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31% 올려 … 가구당 평균 1000만원
입주자 "임대차보호법 위반" 불복종운동 선언
SH공사가 재개발로 갈 곳이 없어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임대아파트 전세금을 인상, 입주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가구당 평균 1000만원씩이나 전세보증금을 인상하는 건 임대차보호법 위반이라며 불복종운동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월세를 전세로 바꿀 경우 적용하는 '전세전환 이율'은 현행 9.5%에서 6.7%로 축소된다. 전세전환이율은 한꺼번에 임대료를 받은 SH공사가 그에 따른 이자를 입주자에게 주는 것. 입주자는 이율에 따른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료를 매달 SH공사에 지불한다. 때문에 전세전환 이율을 낮추는 건 그만큼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신규로 전세전환을 하는 가구는 5월 2일부터 이같은 이율 적용을 받고 이미 전세로 전환한 세대라도 내년부터 증액된 보증금 1039만원 내야 한다.
그러나 10편 남짓한 소형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뉴타운·재개발사업 때문에 강제 철거당한 '철거 난민'이 어렵사리 찾은 보금자리에서 다시 길거리로 쫓겨나 '제2의 난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개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는 대부분 뉴타운과 재개발로 인한 철거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한 영세 원주민과 세입자들이라 가구당 평균 100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 인상액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7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뉴타운·재개발지역 세입자 77.7%가 소득하위 40% 이하 저소득층이고 같은 해 길음뉴타운 재개발임대아파트 입주 세입자 가운데 92.3%가 월 소득 200만원이 안되는 저소득 빈곤가구다. 더군다나 재개발 임대아파트 150개 단지 5만194세대 가운데 전세보증금 2000만~3000만원도 마련하기 어려워 월세로 살고 있는 입주자가 48.7%에 달한다.
서울시재개발임대아파트연합 용산진상규명위원회 등은 임대아파트 임대료·보증금 인상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9일에 이어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SH공사와 서울시 규탄대회를 열었다.
◆"입주자와 협의도 없었다" = 대책위는 "오세훈 시장이 거주자 87%가 중위소득 미만 저소득층인 재개발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과 전세금 인상을 하면서 입주자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특히 "물가폭등과 전세대란으로 고통받는 입주자들에게 전세전환 이율조정이라는 기만적인 숫자놀음으로 전세폭탄을 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SH공사 공지문에 이율조정으로 인한 자세한 안내가 없어 입주자들이 전세보증금 인상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SH공사는 조정 이율과 사유, 적용 대상 등만 주민들에게 밝혔을 뿐 그에 따른 결과는 공지하지 않았다. 한 자치구 관계자도 "임대아파트가 많은 지역인데도 이런 (전세금 인상) 내용을 모르고 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이같은 보증금 인상이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위반하는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전세전환 세입자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28.8% 가량 인상된다는 것이다. 이 법은 임대보증금이나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경우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 지역 전세가 변동률 등을 고려해야 하며 증액하더라도 종전 금액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아파트 전세가 인상률은 8.8%다.
SH공사가 전세전환 이율 조정 사유로 밝힌 "다른 임대주택과 형평성 유지"에 대해서도 반박이 거세다.
김현주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전세금 인상 최상위 지역의 경우 11.4평 전세금이 9100만원으로 민간임대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중산층을 위해 공급하는 시프트보다 비싼 임대아파트가 18개 단지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계산했다.
SH공사는 주민들이 반발하자 인상된 전세금을 6년간 3회에 걸쳐 분납하는 안을 재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책위는 일방적 인상안을 철회하고 민관협의기구를 구성해 인상문제를 협의할 것을 주장하며 규탄대회와 함께 지역별 주민설명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