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과학벨트 '분산' 징후에 분노
전북 "LH이전, 정부가 원칙 깨고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배치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청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며 과학벨트 분산 배치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는 보도(내일신문 6일자 1면) 이후 이런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적인 결정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누차에 걸쳐서 강조했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밀실에서 구체적인 지역까지 명기한 분산입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국정운영 총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역할을 포기하고자 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대통령이 과학벨트 분산 배치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격앙된 민심을 전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과학벨트 분산배치 속내의 마각이 드러났다"고 비난했고, 자유선진당도 "동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로 악화된 영남 민심을 달랜답시고 과학벨트를 떼어주는 최악의 실수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벨트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둘러싼 지역색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당연직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영남 출신이란 것이다. 위원장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구 출신이며,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북 안동, 안양호 행정안전부 2차관은 경북 김천,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은 경남 함안 출신이다. 교과부 과학벨트추진단장도 2월 충남 출신에서 영남 출신으로 바꿨다가 논란이 되자 5일 2개월도 안돼 다시 충북 출신 정경택 국장으로 교체했다.
결국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서 오는 6월 최종 입지를 어떤 식으로 결정하더라도 논란을 가라앉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충청과 경북 분산 배치를 결정할 경우 '정치적 거래' 논란을 피해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전북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문이 LH 본사 이전 문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6일 "정부가 분산 이전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며 삭발을 단행했다. 김 지사는 "지난 4~5일 LH 관련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만나면서 전북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분산배치'를 원칙으로 제시해 놓고 이를 충실히 따른 전북에 '빚투성이 LH보다 실익을 챙기라'는 말을건네는 것은 일괄배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두관 경남지사가 "전북지사가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박해 영·호남 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홍섭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곳곳에서 파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벨트 공약마저 폐기처분하려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통해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신일·이명환 기자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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