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더이상 테러안전지대 아니다

지역내일 2011-05-04 (수정 2011-05-04 오후 2:30:01)
빈라덴 사망직후 삼성 등 폭파협박 … 아랍발 테러공포 확산
이라크파병뒤 표적에 올라 … 반한·자생 테러 가능성도 커져

지난 2일 삼성 캐나다 현지법인에 "삼성 본사와 주한 터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오만 바레인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대사관에 2~6일 폭발물을 설치해 폭파시키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한통 날라왔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오전 4시28분 발송됐고 발신자는 'dilara zahedani'라는 아랍계 이름의 아이디를 썼다. 삼성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등에 특공대와 타격대, 강력팀원 등 50여명을 보내 지하 주차장 등지에서 폭발물 탐지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국도 이젠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뿐 아니라 알-카에다 등 국제적인 테러집단의 표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4년 한국군의 이라크파병땐 국내 주요 시설물에 대한 테러협박이 잇따라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초긴장상태였다. 다행히 아직까진 심각한 테러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테러 공포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빈라덴 사살처럼 중동지역 관련 국제적 사건이 터질때마다 한국을 겨냥한 아랍발 테러협박이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자국민에 의한 '자생테러'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잇따르고 있는 테러협박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미 대사관 등 순찰 강화 = 서울지방경찰청은 3일 빈 라덴 사망과 관련,주한 각국 대사관을 목표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사관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특히 각국 대사관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 등 폭발물 설치 가능성이 있는 지점의 수색을 늘리는 한편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 대사관 인근 순찰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경찰은 또 이날 삼성 사옥과 주한 아랍국 대사관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이메일이 빈 라덴 사망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청 관계자는 "빈 라덴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동지역 대사관을 상대로 테러 위협이 접수된 만큼 연관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지역 대사관 주변 순찰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의 사망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대한 테러를 배후에서 지휘해온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되자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를 중심으로 한 추종세력이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의 타깃은 미국이지만 우방인 우리나라 역시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특히 중동지역에 진출한 기업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항공기 테러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항공 보안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평시단계인 'Alert 3'인 항공보안등급을 관심단계인 'Alert 2'로 상향하기 위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등급이 상향될 경우 해외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이 기내에 휴대 수하물을 반입할 경우 전부 개봉해 조사하는 등 검색검문이 강화된다.

◆반한감정이 테러로 커질수도 = 우리나라에 해외발 테러공포가 커지지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8월 이라크 파병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03년 4월 이라크의 공병 지원과 의료 지원을 위해 300명을 파병한 이듬해 3000여명의 자이툰 부대를 추가로 파병했다. 자이툰부대는 절반 이상이 특전사령부 해병대 특공대원들로 구성된 전투부대. 때문에 이라크에 전투군을 파병시킨데 따른 나라 안팎의 반발은 컸다.

이후 공항 등 국내 주요시설에 대한 테러 협박이 잇따랐고 "우리나라도 테러안전국이 아니다"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실제 이 해 7월 12일 오전 항공교통관제소 항공정보과에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 알카에다와 연관된 테러리스트가 타고 있다"는 이메일이 날아들어 경찰과 관계 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또 이틀뒤인 9일에는 "7~8월 중 인도인 테러분자가 미국행 항공기를 폭파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태국발 협박편지가 인천공항공사 문서 접수실에 배달되기도 했다.

당시엔 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강제 출국조치에 반발, 동남아와 중국동포 세력이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과 국무총리실 등에 '반한' 테러 협박이 이어지면서 테러공포는 커져갔다. 더욱이 이해엔 이라크에서 미군에 각종 물품을 제공하던 한국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의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의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납치, 피살돼 중동발 테러 우려감은 극에 달했다.

◆소수자 차별·멸시, 테러 원인 = 북한이나 국제테러집단이 아닌 자국민이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테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국내 자생테러의 위협과 대비전략'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민 자녀, 새터민(북한이탈주민) 등이 겪는 차별과 멸시, 좌절감은 테러로 분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최근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파와 2005년 런던지하철 폭탄테러 사건이 각각 모로코계 스페인인과 파키스탄계 영국인 등 자국민에 의해 일어났다"며 "소수자 차별과 멸시가 테러의 주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종교차별 문제가 거의 없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역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무슬림이나 식민지 출신 이민 2~3세에 의해 테러가 발생한 나라와는 다르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 충족감 사이에 격차가 확대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큰 국민이 단독 또는 조직적으로 테러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 살고있는 이민족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이들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해 결국 테러를 일으키도록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간 외국인이 반한단체를 조직해 현지 한국대사관에 테러 협박편지를 보낸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가 테러의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거듭 경고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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