행사측의 뇌물타깃이 됐다. 시행사측 관계자는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돈 아끼지 말고 시원하게 인사해서 사건을 마무리 해달라"고 국정원 출신 법조브로커에게 부탁했고, 이 브로커는 홍 총경에게 달려가 사건진행상황을 점검해달라고 부탁했다. 홍 총경은 수사담당경찰에게 전화를 해 준 이후 이 브로커에게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법조브로커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자 이 브로커의 주변사람이 홍 총경을 협박했다. 비리에 묶인 홍 총경은 후배 교도관을 통해 이 브로커를 달래는 메모를 넣었다. 홍 총경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이 메모 탓에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남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김 모 총경도 사행성 게임장 업주의 뒤를 봐주다가 구속된 업주가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한 탓에 뇌물수수로 처벌됐다.
단속정보를 알려달라는 업자의 부탁을 받고 2700만원을 받은 김 총경은 단속 때 겨우 게임기 1대만 몰수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었다. 재판부는 이를 '전형적인 경찰관 부패사건'이라고 규정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자기 도박장 덮쳐 사건 축소한 경찰 =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사건도 업자가 금품제공사실을 검찰에 고발해버리겠다고 말을 흘리고 다니면서 비리사슬이 노출됐다.
한 때 불법 도박업자와 비리경찰간의 커넥션은 탄탄했다. 광역수사대장에게 3630만원 지능수사팀장에게 2483만원을 제공한 이 업자는 경찰에 붙들린 다른 도박장 업자의 사건무마까지 나서서 해결해 줄 정도로 '유능'했다.
지능수사팀장은 이 업자의 도박장이 성업하도록 주변의 불법게임장을 단속해 주기도 했다. 업자는 순금으로 계급장을 만들어 두 사람에게 바치는 등 밀월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장의 특별하명으로 불법도박장 단속이 강력히 시행되면서 업자의 부탁대로 사건처리가 되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분개한' 도박업자는 검찰 고발을 운운하고 다녔고, 광역수사대장은 겁을 먹고 일부 돈을 되돌려주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것도 '비리경찰'의 특징 = 경찰관들의 비리는 뇌물액수가 수백만원인 '서민형'이다. 비리경찰의 먹이가 되는 사건도 서민생활에 직접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민형 비리경찰'은 한번 범행대상을 잡으면 들통날 때까지 뜯어내는 점이 남 다르다.
서울 중부경찰서 경제팀 손 모씨는 '자동차깡' 업자에게 자동차 4대를 헐값으로 제공받았다. 자동차깡이란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할부로 차량을 사도록 주선해준 다음, 그 차량을 팔아서 대금의 70%만을 서민에게 대부해주는 불법 행위다.
손씨는 수사정보를 넘겨줄 때마다 1500만원짜리 승용차를 600만원에, 3100만원 짜리 승용차를 1600만원에 넘겨받는 등 줄기차게 이익을 취했다. 불법투성이인 자동차깡 업자의 약점을 알고 그에게 수시로 수사정보를 넘겨준 대가였다.
자동차깡업자는 자신과 동업자가 서울 전역의 경찰서에 접수된 고발과 수사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고, 그 때마다 '고급양주 2병+현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비리 경찰들은 경찰청 정보망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에 접속해 사건정보를 빼낸 다음 이를 돈과 바꾸기를 서슴지 않았다.
강남경찰서 황 모 지능범죄수사팀장은 한 중견건설회사 회장을 수사하면서 고소인에게 수시로 CIMS 검색내용을 전달하고 1000만원을 받았다. 고소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회장을 구속하고 우리은행장을 소환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스폰서', 자기 사건은 해결 못해 =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는 지난해 4월 '스폰서 경찰'로 불릴만한 사건 재판이 열렸다.
모텔사업을 하는 토착인사가 부안경찰서와 군산해양경찰서 두 곳의 수사과장 등 경찰간부들을 이어받아 후원하면서, 지역내 경찰수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 주고 1억5000만원을 수수한 사건이다.
2008년도의 부안서 수사과장은 1500만원을, 다음해에 부임한 수사과장은 1200만원을 받았다. 사기전과가 4번이나 있는 이 사람은 새로 부임하는 경찰간부 환영회식 자리에 참석해 간부대물림을 받았다.
그는 군산해양경찰서 형사계장에게 2900만원을 건네고 지역내 해상 면세유 사건을 해결해주는 등 토착 법조브로커로 활약했으나, 자신에 대한 사기고소건은 부릅뜬 고소인의 눈때문에 무마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작된 검찰수사를 통해 경찰스폰서로 활동해 온 전력이 파헤쳐 졌고, 경찰간부 4명과 시청공무원 1명이 구속되는 토착비리 사건이 단죄되기에 이르렀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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