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홍기동, 늦깎이 직업상담사다. 취업을 원하는 결혼이민자여성 여러분, 또는 이들을 고용하려는 기업체가 이 멘트를 듣는다면 연락 바란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했던 말을 패러디했다. 한국 나이 54세의 홍기동씨. 그녀는 지난 해 10월 직업상담사 2급 시험에 합격했다. 올해는 부천여성청소년센터 결혼이민자취업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새내기 직업상담사로 취업했다. 남들은 직장에서 눈치보고 보따리 싸야 할 판에 자기 책상을 확보한 그녀는 막힘없는 소탈한 성격으로 당당히 일하고 있다. 지난 24일 그녀가 말하는 취업 성공담을 들어봤다.
준 고령 나이로 취업 ‘성공’
이상하게 힘이 솟는다. 홍기동 씨를 만난 뒤에 생긴 일이다. 취업 전 그녀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80여 통을 썼다. 잘 쓰려고 했던 습작이 아니다. 오라는 곳이 없어서였다.
“직업상담사 경력은 없죠~. 나이는 많죠~. 한국사회가 그렇더라고요. 꼭지가 돌았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부천여성청소년센터에서 오라고 불렀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고 면접, 최종 합격까지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그리고… 기적처럼 취업에 성공했다.
“치매로 고생하는 친정어머니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내친 김에 직업상담사에 도전했어요. 자격증을 따서 반드시 취업에 성공해야지 마음먹으면서요.”
93년 늦은 나이로 대학을 졸업한 기동 씨는 그간 글쓰기와 논술 강사, 부천여성기관 네트워크 여자만세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해왔다. 그녀는 가는 곳마다 에너지를 분출했다. 주변을 힘차게 했던 것은 그녀가 가진 남다른 달란트였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고령사회를 대비해 자격증을 취득했던 게 취업 동기예요. 취업 후 제가 졸업한 소명여고 카페에 취업성공기를 올렸죠. 취업 못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요.”
직업상담사는 내 ‘천직’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요.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맡은 업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반면에 천직이란 생각도 들고요.” 두 가지 감정이 오가면서 내린 결정은 발로 뛰는 것. 그녀는 이렇게 태국 여성 티띠고 씨를 취업시켰다. 티띠고 씨는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미용 기술을 배워 취업하려 했지만 매 번 떨어진 케이스. 센터를 찾아온 티띠고 씨는 기동 씨에게 태국마사지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함께 일하는 김보라 직업상담사와 함께 워크넷을 뒤진 기동 씨는 중동역 에스테틱 매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티띠고 씨와 동행면접에 나섰다. “전부터 원장님 명성을 알고 있었어요. 제 친구가 이곳에 다니거든요.” 기동 씨는 에스테틱을 회원이었던 친구 이름을 팔아(?) 즉석에서 티띠고 씨를 취업시켰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결혼이민자 중 83.7%가 취업을 희망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구직자와 구인처의 요구가 서로 달라 매칭이 어렵죠. 그래도 센터 개소 후 구직을 신청한 결혼이민자의 25%가 취업해서 다행입니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울 겁니다.”
결혼이민자 위한 착한 ‘멘토’
“부천에는 2430여 명의 결혼이민자가 살아요. 혹자는 내국인 취업도 어려운데 그들까지 취업 시키느냐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 국민이예요.” 기동 씨는 결혼이민자를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으로 우리 국적을 취득한 그들과 사회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 그들이 제대로 정착해야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상공회의소 자료를 받아 부천시 중소기업에 일일이 전화작업을 해왔어요. 또한 인터넷 직업사이트에도 안내장과 홍보물 팩스를 보냈죠. 다문화네트워크에다 우편물도 보내고요.”
기동 씨는 센터를 찾아오는 결혼이민자들이 중졸 정도의 낮은 학력으로 생산직과 주방보조,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원어민 다문화강사나 한식조리, 정보화교육 등 취업과 연결한 무료 직업훈련을 지원받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그들의 사회적기업 창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업 상황을 극복하고 사후관리까지 해주려면 아직 멀었어요. 건강한 구인업체와 구직을 희망하는 결혼이민자들의 착한 멘토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부천지역의 제조업이나 요식업을 운영하거나 관계있는 분들은 제게 연락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