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남희 지음. 마음산책. 1만1천원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 출간된 후 미국을 넘어 유럽에서까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문학의 해외 진출 성공요인 중 '번역'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전달이 아닌 문화적 흐름에 맞춰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 소설에 녹아있는 한국적 정서를 미국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번역작가의 창의적 글쓰기에 달린 셈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역시 책 제목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 'JUSTICE'를 그대로 옮겨 책 제목을 '정의'라고 출간했다면 저자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번역을 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적 생태계와 역사적 흐름을 알아야 한다. 번역작가는 문자의 영역이 아닌 창의적 사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도 뒤따른다.
이 책의 저자 권남희씨는 20년간 일본문학을 번역해 온 베테랑 번역가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유명 일본작가의 소설을 번역했고, 일본의 문화적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창작하는 것 이상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번역 입문 시절에서 지금까지 겪어 온 번역 인생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재미는 번역가로서의 이력과 정보에만 있지 않다. 번역가라는 이름에서 환상을 빼 버리는 듯한 현실적 고통도 고스란히 담았다. 또 일본 책을 번역하려는 사람과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번역 노하우를 짚어주고 있다. 독해와 번역이 어떻게 다른지, 일본어를 잘해도 번역문으로는 낙제점이 되는 이유가 실제 문장의 사례를 통해 정리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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