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포스트 PC 시대의 인문학

지역내일 2011-04-05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교육은 개인 가정 회사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다. 21세기 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경력 관리가 필요할까. 과학기술과 경영학 지식만 쌓으면 족할까.

오늘날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의 고민이자 대학의 고민이기도 하고, 넓게 보면 한 국가의 과제이기도 하다. 20세기 산업 사회에서와는 달리 21세기 탈산업 정보화 사회에서는 세상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너무나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가 매우 대조적인 교육관(敎育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은 오늘날 국경을 초월하여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IT 기업인의 표상이고, 모두 미국의 교육은 병들었다고 생각하고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아이러니하게도 IT산업이 움트던 시대에 대학을 스스로 그만둔 자퇴생들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28일 미국 주지사 협의회에서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강조했다. 교육 투자는 실제로 일자리가 생겨나는 분야에 잘 연계된 학문과정이나 전공학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라면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즉 이공계와 경영학 분야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티브잡스와 빌 게이츠의 교육관

게이츠는 미국의 교육투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데도 실적이 별로 없이 낭비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분석하고 조정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계가 신뢰할만한 분석 결과를 일단 수용하면, 교육정책 입안자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교육관은 빌 게이츠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의 교육 철학과 스타일이 잘 드러난 것은 최근 iPad2의 설명회에서 행한 연설이다. 그는 "애플사의 DNA속에는 기술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있으며, 기술은 교양 및 인문학과 결혼하여 우리 가슴이 노래 부르게 해야 한다"며 PC 이후 시대의 과제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을 강조했다.

게이츠가 교육의 중점을 시스템에 둔 데 반해, 잡스는 개인의 자유로운 학습 의지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의 교사가 되어 자기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실험적 교육관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지상 논쟁에 나선 전문가들의 글을 보면 게이츠나 잡스를 일방적으로 편들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은 모두 IT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글로벌 회사로 발전한 기업들이다. 토론의 초점은 이분법적 평가가 아니라 현대 산업분야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사람이 직업을 얻는 데는 일단 유리하다. 그러나 직업 세계에 들어가면 마케팅 능력, 팀워크, 의사소통, 에세이 쓰기 능력, 판단력 등이 점차 위력을 발휘한다. 인문학을 부전공한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인문학 전공자도 입사 후 경력 관리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토론을 보며 미국의 대학생들은 두 가지 관점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미국의 IT산업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미래 직업과 관련한 교육관을 제시함으로써 젊은이에게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상도를 제공하고 있다.

창의력의 원천은 인문학

둘째, 인문학이 학문으로서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쓸모가 있음을 일깨워 주었고, 스티브 잡스가 그 선봉에 서서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문학이 창의력의 원천이고 컨텐츠의 창고라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작년 삼성컨트롤타워(옛 전략기획실) 사람들이 논어를 읽기 시작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글로벌 회사로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관심을 끌었다.

21세기 포스트-PC시대에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공자가 2500년 전에 설파한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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