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한국수산업경영인 중앙연합회장
지난 1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수산물 가격의 급등에 대한 대책으로 수산물을 수입하고 이를 수매·비축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고등어 오징어 명태 갈치를 대상으로 연근해산 또는 원양산을 수매·비축해왔다. 그 시기도 수산물 주 어획시기인 9월 이후부터로 한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수입산 수산물 수매·비축 대상과 시기는 이보다 더 확대된 수준이다.
대상 어종에는 조기 삼치 꽁치가 추가되었고, 수매시기도 연중 상시수매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수입 수산물이라는 데 있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수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일부에서는 또 다른 배경으로 세계적인 추세인 수산식량 확보난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는 시비를 떠나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든다.
'피시(Fish)플레이션'보다 더한 '오일(Oil)플레이션'
올 2월 기준 소비자 평균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다. 이에 비해 동기간 수산물의 물가는 11.6%나 상승하여 정부의 이러한 대책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하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수산물 가격급등 현상은 어획량은 감소하고 있는데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수산물의 가격상승을 일컫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그런데 우려스러울 만큼 가파른 피셔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어가의 실질소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가(漁價)가 오른 이상으로 어업경영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어업활동에 있어서 주요 경영비에 해당하는 유가의 증가세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올 2월 기준 원유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44.6%나 올랐다. 수산물 가격 오름폭의 4배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유류비에 대해 설상가상으로 DDA니 뭐니 때문에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어획량 감소는 또 어떠한가. 2009년 어업생산량은 전년대비 5.3% 감소했다.
어획량 감소와 경영비 증가의 이중고가 우리 수산업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도시민들이 수산물을 비싸게 사 먹는 것이 더 염려스러운 모양이다.
수산물을 팔아먹고 사는 어민들 편이라면서 우리 수산물 값이 비싸다고 다른 데서 싸게 사 들이겠단다. 억울한 어업인이 기대어 호소할 곳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더 이상 기댈 곳도, 발붙일 곳도 없어지면 어업인들은 어촌을 떠날 것이다. 어업인이 떠나면 우리의 수산도 함께 사라진다.
우리 어업인이 죽고, 우리 수산이 죽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당장 저렴한 수입산 수산물을 들여와 물가를 안정시킨다고 치자. 그러는 사이 우리 어업인이 죽고, 우리 수산이 죽으면, 그때도 수입산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을까. 식량안보가 무너져 부르는 대로 값을 치러야 할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돈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이란 비전을 표방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작금의 우리 수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물가안정과 수산식량 확보'라는 미명 아래 '수입산 수산물 비축'을 선언함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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